일본산 ‘방사능 가리비’ 스캔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1.17 07:49:08
  • 호수 12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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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서 버린 껍데기 쓰레기로 굴양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내에서 일본산 가리비 패각(껍데기)을 수입해 굴 양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이후 바로 그 주변 지역의 가리비 패각을 집중적으로 수입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가리비 패각을 폐기물로 취급해 거의 공짜로 들여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가리비 패각이 방사능에 어느 정도 노출돼있는지, 그 패각에서 자란 굴의 상태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 쌓여있는 가리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해 도쿄전력이 운영하던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1~4호기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사고를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동일한 국제원자력 사고등급 중 최고로 위험한 7단계를 기록했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 세슘-137이 1만5000TBq(테라 베크렐=1조 베크렐)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89TBq이었던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68배로 매우 높은 유출량이다. 베크렐(Bq)은 방사성 핵종들이 단위 시간당 붕괴하는 횟수를 말한다.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 9.0의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원전 안전을 위해서 1~3호기가 자동으로 긴급 정지됐다. 지진으로 외부 전력이 차단되면서 초기에는 안전 계통에 전력을 공급하는 비상용 발전기와 냉각 계통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그러나 지진 발생 50분 후 예상 설계 높이 5m를 훨씬 초과하는 15m 높이의 지진해일이 발전소를 덮쳤다.


해양 방류된 방사능 오염수는 해류의 이동뿐만 아니라 해산물 섭취로도 우리 국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방사능 물질인 세슘-137은 중금속과 같이 수산물의 체내에 장시간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해서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8개의 현은 후쿠시마, 도치기, 이와테, 미야기, 이바라키, 지바, 군마, 아오모리 등이다. 

홋카이도 지역에서만 수입
어류보다 방사능 우려 높아

국내에서 굴 양식 시 굴의 포자(유생)를 키울 때 가리비의 패각(껍데기)을 사용하는데 패각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한다. 가리비 패각과 관련된 규제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홋카이도에서 가리비 패각을 수출해 오지만, 정작 홋카이도에서 생산되는 가리비 패각의 양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가리비 패각의 양보다 적다. 

가리비 패각 수출 관계자 일본인 A씨는 “홋카이도는 수입이 금지된 8개 현에 포함된 곳이 아니다. 가리비 패각은 일본에서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비용 처리가 필요한데 운송비를 제외하면 일본 내에서 공짜로 수급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해외로 수출이 가능한 홋카이도로 일본 내 가리비 패각이 모두 모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폐기물은 일본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수출할 수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산업폐기물을 처리해주기 때문에 제재할 필요가 없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 역시 특별한 제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일본산 가리비 패각의 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많이 찾고 있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검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최근 우리가 한국의 한 업체로 가리비 패각을 수출했는데 무사히 통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50만 이상의 패각을 넣은 컨테이너를 모구 검사 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한국의 세관 검사 방식을 우리 일본 업체가 알고 있으므로 한국으로 패각 쓰레기를 보내는 것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처치 곤란 
폐기물로…

이어 “일본에서도 패각에 살점이 붙어 있는 것들을 일일이 제거하는 작업을 하지 못한다. 수출하기 전에 약품을 컨테이너에 살포해 벌레의 서식을 막을 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한국 업체가 일본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산 가리비와 방사능 연관성에 대해서는 “홋카이도의 가리비 패각 생산량은 현재 한국으로 수출되는 가리비 패각의 양보다 적다”고 언급했다. 

방사능과 연관성에 대해서는 “가리비 자체가 방사능에 오염된 바다에서 자랐다고 가정하면 가리비 패각 역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일본 바다에서 포획한 해산물은 방사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가리비 패각의 양을 봤을 때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리비 패각은 일본 내에서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수출업자의 경우 현지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수출이 가능하다. 쓰레기 처리로 고민이 많은 일본 지자체로선 수출업자가 고마운 존재다. 국내 수입업자도 환경부에 신고만 하면 수입이 가능하다.

‘쓰레기’로 분류되면 농수산물도, 가공식품도 아니다 보니, 농림부·해양수산부·식약처·원안위로부터 방사능 규제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내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91t이었던 일본산 가리비 패각 수입량은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3238t으로 폭증했다.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것은 2011년 10월 홋카이도에서 수입된 가리비 패각이다. 패각류는 한 자리에 머물며 생육하므로 방사능 오염 우려가 일반 어류들보다 훨씬 높다.

한국이 
수입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사고 반경 250km 지역 내 생산되는 물품을 수출할 때 방사능 검사 증명서와 산지 증명서를 발부하고 있다. 국내에선 그간 가리비 패각이 식용이 아니란 이유로 식품수준의 검역을 하지 않았다. 

관세청에서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컨테이너 바깥에서 감지기로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세슘-137과 같은 미세 방사성 물질은 30cm정도 떨어지면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은 “이렇게(컨테이너 바깥에서) 검사해서는 컨테이너 내부에 방사능 물질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리비 패각 수입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B씨는 지난 7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다. 해당 내용은 일본산 가리비 패각을 수입하는 관세 업무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사 비용을 지불하지만 문제가 계속 생긴다는 것.


B씨는 “최근 일본 가리비 패각을 수입했으나 제품이 아닌 쓰레기가 왔고 심한 악취는 물론 가리비 살이 떨어지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검사를 제대로 했다면 정상적으로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자가 있는 물건을 보낸 업체 잘못도 있지만 세관에서 물건 검수를 똑바로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검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자 CCTV 공개를 요구했지만 법 때문에 되지 않았다”며 “컨테이너 검사 방법을 물어보니 입구 문만 열어서 확인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상부 지시사항’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컨테이너 내 CCTV 미설치
비용 지불해도 검사 대충?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가공하지 않은 가리비 패각은 유역환경청장에게 신고 확인을 받아 통과할 수 있으며, 수산물 양식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세척, 가공된 패각은 유역환경청장의 신고 확인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유역환경청에 신고 없이 수입통관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사능 오염 물품 반입 우려가 있어서 세관에서는 일본산 패각에 대해 일본 수출자가 증명한 산지 증명서와 방사능 검사확인서를 청구하고 있으며, 수입통관 검사 단계에서 세관의 휴대용 측정기로 검사를 해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운 경우에만 통관시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수입품은 관세청의 전자 통관시스템을 통해 방사능검사 대상으로 선별돼 검사를 실시했고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검사 결과 자연 방사선량 수준으로 허용치 이내의 방사능 기준을 충족했다”며 “현품을 발췌해 확인한 결과 살은 붙어있지 않은 세척한 상태의 가리비 패각으로 확인되는 등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컨테이너 야적장의 CCTV는 용품의 무단하선 등 관세법상 감시단속의 목적으로 외항선이 정박하는 장소에 설치돼있고 세관검사장 내에는 설치돼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우리나라가 베트남으로 불법 폐기물을 수출한 것이 드러나 ‘쓰레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결국 국내로 그 쓰레기들을 되돌려받았다. 지금 우리나라도 일본에서 쓰레기로 분류하는 가리비 패각을 수입해 오고 있다. 가리비 패각에 대한 대체재가 없다면 몰라도 대체제가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패각을 수입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1·2차
피폭 우려

관세청 관계자는 “상대국에서 발행한 방사능 검사 증명서로 (방사능)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일부 물품을 선변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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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