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18) 무

정조도 사랑했던 무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무

먼저 한시 한 수 감상해보자.

고려 말기 정당문학(政堂文學, 중서문하성의 종2품)을 역임했던 백문보(白文寶,1303∼1374)의 ‘현릉이 김 사예 도 에게 ‘나복산인 김도 장원’이라는 여덟 자를 크게 써서 내리다‘(陵賜司藝金 濤 大書蘿蔔山人金濤長源八字) 중 도입부다.

무를 지칭하는 나복

金君早志學(김군조지학)
김 군은 일찍이 배움에 뜻을 두어
讀書蘿蔔山(독서나복산) 
나복산에서 독서하였네 
蘿蔔尙淡薄(나복상담박)
나복은 맛은 싱겁지만 
菜根誠可餐(채근성가찬)
뿌리는 참으로 먹을 만하여라 

제목에 등장하는 현릉은 공민왕을 나복은 무를 지칭한다.


아울러 동 작품은 김도(金濤, ?~1379)가 1371년(공민왕20) 명나라의 제과(制科)에 응시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으나 부모님이 연로하다는 이유로 귀국하자, 1372년 공민왕이 손수 ‘나복산인 김도 장원’이라는 여덟 자를 크게 써서 내린 대목을 글로 풀어낸 작품으로 뛰어난 신하를 아낄 줄 아는 임금의 덕을 기리고 있다.

그런데 왜 공민왕은 김도에게 나복산인이라는 글자를 써서 내렸을까.

바로 김도의 식성에서 기인한다.

김도는 ‘기욕을 잘 참아 내고 음식도 박하게 먹었는데, 나복을 먹을 때는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그래서 김도를 나복이라 했다 한다. 이는 김도의 스승인 이색의 부연 설명이다. 

우리 역사에서 김도 만큼이나 무를 좋아했던 인물이 있다.

조선조 22대 임금이었던 정조다. 국조보감에 실려 있는 그의 이야기 들어보자. 


어릴 때는 밥을 매우 적게 먹었고 조석 때마다 무(蘿蔔)만을 먹었다.

김도야 그렇다고 해도 일찌감치 왕세손에 책봉되었던 그가 왜 그리도 무를 좋아했을까.

그 이유가 <의림찰요>에 나온다. 

편두통에는 생나복즙(生蘿蔔汁)에 현각(蜆殼, 가막조개 껍질) 1개의 가루를 준비해 환자를 위로 보고 눕게 한 후 콧속에 넣어주는데, 왼쪽이 아프면 오른쪽에 주입하고, 오른쪽이 아프면 왼쪽에 주입한다.

간혹 양쪽 코에 모두 넣어줘도 좋다.

연탄 가스 중독엔? ‘동치미’ 국물이 약
서늘하면서 매운 성질… 폐 기능 강화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한 그는 마음 편할 턱이 없었고, 항상 노심초사의 상태를 유지했다.

무는 편두통을 치료하는 금중(禁中, 궁중)의 비방(秘方)이었다.

아울러 이 대목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밝히고 가자.

정약용의 작품 중 한 구절이다.

蘿蔔蒸成社餠香(나복증성사병향) 
무를 쪄서 만든 사일의 떡이 향기롭네

社日(사일)은 입춘이나 입추가 지난 뒤 각각 다섯째 무일(戊日)을 지칭한다.


입춘이 지난 뒤를 춘사(春社), 입추 뒤를 추사(秋社)라 하는데 춘사에는 곡식이 잘 자라기를 빌고 추사에는 곡식의 수확에 감사한다.

그 사일에 무를 쪄서 떡을 만들어먹는다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무떡을 소개하기 위해 간략하게 실어봤다.

이제 이규보의 작품 감상해보자.

菁(정)
순무
得醬尤宜三夏食(득장우의삼하식) 
장아찌로 먹으면 한여름에 더욱 좋고 
漬鹽堪備九冬支(지염감비구동지) 
소금에 절이면 긴 겨울 감당할 수 있네 
根蟠地底差肥大(근반지저차비대) 
땅 속 서린 뿌리 비대해지면 
最好霜刀截似梨(최호상도절사리)
예리한 칼로 배처럼 자르기 가장 좋네

*무와 관련해 2018년 4월 16일 ‘일요시사’의 ‘황천우의 시사펀치’에 게재했던 글을 소개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단기 대책을 밝힌다!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머물다 호흡기를 거쳐 폐에 침투하여 만성 폐 질환뿐만 아니라 뇌졸중 같은 심폐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여러 요인들과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기주의에 함몰돼있는 인간들의 정신 구조에서 단기적으로 대처 방법을 실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여 내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들을 위해, 주로 역사소설을 집필하는 필자로서 조그마한 대책이라도 내놔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과거 문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해가 되지 않는다는 차원서 이 글을 쓰게 됨을 밝히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먼저 우리 세대에게 상당히 친숙했던 연탄가스 중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연탄가스에 중독된 경우 의료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당시에는 십중팔구 동치미 국물에 의존했었다. 

필자 또한 상기의 경험을 지니고 있다.

연탄이 보급되기 시작한 초창기의 일이다.

한겨울에 점심을 먹고 연탄난로가 설치돼있던 방에서 잠시 눈을 붙였던 일이 화근이 돼 동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순간, 어머니께서는 나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내게 동치미 국물을 먹이고 있었다.

잠시 후 연탄가스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 일이 우연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동치미와 나박김치,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무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다. 

조선 제 11대 임금인 중종이 보위에 앉아있을 당시의 일이다.

당시 평안도 일대에 전염병이 발병해 무수한 사람이 사망하자 중종은 순무로 담근 나박김치 국물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한 사발씩 마시라고 지시한다.  

아쉽게도 나박김치 국물을 마신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당시 중종이 왜 그런 조처를 내렸는지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나타난다.

조선조 명의인 허준의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글이다.   

어느 사람이 동굴 속에서 피란을 하는데 도적이 동굴에 불을 때어 연기에 질식됐다.

답답해서 죽으려 하는 것을 나복(蘿葍)을 씹어서 그 즙을 먹여주니 소생했다.

이어 연기의 독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다음을 권장하고 있다.

탄(炭)의 연기를 사람이 쐬면 머리가 아프며 구토가 나는데, 이따금 죽기도 한다.

생나복(生蘿葍)을 짓찧어 즙을 내 먹이면 즉시 풀린다. 

나복은 물론 무를 언급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현대 한의학서 주장하는 무의 효능에 대해 살펴본다.
  
무는 서늘하면서 매운 성질이 있기 때문에 폐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효능이 있으며 무즙을 많이 먹게 되면 폐의 기능이 원활해지면서 면역기능이 향상된다.

면역기능 향상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에 대한 단기적 대처방식으로 감히 무를 재료로 만든 식품인 동치미와 나박김치를 권장하는 바다.

참고로 나박김치는 애초에 蘿葍葅(나복저)로, 무만으로 만든 김치였음을 밝히며 필자의 추측이 맞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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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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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