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테마기획>봄을 찾는 사람들① 재기 노리는 거물급 정치인

“휴식은 끝났다” 여의도 점령 작전 ‘큐’



재보선 지역구 4곳 확정 … 선거법 위반 10곳 넘을 수도
박희태·손학규·정동영 ‘여의도 재입성 플랜’ 가동 중?
이재오 입각설·재보선 출마설 거론 ‘복귀는 당연한 수순’

“봄날을 찾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무난히 복귀할 수 있을까.”
최근 4월 재보선 열풍이 몰아치면서 원외에 있는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복귀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이번 4월 재보선은 거물급 인사들이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이기 때문이다. 또 여야가 ‘인물부재론’에 시달림에 따라 이들의 복귀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여당은 이명박 정부 성공, 야당은 당내 입지 구축을 위한 행보를 보여야 된다는 것. 이 때문에 4월 재보선을 위해 거물급 인사들이 조심스레 ‘출사표’를 준비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거물급 인사들이 정치재개를 통해 ‘여의도 재입성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4월 재보선은 거물급 인사들이 전략 공천을 통해 여의도 재입성을 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수도권 지역의 경우 거물급 인사들 간의 ‘빅매치’까지 성사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야 인사들도 이를 전면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당내 분위기와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 의사가 중요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의 첫 중간평가”라며 “여야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거물급 인사들을 대거 전략 공천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 부활 기지개 펴는 중
거물급, 재보선 출마설 솔솔

실제 4월 총선은 이명박 정부로선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장이자 2차 입법투쟁 성패가 달렸기 때문. 게다가 향후 정국 주도권 확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각 당에선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거물급 인사들의 정치재개는 당내 ‘구심점’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비쳐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의도 재입성’을 통한 정치복귀 노림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4월 재보선 일정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원외 여야 거물급 인사들은 대거 ‘여의도 재입성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위해 활발한 물밑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측근들을 통해 ‘복귀 군불때기’에 나선 형국이다.

현재까지 4월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총 4곳. 그러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이 끝나면 많게는 10곳이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천 부평을(구본철 한나라당 의원), 경북 경주(김일윤 무소속 의원), 전주 덕진(김세웅 민주당 의원), 전주 완산갑(이무영 무소속 의원) 등 지역의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돼 4월 재보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반면 1·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도 적잖다. 서울 금천(안형환 한나라당 의원), 경기 수원 장안(박종희 한나라당 의원), 경기 안산 상록을(홍장표 한나라당 의원), 경남 양산(허범도 한나라당 의원), 울산 북구(윤두환 한나라당 의원), 충북 진천 괴산 음성(김종률 민주당 의원), 강원 강릉(최욱철 무소속 의원) 등이 4월 재보선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 이밖에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출마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서울 은평을(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은 10월에 재보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정치권의 4월 재보선 열기는 극에 달했다. 여야에서는 벌써부터 해당 지역에 조사단을 보내 분위기를 점검하는가 하면, 거물급 인사들 역시 표밭을 일구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이목희 전 민주당 의원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역시 3월 귀국설이 가시화되면서 10월 재보선 가능성이 농후한 서울 은평을 출마설이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정무장관’ 등 각종 입각설이 난무하고 있어, 정치재개를 위한 활발한 행보가 예상된다.

그러나 거물급 인사들이 넘어야 할 산은 멀고도 험하다. 4월 재보선 출마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은 반드시 승리를 일궈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뒤따른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재개는커녕 ‘낙동강 오리 알’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막후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 대표의 경우 사실상 이미 오래전부터 4월 재보선 출마설이 회자되어 왔다.


박 대표는 원외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거대여당의 수장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적잖은 마음고생도 있었다. 때문에 박 대표는 대표직을 걸고 4월 재보선에 출마해, 명예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 부평을, 경남 양산 출마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거물급 재보선 ‘빅매치’
넘어야 할 산 많다

여권 역시 박 대표가 당 대표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인천 부평을에 출마해 침체되어 있는 당 분위기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그래야만 수도권 주변의 다른 재보선 지역에도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 지역 출마를 권유하는 당내 여론이 상당하다.

반면 경남 양산에 출마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여당 대표가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에 출마하면 공연한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여당 안팎에서는 ‘박희태 부평을 출마설’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박 대표에 맞설 대항마는 과연 누구일까. 지난 총선에서 석패한 홍영표 민주당 당협위원장과 홍미영 전 의원이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지만, 여당 대표가 나선다는 점에서 거물급 인사를 전략공천할 공산이 커 보인다. 정동영 전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박희태 대항마’로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다시 낙선할 경우 정치적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은 전주 덕진 출마설이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당내에서는 인천 부평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정 전 장관이 수도권에 출마해 당을 위해 헌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주 덕진에 출마한다면 당내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대권 꿈도 접어야 한다”며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출마가 절대적이다”라고 귀띔했다.

야권의 거물급 인사로 손꼽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4월 복귀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4월 재보선 출마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측근 인사들에게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무작정 출마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두문불출’ 행보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재보선 지역의 여론을 탐색해보자는 측근들의 제안을 거절할 정도다.

손 전 대표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4월 재보선 출마설은 좀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속담처럼 출마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 장안 출마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민주당이 인물 부재론을 심하게 겪고 있는 만큼 민주당 거물급 인사인 손 전 대표를 수도권으로 전진 배치시켜 여당의 거물급 인사와 빅 매치를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여권에서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수원 장안에 도전, 화려한 컴백을 시도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연초 개각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후임으로 ‘강재섭 총리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미 수포로 돌아간 상태다. 이 때문에 야당이 손 전 대표를 수원 장안에 출마시킬 경우 강 전 대표를 전략 공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여당의 중론이다. 결국 대구가 텃밭인 강 전 대표의 수원 장안 출마설이 불거지는 것은 ‘손학규 대항마’로 띄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동교동계 핵심 인물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도 기축년을 맞아 화려한 복귀를 노리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에 전격 복당한 데 이어 전주 완산갑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한 전 대표의 출마는 주군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른바 ‘DJ 막후 역할론’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판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때문에 한 전 대표가 전주 완산갑에 출마, 승리를 쟁취한다면 한 전 대표와 DJ의 정치재개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봄날을 찾는 사람들’ 중 하나다. 이미 3월 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거물급 인사 중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는 당내 권력구도 변화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활동 재개 여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귀국 후 휴식기를 가진 뒤 입각 또는 서울 은평을 재보선 출마 등을 통해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얘기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실제 이 전 최고위원이 1·19 개각 이후 청와대에 대한 당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친이계와 친박계 갈등, 친이계 권력투쟁 등으로 인해 ‘좌장’ 역할은 힘들다는 것. 따라서 ‘암중모색’ 후 정치재개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또 1·19 소폭 개각으로 6월경 국무총리를 포함한 대폭 개각 가능성이 거론됨에 따라 이 전 최고위원이 빠르면 6월을 기점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원대한 정치포부 성사 여부
정치권 최대 관심사 급부상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입각 대신 재보선 출마를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친이계 한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 아니면 할 게 없다. 따라서 10월 서울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상 이 전 최고위원은 3월 귀국을 기점으로 향후 어떤 식으로든 정치재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지난 4월 총선에서 패배한 인사와 정치 재개를 ‘암중모색’하던 거물급 정치인들이 기축년 새해를 맞이해 화려한 복귀를 꿈꾸고 있다. 이들의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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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