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흥행 보증수표는?

정부가 강도 높은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아파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0.5%로 떨어지면서 은행 상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와 저금리 여파로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알짜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역세권’단지는 불패 신화로 통한다.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역세권 입지는 유동인구가 풍부해 가격 하락이나 공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투자 1순위로 불린다. 

유동인구 풍부
공실 위험 낮아

역세권은 지하철 외에도 시내버스, 광역버스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형성돼 이동이 편리하다. 배후수요는 물론 유동인구가 많아 쇼핑, 문화, 편의시설 등 상권이 발달해 있다. 기업체가 입주하는 지식산업센터, 섹션 오피스가 역세권에 자리 잡을 경우 출퇴근 접근성이 확보되고, 물류 이동 및 비용 절감에도 효과적이다.

상업시설 역시 역세권과 인접한 경우 대규모 유동인구의 유입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주거용 수익형 부동산도 역세권이 유리하기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들의 주 타깃 층인 20·30대 나홀로족은 출퇴근하기 편리한 역세권 인근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대책에 아파트 찬바람
은행 상품 수익률도 꾸준히 하락


실제로 역세권과 비역세권 간 임대료 차이는 크다. 수원역 4번 출구 바로 앞 세진브론즈빌(2006년 준공)은 전용 53㎡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이다. 이와 달리 역에서 도보로 10분가량 떨어져 있는 대주파크빌(2006년 준공) 전용 55㎡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0만원 선으로 거래되고 있다.

역세권 프리미엄을 자랑하는 수익형 부동산은 분양 시장에서 흥행 성적이 우수했다. 지난 6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인 ‘여의도 힐스테이트 파인루체’전실이 계약 6일 만에 완판됐다. 이 단지에서 지하철 여의도역(5, 9호선)과 샛강역(9호선)을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 또한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서부간선도로, 마포대교 등 다양한 도로망 이용도 쉬워 차량으로 서울 전역 및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수월하다. GTX-B(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이 계획 중이며, 샛강역~서울대 입구를 잇는 신림선 경전철(2022년 예정), 안산·시흥~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복선전철(2024년 예정)도 개통되면 교통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출퇴근 편리
선호도 높아

같은 달 경기도 의정부에서 선보인 ‘의정부역 힐스테이트’ 오피스텔도 계약 당일 60실 모두 주인을 찾았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과 가능역의 더블 역세권이며 의정부경전철과도 가깝다. 

역세권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도 이에 못지않았다. 대우건설이 지난 6월 서울 중구에 선보인 도시형 생활주택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는 평균 10.69 대 1, 최고 34.9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을지로4가역 역세권 자리이며, 가까이에는 지하철 2·3호선 환승역인 을지로3가역과 지하철 3·4호선 환승역인 충무로역도 이용할 수 있다. 

청약 마감
완판 행진

지난 7월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 공급된 도시형 생활주택 ‘아현 푸르지오 클라시티’ 역시 평균 14.5 대 1, 최고 38.1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보권 내 2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 단지다. 단지 바로 앞에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이 위치해 있다. 도보 약 6분 거리에는 지하철 2호선 아현역이 자리하고 있다. 반경 약 1㎞ 거리에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지하철 2·5호선 환승역 충정로역 등이 가깝다.


역세권 상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분양에 나선 서울 여의도 중심부에 위치한 ‘힐스에비뉴 여의도’ 상업시설은 하루 만에 완판됐다. 이 단지는 지하철 9호선 샛강역과 5·9호선 여의도역을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 입지다. 주변 유동인구 확보가 쉬운데다가, 여의도 업무지구의 배후 수요를 품을 수 있어 일찍이 ‘똘똘한 상가’로 주목 받았다. 

역시 ‘역세권’ 불패 신화
자연스럽게 가치상승 효과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일원에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도 역세권 상업시설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분양 당시 반나절 만에 상업시설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 이 단지는 청량리역 초역세권으로, 지하철 1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광역철도 강릉선KTX, 경춘선ITX 등 총 5개의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는 지식산업센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8년 9월 분양한 ‘GIDC광명역’ 지식산업센터는 역세권 프리미엄에 힘입어 한달 만에 완판 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통상 지식산업센터가 분양까지 1년이 걸리는 것과 다르게 단기간 완판에 성공했다.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일원에 위치한 이 단지는 광명역 초역세권 입지로, 1호선과 KTX를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점이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역세권 입지의 수익형 부동산은 교통 접근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유동인구 확보에도 용이하다”면서 “임대수익은 물론, 상당한 시세 차익까지 기대해볼 수 있어 분양 성적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수익형 부동산.
 

▲송도 형지 글로벌 패션 복합센터= 롯데건설은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11-2번지에 건립 중인 ‘송도 형지 글로벌 패션 복합센터’내 1·2층 판매시설을 임대분양(임대 후 분양 전환) 한다. 송도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대지면적 1만2501.6㎡(약 3782평), 건축연면적 1만9500여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3층 규모로 지어진다. 

오피스(지상 17층), 오피스텔(지상 23층), 판매시설(지상 2층) 등 총 3개동으로 구성된다. 이중 지상 1층 60개 호실과 지상 2층 59개 호실을 임대분양 한다.
 

▲용산 더힐 센트럴파크뷰= ㈜원일개발이 서울 용산구 문배동 8-5번지 일원에 선보일 ‘용산 더힐센트럴파크뷰’1.5룸 및 투룸 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0층, 전용면적 21.53~33.65㎡ 규모, 총 133실의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오피스텔은 선착순으로 원하는 동호수지정이 가능하다. 계약금 10% 준비 후 계약 시 중도금 5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신내역 시티프라디움= 시티건설이 서울 양원지구에 선보인 역세권 주거단지 ‘신내역 시티프라디움’오피스텔을 선착순 분양한다. 최고 경쟁률 24.89대 1로 청약이 마감됐는데, 현재 일부 세대에 한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주거단지 1438세대와 스트리트형 상업시설로 구성된다. 1차 분양분은 주거용 오피스텔 지하 4층~지상 25층 8개동, 전용 40~84㎡ 총 943실 규모다.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현대엔지니어링이 서울시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서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을 분양 중이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 3-4·5블록에 지하 8층~지상 27층, 3개동의 총 102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로 조성된다. 아파트 535가구와 도시형 생활주택 487가구로 구성되며, 이중 도시형 생활주택이 먼저 분양된다. 

아파트는 추후 분양될 예정. 이번에 분양되는 도시형생활주택은 전국 만 19세 이상이라면 청약통장 필요 없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며, 재당첨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임대 수익
시세 차익

 


▲왕십리 지음재= ㈜도시공감이 도시형 생활주택 ‘왕십리 지음재’소형 오피스와 상가를 동시 분양 중이다. 대지면적 446㎡, 건축면적 240,11㎡에 지하 2층~지상 10층 총 63세대 규모다. 도시형 생활주택(지상 4~10층), 근린생활시설 3호(지하 1층~지상 1층), 업무시설 16호(지상 2~3층)로 지어진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용면적 16.76㎡ 35가구, 13.72㎡ 28가구로 이뤄져 있다. 즉시 입주가 가능하며 주차는 총 41대다. 업무시설은 전용면적 16.52~26.95㎡의 소형 오피스(사무실)로, 분양가는 1억원대(VAT 별도)로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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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