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이상한 세무조사 막전막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11 12:50:54
  • 호수 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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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13명 붙어 1년 질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전지방국세청이 한 기업을 대상으로 1년 이상 세무조사를 했다. 해당 기업은 “조사관 10명 이상이 붙어 집중적으로 조사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사 결과 이후에도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전지방국세청

대전에 있는 중소기업 A사는 1년여 동안의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불안함이 커졌다. 거래처가 점점 줄어들더니 예전보다 직원도 급격하게 줄어 회사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6월25일 대전지방국세청(이하 국세청)은 A사를 비롯해 관계사 3곳을 세무조사했다. 이후 8월8일 조세범칙조사위원회를 열고 A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기업의 탈세가 사기 및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것.

세무조사서
범칙으로 전환

국세청은 A사에 대해 가공거래라고 판단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가공거래란 실물거래 없이 매출, 매입에 관한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발급하거나 이를 정부에 제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공거래의 동기나 이유는 대부분 자금융통, 대출, 대출 연장 등 일정한 매입과 매출이 있다는 점을 증빙하기 위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A사 측은 “범칙조사로 전환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 거래 없이 매출이나 매입을 기록하게 된다면 세금을 더 내야 해서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다. 실익이 있어야 범죄를 저지르는데, 우리는 가능성이 적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국세청 조사2국의 무리한 조사방법은 A사의 세무대리인을 교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당시 A사 세무대리인이었던 B씨는 조사관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고, 결국 중도에 사임했다.


B씨는 “소명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ㄱ에 대한 논점으로 소명하면 ㄱ에 대한 답변을 줘야 하는데, 조사관들은 이해를 못한 건지 전혀 다른 ㄴ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소명한 자료에 대해 모두 거짓말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회의를 느껴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다른 법무법인이 A사의 세무대리 역할을 맡아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무법인이었던 회사가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매매는 일반적으로 공급처 > 도매사업자 > 소매사업자 > 소비처 순으로 이뤄지고, 세금계산서가 순차로 발급되지만, 태양광 모듈은 제조사나 도매사업자서 최종 소비처로 직송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이동이나 상·하차 시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작성됐다.

납세자 권리보호 뒷전…절차 위반 의혹
논점 흐리는 조사관…규정도 지키지 않아

또 ‘대법원은 단축급부 사안이 문제된 판결서 발주가 중간업체를 거치지 않고 행해지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해당 거래서 발급·수취한 세금계산서를 허위 세금계산서가 아닌 적법한 세금계산서라고 판단했다. 거래당사자들이 각각 고유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라 단축급부 방식으로 물품을 인도했다면, 이들이 발급하고 수수한 세금계산서는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에 따른 허위 세금계산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를 넘기고 지난 1월9일경 A사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대한 내용을 받지 못하자 국세청에 문의하고, 이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조사는 이미 다 끝난 상태며 국세청장 결재도 끝난 상황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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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사무처리 규정 제7절 세무조사의 종결과 관련해 제45조(조사의 종결) 3번 항문을 보면 ‘조사공무원은 납세자 또는 납세 관리인에게 조사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며, 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납세자의 권리구제 방법을 상세히 알려줘야 한다’고 표기돼있다. 국세청은 이를 어긴 셈이다.


A사 관계자는 “결과를 물어보니 고발장을 이미 쓰고 있다고 했다. 과징금액도 맨 처음에 물어볼 땐 안 알려줘서 다른 조사관을 통해서 알아봤다. 700억∼800억원 정도 부인하는 세무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너무 놀라서 다음날 한 국세청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서 자체적으로 만든 달력을 가져가 사진을 보여줬다.(달력 속 사진)하나가 다 200억∼300억원 하는 건데 거래한 게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 재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세청장님에게 올리는 호소문’ 초안에 따르면 ‘A사는 거짓없는 운영을 위해 창업 첫 해부터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무지로 인한 위법이 없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아왔다. 다만 영업·현장·관리 등을 혼자서 처리하다 보니 시간의 부족함, 내부 관리와 업무처리의 미숙함은 너무나 후회스러운 부분이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결과 물으니
“고발장 작성”

이어 ‘매월 수천만원씩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언제든지 현장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구성하고 있는 자재를 가공거래로 본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각각의 자재는 고유번호를 가지고 그 번호는 전기안정공사와 한국에너지 공단서 관리되고 있다. 4만장이 넘는 태양광모듈을 도대체 어디서 조달해 3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는지 그 사실관계만 조사기간 중 확인받을 수 있도록 호소한다. (중략) 조사의 편의나 무마가 아닌, 단지 기초적인 사실관계만을 확인 받아 회사와 직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도록 귀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조사 조치를 받게 돼 약 6개월 동안 조사가 다시 진행됐다. 하지만 문제는 조사가 끝난 뒤에 또 발생했다. 7월17일 조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으나, 하루 전인 7월16일 A사의 거래처가 C 세무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A사의 세무조사가 끝났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과세금액이 나올 테니 준비해놓으라는 말이었다.

A사 관계자는 “당시 전화를 받은 거래처는 태양광 모듈 패널을 만드는 공장이다. C 세무서가 거래처에 우리 회사(A사) 조사가 끝나니 거래처 조사가 시작될 거라고 통보한 것이다. 조사가 다 끝나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먼저 알게 된 것인데 이건 정보유출이 아니냐“며 분노했다.

A사 측은 조사관이 13명이나 붙어 집중 조사하는 데 대한 의혹을 가지기 시작했다. A사 관계자는 조사관으로부터 “내가 200억∼300억원 때리면 폐업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이 조사팀의 실적이 되는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도 폐업이 되면 손실처리가 되기 때문에 조사팀의 실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조사팀 팀장은 승진을 2번이나 한 분으로 알고 있고 사무관 승진을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 폐업이란 말을 너무 쉽게 하길래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A사 측은 납세자 권리보호를 요청했다. 납세자 권리보호 요청 제도란 세무조사 등 국세행정의 집행 과정서 납세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 신속하게 구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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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6일 납세자 권리보호요청서에는 ‘조사기간이 만료됐지만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서 거래처 관할인 C 세무서에 피조사 업체도 알지 못하는 조사 결과를 통보해 거래처에 즉시 과세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하도록 하는 등 절차가 무시된 채 진행됐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며, 적법한 절차가 준수돼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보호를 요청하며, 본 조사 사건이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조치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A사 측과 관계사들은 같은 달 29일, 범칙심의위원회 심위의원들에게 추가 서류를 제출했다. 해당 서류의 내용에는 ‘피조사 법인들에 대해 각 법인은 기자재 유통, 토·전기공사, 구조물 제작을 각각 수행하는 이유로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아니라 공정별로 전문성을 갖춰 시장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중복 매출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업 하나에
조사관 10여명?

이어 ‘피조사 법인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년도 시공실적을 사용해 회사 달력을 제작했다. 기자재가 설치·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출 600억∼700억원의 매출처를 가진 업체가 피조사 법인 같은 신생 유통사를 상대로 가공거래를 시도할 이유도 없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번호 검수하는 준공검사로 가공제품이 거래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영업 환경의 변동에 따라 납품지를 재배정하거나 반품 또는 교환할 수 있는 이는 유통업체의 일반적인 상식이며, 경영판단에 따른 자재 선수매가 가공거래라면, 국내 유수의 건설업체라도 모두 가공거래 혐의자가 될 것이다. 공사가 지연된다는 사실 하나로 미착수 현장으로 표현하면 실체가 없는 실제 현장과 관련해 자재의 조달이 모두 부인된다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가공의 매출을 발생시킬 시에는 오히려 절세할 수가 없으며, 범칙에 의한 실익이 전혀 없다. 피조사 법인 중 대표하는 한 곳은 전기공사업 시공능력 기준 충청남도 5위에 올라가 있으며, 한국서부발전이 발주한 690억원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수주했다. 충남도 내 중소기업 중 단일 3MW 규모 육상태양광발전소 시공실적과 5MW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 시공실적을 가진 유일한 업체’라고 덧붙였다.

A사는 한 국세청장에게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해 ▲피조사 법인도 법칙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의견 진술 기회의 요구 ▲피조사 법인의 범칙심의위원회 참석이 불가능할 경우 조사팀 참석도 불허토록 요구 ▲심의위원들의 공정한 판단을 받기 위해 피조사 법인이 제출한 의견서에 임의적인 편집이 없도록 해달라 등을 요구했다.


다음날 조세범칙심위의원회가 개최됐지만 A사는 또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시간을 잘못 안내받은 것이다. 7월30일 오후 2시로 안내를 받았지만, 오전 10시부터 진행돼 10시45분에 끝났다.

소식 없어 조사결과 문의하니…
“다 끝나…청장 결재도 끝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대화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조사관은 전날 바뀐 시간을 알았다며 필요 없으니 부르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A사 관계자는 “오후 2시로 안내하는 전화통화만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 확인해보니 조사1국서 심의하는데, 조사2국서 안내받았으니 의미가 없다. 내가 어떻게 국세청 조직도를 다 알겠느냐”며 억울해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을 알려준 사람에게 물으니 시간이 바뀐 줄 몰랐다고 하더니 ‘참석했냐고 물으니 참석했다’고 답했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A사가 보기에는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시간을 다르게 안내받았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가, 추가서류도 제출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 조사 대상은 따돌리고 조사팀만 참석하는 졸속행정이라며 A사 측은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결과 통지 순서에 대해) “사안에 따라 다르다. 예산세액 등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중간에라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청장님께 보고 전이라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서면으로 결과 통지가 나가는 건 당연히 내부 결정이 끝난 후에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무서가 먼저 인지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임하고 있는 세무서라면 알 수도 있다. 대리인이기 때문에 납세자의 해당 업무에 대해 알고 있을 확률이 있다. 조사 대상 업체보다 다른 곳이 먼저 알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된 게 맞다”고 답변했다.

납세자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심의 안건 종류에 따라 규정이 정해져 있다. 직접 참석해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심의안건이 있고, 서면으로만 자기 의사를 제출할 수 있는 안건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심의위원회에 대한 정보에 대해)그 부분을 굳이 비밀로 하지 않는다. (해당 업체가)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부분은 아니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다. 따로 할 말은 없다”고 덧붙였다.

“인사고과에
영향 없진 않다”

아울러 “조사 기간이 1년 이상 되는 곳은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순수한 조사 기간일 수도 있고, 조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늦어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업무상 수사관에 대해 금전적인 대가는 없다. 예를 들어 형사가 특정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을 맡아 잘 처리했다면 인사고과에 영향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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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