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낙→이대만’ 이낙연 딜레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10 10:24:01
  • 호수 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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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밑까지…역전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이낙연 대세론’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대권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민주당 안팎서 감지된다. 여야 잠룡 중 압도적 1위를 달리던 때와는 위상이 사뭇 달라졌다. 일각에선 ‘부자 몸조심’을 이유로 든다. <일요시사>는 이 의원의 딜레마를 뒤쫓았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어대낙’(어짜피 대표는 이낙연)은 유효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오는 8·29전당대회서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같은 당 김부겸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추격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대세에 영향을 주기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김부겸·박주민 두 후보가 ‘이낙연 대세론’을 언제든 흔들 수 있다는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어대낙이 유효한 이유다. 

멀어지는
대권의 꿈?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미디어오늘의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조사하고, 지난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는 8·29전당대회 당 대표 적합도서 이 의원이 69%를 기록, 14%의 박 의원과 11%의 김 전 의원을 크게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대로라면 어대낙은 현실이 된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대만’(이러다 대표만)을 언급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 의원이 7개월짜리 당 대표만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대권에 대한 비관론이다. 

이 의원은 ‘당권’ ‘대권’ 모두를 정조준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권 1년 전 대권에 도전하는 당 대표는 직을 사퇴하도록 규정한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9일 열린다. 


즉 이 의원이 오는 8·29전당대회서 당권을 잡은 후 대권에 도전하려면 2021년 3월9일 전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 7개월짜리 시한부 당 대표인 셈이다. 민주당 당 대표의 임기는 2년으로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게 된다. 

지난 4월과 7월 성추문으로 공석이 된 부산·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내년 4월에 열린다. 당헌·당규 개정이 없다면 이 의원은 재보궐 선거가 열리기 전에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미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지도부 공백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안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 의원을 제외한 다른 당 대표 후보들은 이 의원에게 이 같은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다.

어느새 지지율 반토막 ‘거품이었나’
‘엄중 낙연’ ‘부자 몸조심’ 현실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첫 연설회서 김 전 의원은 “지금 누구나 우리 당의 위기를 말한다. 그 위기의 정점은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아니냐”며 “이미 예정된 위기, 최정점서 당 대표를 그만둔다는 것,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태풍이 몰려오는데 선장이 배에서 내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이 의원을 저격했다.

박 의원 역시 최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의원의 7개월 시한부 당 대표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당 대표는 안정적·장기적으로 당을 이끌며 비전과 청사진을 만들 수 있어야 하며, 전환시대에 새로운 정책을 긴 호흡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이 의원은 좋은 분이긴 하지만, 당 대표가 되면 호흡을 짧게 가져갈 것”이라며 대권과 당권의 분리를 강조했다.


이 의원 입장에선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손보는 당헌·당규 개정도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의 이해찬 체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남은 기간 동안 무리하게 당헌·당규를 손보다가는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앞서 유사 논란이 한 번 불거졌던 바도 있다.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지난 6월30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임기를 분리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을 의결했다. 잠룡의 중도 사퇴로 2년 임기가 보장된 최고위원들까지 동반 사퇴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의결 내용대로라면, 당 대표가 조기 사퇴할 경우 임시 전당대회가 열려 기존 최고위원 임기는 종료되지 않는다.

앞서 김 전 의원은 당 대표로 당선될 시 임기를 채운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권주자 중 이 의원만이 7개월 시한부 당 대표 프레임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의 대권행을 돕기 위해 현 지도부가 당헌·당규를 개정, 이 의원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해당 안은 전당대회를 통해 확정된다.

만약 이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후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에 나선다면, 이는 또 다른 논란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예상되는 논란은 ‘셀프 특혜’다. 본인의 대권가도를 열기 위해 당 대표직을 이용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저격에
휘청∼

이 경우 여권의 다른 잠룡들과의 형평성 논란까지 불러올 수 있다. 이 의원을 제외하면 여권 잠룡은 대부분 광역지자체장들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구애받지 않는다. 즉 이 의원 본인만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라는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의원은 대권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조사하고,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의원 지지율은 25.6%로 나타났다. 3개월째 하락세다. 

반면 ‘사법 족쇄’를 풀어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연일 상승세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 지사는 동 여론조사서 19.6%를 기록했다. 5월 14.2%였던 지지율은 6월 15.6%로 상승했으며, 대법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7월에는 20%대에 근접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2개월째 상승세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6.0% 포인트에 불과하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컨벤션 효과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다. 컨벤션 효과는 전당대회나 대선과 같은 굵직한 정치 이벤트 과정서 후보들의 지지율이 이전에 비해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후보에 대한 언론 노출도가 상승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당선 확률이 떨어지는 정치인이 전당대회 등에 출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권자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다. 컨벤션 효과대로라면 지지율이 상승해야 한다. 이 지사는 사법 족쇄를 떨쳐냈지만, 그뿐이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 대표 후보임에도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고, 전당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이 지사의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다. 기현상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지나친 신중함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의원은 여의도에 재입성한 후 부동산 논란과 인천국제공항(이하 인국공) 문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 각종 이슈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언행을 보였다.
 

▲ ▲▲ 당권 도전에 나선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지난달 초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부동산 논란과 관련해 이 의원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이 지사는 비슷한 시기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주택백지신탁제처럼 필수부동산(주거용 1주택 등)을 제외한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다
대표만?

이 의원은 인국공 문제에 6월 말까지 침묵했다. 그러다 지난달 1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인국공 문제가 시급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나 국토교통위원회, 또는 합동회의를 열어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해법이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는 뒤늦은 입장 발표였다. 김 전 의원이 지난 6월26일 인국공 문제에 대해 “누가 뭐래도 정부와 지자체는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려가는 게 맞다”며 논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모습과 대비됐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도 신중 모드는 여전했다. 이 의원은 국회서 관련 질문을 받자 “당에서 정리된 입장을 곧 낼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이후 이해찬 대표의 공개사과가 있고 나서야 “국민이 느끼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과정서 질타도 받았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를 ‘피해 고소인’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 역시 다른 민주당 의원들처럼 성추행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서 나왔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던 지난 7월 중순, 이 의원은 현 민주당 지도부의 소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후보들이 말하기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 전 의원은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당헌을 존중하되, 당원들의 뜻을 물어 최종 판단하겠다”며 “만약 당원들의 뜻이 공천이라면, 내가 국민에게 깨끗이 엎드려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필요하면 당헌을 개정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현 민주당 지도부의 소관이라며 당헌 개정에 소극적이었던 이 의원의 입장과 차이가 크다.

이 의원은 여의도 입성 후 지나치게 신중한 언행을 보여 ‘고구마 화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이 의원은 직분에 충실하자는 원칙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지만, 일각에선 ‘부자 몸조심’이라고 평가한다. 당권과 대권을 모두 잡으려다 실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나친 신중함에…
친문 눈치 보다가?

이 의원의 이 같은 모습은 몇 개월 전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의원이 내각에 있던 시절 별명은 ‘사이다 총리’였다. 국무총리이던 시절 야당의 날선 공세를 품격 있고 절제된 언행으로 되받아치는 모습에 민주당 지지층이 붙여준 별명이다.

지난 2017년 9월 대정부질문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김성태 의원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문 대통령이) 대화를 구걸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말했다”며 비판하자, 이낙연 당시 총리는 “의원님이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되받아쳤다.

이어 함진규 의원이 “남조선은 대화 자격이 없다. 핵은 우리와 미국 사이의 문제”라는 북한의 입장을 전하자, 이 총리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미국이 대화를 말하면 전략이라 하고, 한국이 대화를 말하면 구걸이라 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반격했다.
 

▲ ▲▲ 당권 도전에 나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사이다’서 ‘고구마’로의 변화는 낯설기만 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낙연 의원의 애매한 포지션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한겨레>를 통해 “이 의원은 균형감 있는 정치인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부자 몸조심만 하는 인상을 준다”며 “당내 주류세력 눈치를 보자니 입장 없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고, 자기 목소리를 내자니 당내 기반이 없어 언제든지 지지율이 뒤집힐 수 있다는 불안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의 ‘아킬레스 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정치권에선 줄곧 이 의원의 당내 세력이 약한 점을 약점으로 꼽아왔다. ‘NY(이낙연)계’는 21대 총선 이후 세 확장 중이다. 아직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시기상조다. 

이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 문재인)계의 선택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즉 당내 주류인 친문의 뜻에 반하지 않으려다 보니, 소신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 인기
되찾을까?

이 의원은 변화를 예고했다. 총리 시절 보여줬던 사이다스러운 모습을 잃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고구마라는 별명을 의식한 듯 최근에는 뚜렷한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 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감사원장은 좀 더 직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며 “(추 장관은)개성이 강한 분”이라고 말한 점이 대표적이다. 결국 이 의원의 강점인 ‘균형감각’을 십분 발휘해 친문의 뜻에 반하지 않으면서 소신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 적신호, 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8·29전당대회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서 흥행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초라한 당권레이스’라는 말까지 들리며 최고위원 경선이 더 흥미진진하다는 자조적인 평가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이낙연 대세론’ ‘아젠다 부재’ ‘언택트(비대면) 방식’ 등 여러 원인이 언급된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으로 대표되는 대세론으로 민주당 당원들은 전당대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권의 잠룡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행보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이낙연·김부겸·박주민 등 당권주자들은 아젠다 제시보다 친문 구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번 전당대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방식으로 치러져 후보들이 좀처럼 분위기를 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해찬 대표 역시 저조한 흥행 성적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통상 후보만 참석하는 지역별 합동연설회에 동행하고 있다.

과연 이해찬 대표의 동행이 흥행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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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