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죽다 살아난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권까지 5부 능선 넘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정치적 위기서 벗어난 것은 물론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가 이 지사의 기사회생 과정을 따라가봤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문병희 기자

지난 16일 오전부터 포털사이트 검색어로 ‘이재명 재판’이 오르내렸다. 동시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이 요동쳤다. 당선 무효형 확정과 파기환송의 두 가지 가능성을 두고 대법관들의 입에 관심이 집중됐다. 오후 2시 대법원 재판을 생중계한 방송사 유튜브에는 실시간 시청자가 10만명 가까이 몰렸다.

허위사실 공표
대법서 뒤집혀

지난 16일 대법원은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은 이 지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날 판결로 당선 무효 위기에 놓였던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권 노영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항소심은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가 나왔다. 

판단이 갈린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다.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상대방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며 모친 등 다른 가족들이 진단을 의뢰한 것이고 자신이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다”고 답했다. 

이 지사의 발언대로 2012년 4월 그의 가족이 형에 대한 조울증 치료를 의뢰하는 문서를 작성하고 서명한 사실이 재판 과정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지사가 형의 강제입원 절차 개시를 지시한 것도 재판 과정서 드러나면서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이 불리한 발언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심은 이 부분에 대해 무죄로 봤지만 2심은 유죄로 보고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재판의 쟁점은 이 지시가 친형 강제입원 절차 개시 지시 등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되는지의 여부였다. 

대법관 다수는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무죄 나오면 대선까지 가능해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후보자가 토론회 등을 통해 유권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하고 자유로운 의견 소통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자 사이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으로 계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토론의 현실적인 한계에 대해 국가기관이 발언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면 후보자는 사후 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에 토론에 활발히 임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토론회서 강제입원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과 의혹 제기에 답변한 것”이라며 “상대 질문에 단순히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대 질문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판결에 앞서 모두발언하는 김명수 대법관 ⓒ고성준 기자

또 “이 지사가 형의 입원에 대한 절차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다”며 “상대의 공격에 대해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일부 부정확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한 것을 두고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항소심서 이 지사의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공직선거법 등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배경을 밝혔다.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이 지사의 발언이 단순한 묵비가 아니라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 사건서 상대 후보자의 질문은 즉흥적이거나 돌발적인 게 아니고 이 지사는 그 답변을 미리 준비했다”며 “이 지사는 단순히 부인한 것뿐 아니라 보건소장 등에게 지시하고 독촉한 사실을 숨기고 유리한 사실을 덧붙여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의와 선고에는 대법관 13명 중 12명만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 다른 사건서 이 지사의 변호를 맡았다는 이유 등으로 회피 신청을 내고 상고심에 관여하지 않았다.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이 7대 5로 팽팽하게 갈렸던 셈이다.

법 굴레 벗고
대권주자로

대법원서 파기환송 결정이 나면서 이 지사는 법원의 최종 판단 전까지 경기도지사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파기환송심 이후 무죄가 확정되면 차기 대선 출마도 가능하다. 2018년부터 이어졌던 법정 공방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자신의 SNS에 ‘고맙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을 통해 그는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감사드린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 정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여기서 숨 쉬는 것조차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다. 계속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한 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고 말했다.

특히 “불공정·불합리·불평등서 생기는 이익과 불로소득이 권력이자 계급이 돼버린 이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희망도 없다. 오늘의 결과는 제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라는 여러분의 명령임을 잊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제게 주어진 책임의 시간을 한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고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머니는 이 결과를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셨고 애증의 관계로 얼룩진 셋째 형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 가족의 아픔은 고스란히 저의 부족함 때문이며 남은 삶 동안 그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의 셋째 형은 바로 강제입원 사건의 당사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판결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대법원이 이 지사에 대해 파기환송을 선고함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이어 “이 지사는 지역경제, 서민주거 안정, 청년 기본소득 강화 등 경기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경기도민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으로 도정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며 “당은 이 지사의 도정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이 지사께서 이끌어 오신 경기도정에 앞으로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 국난극복과 한국판 뉴딜 등의 성공을 위해 이 지사님과 함께 손잡고 일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환영
통합당 비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도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은 천만다행한 날”이라며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고 ‘선거운동의 자유와 허위사실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해준 재판부에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나 오늘 판결이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은수미 성남시장에 대한 당선 무효형 판단을 뒤집었던 대법원이 이번에도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라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산, 서울에 이어 경기도까지 수장 공백사태가 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지사가 1년 넘게 재판을 받는 동안 약 1300만 도민과 국민에게 남은 것은 갈등과 반목, 지리멸렬한 말싸움뿐”이라며 “그에 대한 보상과 책임은 누구도, 또 무엇으로도 다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비록 사법부는 이 지사에게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죄라 할 것이다. 도민과 국민에게 남긴 상처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겸허한 자세로 오직 도정에만 매진하는 것만이 도민과 국민께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로 이 지사의 대권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이 지사는 대선후보 지지율이나 직무수행 평가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서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오면서 정치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6월 전국 15개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 조사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보다 0.9%포인트 상승한 71.2%로 나타났다. 취임 첫 달인 2018년 7월(29.2%)과 비교해 42%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당시 이 지사의 순위는 꼴찌였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서 “코로나 정국에서 분명한 대응을 해서 정책 역량을 보여준 게 가장 큰 요인”이라며 “기본소득이나 부동산 이슈서도 차별화된 정책을 많이 내놨다. 이재명 표 리더십을 보여준 게 지지도가 급등한 가장 큰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조사서도 이 지사는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갤럽은 지난 6개월간 성인 2만3397명을 대상으로 시도지사들의 직무수행에 대해 물었다. 이 지사는 직무 긍정률 71%로 김영록 전남지사와 함께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직무수행평가·지지율 상승세
이낙연 언급에 “인품 훌륭해”

눈여겨볼 부분은 긍정률 상승폭이다. 이 지사는 2019년 상반기 45%서 하반기 53%로, 이번 상반기에는 71%까지 수치가 치솟았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 긍정률 63%, 2분기(4∼6월) 78%로 크게 뛰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긴급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논의를 촉발시킨 점 등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지사는 지난 2월 대구 지역의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빨라지자 신천지 명단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대선후보 지지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갤럽서 7월 둘째 주(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에게 자유응답 방식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13%로 민주당 이낙연 의원(2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최근 대선후보 구도는 이 의원이 7개월 연속 20% 중반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와중에 이 지사가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이 지사는 올해 초 3% 수준의 선호도를 기록했지만 3월부터 10% 초반으로 높아졌다.

인천과 경기, 40·50대, 진보층에서는 20% 내외까지 올랐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4일과 6일, 7일 등 사흘간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이원이 28.8%로 1위, 이 지사는 20%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의원의 선호도는 전달과 비교해 4.5%포인트 떨어졌고, 이 지사의 선호도는 5.5%포인트 오르면서 둘 사이의 격차는 8.8%포인트까지 줄었다.(자세한 사항은 한길리서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지사는 대법원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제가 정치적 조직도, 계보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외톨이이긴 하지만 우리 국민이 제게 그런 기대를 가져주시는 것은 지금까지 맡겨진 시장으로서의 역할, 또 도지사로서의 역할을 조금은 성과 있게 잘했다는 평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선고로 법적 족쇄까지 풀리면서 이 지사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 지사의 대선 가도가 마냥 꽃길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큰 갈등을 빚으면서 미운 털이 박혔기 때문이다. 

친문 의식
몸 낮추기?

이 지사는 대선 경쟁자인 이 의원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서 “인품도 훌륭하고 역량도 뛰어난 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존경한다”며 “저도 민주당의 식구이고 당원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의원님 하시는 일 옆에서 적극 협조하고 함께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하고자 하시는 일, 또 민주당이 지향하는 일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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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