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휴가철 신풍속도

떠나라! 조심해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여름 휴가 시즌이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지금쯤 해외여행 계획을 앞두고 들떠있겠지만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늘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휴가 기간을 집에서 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시작된 봄도 즐기지 못한 만큼 짧게나마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연령대에 따라 다르지만 캠핑부터 해외여행까지 여러 개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여행 신풍속도다.

코로나19에 따른 여행 신풍속도의 중심에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이 자리잡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은 집에서 머무르는 ‘집콕’과 같은 말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단순히 집에서 휴식을 하는 것과 달리 즐길 거리를 집으로 끌어들여 휴가 형태로 즐긴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진화된 집콕
먹거리 위주

스테이케이션과 집콕의 작은 차이 때문에 다를 게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테이케이션과 집콕은 분명 다르다. 형태만 놓고 본다면 작은 차이지만 소비 형태 범위까지 확대하면 차이는 커진다.

집콕의 경우 ‘먹거리’ 위주 소비 외엔 별다른 소비가 없다. 반면 스테이케이션을 위해선 먹거리는 물론 다양한 주변 도구, 소위 즐길 거리 구매도 늘어난다.

라면을 끓여먹어도 기존 냄비가 아닌 코펠을 활용하고, 집 앞 마당서 간이 수영장을 꾸미는 식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특히 장소도 무조건 집이 아닌 캠핑과 펜션 등을 이용하는 형태도 넓은 범위서 스테이케이션에 해당한다.


잡코리아는 최근 직장인 1023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 있다는 답은 9%에 그쳤다고 밝혔다.

‘올해는 따로 여름휴가를 가지 않겠다(22.9%)’ ‘겨울휴가 등 아예 휴가를 미루겠다(6.4%)’ ‘휴가를 내서 자녀 등 가족을 돌보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2.6%)’ 등 올해 여름휴가를 포기했다는 응답은 31.9%였다. ‘아직 미정,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 등의 대답은 59%를 기록했다. 

설문대로라면 10명 중 1명은 여름휴가를 떠나고, 3명은 휴가를 포기한 상태다. 6명의 경우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휴가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명 중 1명 떠나’ 스테이케이션 등장
자동차 숙소로 진화 중…‘차박’도 인기

코로나19의 위험도를 낮추는 형태의 휴가를 즐길 곳이 있다면 휴가를 떠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스테이케이션이 최근 여름휴가의 신풍속도 속 중심에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실제 캠핑 등을 통해 한 공간서 머무르며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스테이케이션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리조트보다 한적하게 지낼 수 있는 펜션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티몬이 최근 올해 4∼5월 숙박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펜션·캠핑의 비중이 52%를 기록해 호텔·리조트의 48%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4월 펜션·캠핑 매출 비중은 작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코로나19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조용히 휴가를 보내려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티몬의 설명이다.

▲ ⓒ고성준 기자

야놀자가 사용자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티몬의 매출 분석 결과와 비슷했다. 지난 3∼5월 펜션의 이용 건수가 작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를 설치한 야놀자 제휴점서 언택트 체크인을 한 고객은 지난 5월 기준 설치 제휴점 예약자의 절반을 넘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봄을 즐기지 못한 이들이 보복적 소비 형태로 관광지 위주가 아닌 도심과 떨어진 야외 펜션 및 캠핑에 나선 이들이 늘어다는 것이다. 레저업계는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캠핑이 일상에 파고든 건 이미 수년 전 일이지만 최근엔 즐기지 않던 이들까지 캠핑에 뛰어들고 있다.

일례로 지난 3∼5월 캠핑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6월 들어 캠핑용품 매출 상승세는 가파르다. 홈플러스의 경우 이달 1∼5일 캠핑 관련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169% 증가했다.

관광보다 캠핑
아웃도어 판매

캠핑 관련 용품 판매가 증가하자 유통업계는 캠핑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물론 롯데·신세계백화점 등 백화점은 캠핑용품, 아웃도어 의류 등 할인 판매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주류업계는 쿨러백(Cooler Bag)과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는 트레이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캠핑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동차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도 올해의 여행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차박은 2030 젊은층 사이서 특히 인기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엔 ‘#차박’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만 11만개가 넘는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지난 3월서 5월까지 ‘차박’ 키워드 일일 검색 횟수는 지난해 대비 4.6배 증가했다. 

차박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인 ‘차박캠핑클럽’의 5월 신규 회원은 코로나 확산 전인 지난 2월(2600명)에 비해 6배 이상 증가(1만6600명)했다.

차박의 인기는 쇼핑 트렌드서도 실감할 수 있다. 위메프는 4월 한 달간 차박 캠핑 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텐트를 치지 않고 차량 내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차박매트’ 판매는 7.4배까지 늘었다.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하기 위해 차박 전용 텐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증가해 ‘차박텐트’ 매출은 2.3배 증가했다. 차량 내에서 시가잭이나 USB 포트로 전기를 공급해 사용하는 ‘차량용 냉장고’는 약 두 배, 차량에 거치해 사용할 수 있는 ‘차량용 테이블’은 1.7배 판매가 늘었다. 

▲ 휴가철 여름 바닷가 풍경

한 항공권·호텔·렌트카 예약사이트가 올 5∼6월의 항공권·렌터카 검색량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여름 제주도 지역의 항공권 검색 비중 및 렌터카의 검색량이 전년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이 지난 5월 가장 많이 검색한 상위 10개 노선 중 5개 노선이 모두 ‘제주’행 항공편으로, 1위 서울∼제주도 노선 항공편 검색 비중은 전년대비 33.9%포인트 급증했다.


해수욕 신호등
홈캠핑도 유행

다음으로 부산∼제주(+6.4%포인트), 청주∼제주(+5.0%포인트), 대구∼제주(+4.0%포인트), 광주∼제주(+2.3%포인트) 노선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제주도행 특가 항공권 이벤트를 연달아 내놓은 것도 제주도의 인기가 전년보다 더 주목받게 된 요인으로 보인다.

제주 내 렌터카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띈다. 5월25일서 6월21일 사이 약 한 달간 사이트서 검색된 제주도 지역 내 렌터카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으며, 비슷한 기간(5월22일∼6월21일) 검색량은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제주도 여행지의 수요 증가와 렌터카의 검색량 증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안전한 여행을 하고자 하는 여행객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밀집된 곳을 피하는 게 생활 지침이 되면서, 여행지서도 렌터카를 빌려 이동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 해수욕장의 혼잡도를 신호등처럼 볼 수 있는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도 생긴다. 전라남도 지역 해수욕장에는 예약제가 시범 실시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8일 이 같은 내용의 ‘해수욕장 이용객 분산 대책’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는 신종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여름철 해수욕장 이용객을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30분마다 혼잡도를 색깔로 표시하는 서비스다. 적정 인원 대비 혼잡도에 따라 100% 이하는 초록색, 100% 초과∼200% 이하는 노란색, 200% 초과는 빨간색을 나타낸다.

적정 인원은 백사장 내 2m 거리 유지를 기준으로 1인당 소요 면적(3.2㎡)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해수부는 신호등 서비스를 위해 통신업체인 KT가 보유한 빅데이터 정보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해수욕장 갈 땐 ‘신호등·예약제’ 기억 
코로나 후 첫 휴가철 방역 정책 분수령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은 다음달 1일부터 해운대, 광안리, 다대포, 경포대, 대천 해수욕장 등 10개 대형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된다. 해수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시행 대상을 전국 50개 해수욕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호캉스족’에게 올여름은 다양한 패키지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를 수 있는 기회다. 서울 신라호텔은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와 ‘루프탑가든’ 이용권, 2인 숙박과 조식 등을 묶은 ‘어반 루프탑 가든’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해운대 하늘과 바다를 야외서 조망할 수 있는 오션풀 루프탑 이용과 라이브 뮤직 파티 ‘선셋 파라다이스’ 티켓 등이 포함된 ‘얼리 서머’ 패키지를 마련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객실과 오아시스 야외 수영장, 풀사이드 바비큐 뷔페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오아시스 풀사이드 바비큐 패키지’를 내놨다. 

▲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서 검체 체취하는 ⓒ문병희 기자

호텔 수영장 이용이 꺼려지는 이들을 위한 패키지도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7월31일까지 ‘한강 피크닉 패키지’를 선보인다. 디럭스 객실 1박, 조식 2인, 피크닉박스, 크루즈 이용권 2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초대권 2매로 구성한 상품이다.

홀리데이 인 인천송도가 마련한 ‘송도 겟어웨이 패키지’는 객실 1박과 조식 2인, 센트럴파크 패밀리보트 이용권 1매, 워터보틀 1개 등을 제공한다. 

이것저것 신경 쓰기 싫을 때는 ‘홈캠핑’으로 여행 기분을 내볼 수도 있다. 작은 텐트나 캠핑의자를 집 베란다나 옥상, 마당 등에 설치하고, DIY 에탄올 난로나 1인용 화로 등을 켜면 집에서도 ‘불멍’(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직 위험해
알고 즐겨야

코로나19 유행 후 처음 맞는 여름은 여러 모로 전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서 이번 휴가철 인구 이동은 향후 방역 정책 수준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대영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 연구위원은 “주요 관광지의 경우 입장객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온라인 사전 예약 시스템을 구축해 ‘2m 거리두기’가 가능한 수준서 하루 입장객 수를 관리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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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