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재벌가 신(新)혼맥 [제3탄] 라이벌 껴안기

사돈 전 앙숙이거나, 사돈 후 원수되거나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신 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재벌 가문와 정치인 집안 간 결합이 눈에 띄게 줄면서 재벌가끼리 사돈을 맺는 ‘그들만의 혈맹관계’가 두드러졌다(본지 680호 참고). 재벌가간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비즈니스 패밀리’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들은 ‘뭔가를 노리고’ 앞 다퉈 정치인들과 사돈을 맺었지만 ‘정경유착’으로 의심받는 등 득보다 실이 많자 재벌 가문끼리만 사돈을 맺기 시작했다”며 “대기업 자녀들은 대부분 학교와 유학 등을 같이 다니면서 인연을 쌓고 자연스레 혼인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재벌그룹 일가간 혼인은 그저 사세 확장을 위해 자녀들을 커플로 엮어준 ‘정략결혼’도 적지 않다. 특히 라이벌 그룹 집안끼리 혼사를 맺은 통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정글’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법. 사돈도 예외가 아니다. 시댁, 또는 처가라 해서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윈윈(win-win)’모델은 드물다. 오히려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한 사업을 놓고 사돈끼리 갈등을 겪기도 한다. ‘사돈집과 화장실이 멀수록 좋다’는 말이 되새겨지는 대목이다.

재계의 최대 양대 산맥이자 최고 맞수인 삼성그룹과 LG그룹이 대표적이다. 두 그룹 총수 일가는 ‘라이벌 껴안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사돈 사이다. 1958년 이 창업주의 차녀 숙희 씨와 구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결혼한 것.


뿐만 아니다. 두 창업주의 인연은 남다르다. 이들은 모두 경남 출신으로 초등학교(진주 지수초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같은 시기에 같은 분야로 사업을 시작했다. 구 창업주는 “이 창업주와 같은 반에서 책상을 나란히 맞대고 공부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집안은 결과적으로 앙숙이나 다름없다. 사돈관계가 되면서 두 사람은 불필요한 사업 경쟁은 피하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맺었지만 소용없었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창업 이후 반세기 넘게 가전부터 반도체, 통신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물고 물리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감정싸움이 벌어졌고 때론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별들의 전쟁’무대는 한국을 넘어 해외로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한때 손을 잡은 적이 있다. 1964년 구 창업주가 이 창업주의 달콤한 동업 제안을 받아들여 각각 50대50의 비율로 공동출자한 방송사업(라디오서울·동양TV)이다.

그러나 ‘공동경영’에서 두 회사 임직원간 알력 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파국으로 끝났다. 이별도 순탄치 않았다. 당초 LG그룹이 동양TV를, 삼성그룹이 라디오서울을 갖기로 합의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삼성그룹이 라디오·TV 사업을 모두 가져갔다. 

당시 LG그룹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고, 구 창업주는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1969년 삼성전자 설립 전 이 창업주가 한발 앞서 1958년 금성사를 설립한 구 창업주를 찾아가 전자사업 얘기를 꺼냈다가 대놓고 면박을 받은 일화도 유명하다.

LG그룹 일가는 범현대가와도 사돈지간이다. 구 창업주의 셋째 동생인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의 손녀 은희 씨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정일선 BNG스틸 사장이 부부사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각각 심리학과 경영학을 공부하던 중 만나 1996년 결혼했다. 정 사장은 2006년 8월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한 정대선 BS&C 사장의 친형이다.

두 집안은 ‘반도체 빅딜’사건 이후 서먹해졌다. LG그룹은 1979년 출범한 반도체 사업을 1998년 김대중 정부의 빅딜정책에 따라 거의 반강제적으로 당시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넘겨줬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구 회장이 반도체 빅딜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전경련에 지금까지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LG그룹은 2007년 3월 창립 60주년 사에서 “1998년은 혹독한 아픔의 시간이었다. 정부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재벌간 혼인 사세확장 노림수…맞수 집안도 ‘OK’
서로 도움 ‘윈윈’ 모델 드물어 “툭하면 으르렁”

반도체 빅딜로 한창 시끄럽던 그해 재계엔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 세령 씨가 웨딩마치를 울린 것. 이들의 만남은 모친들의 ‘사전 교감’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결혼이 발표되자 여러 해석들이 쏟아졌고 그 관심 또한 어느 누구의 결혼 못지않았다. 재벌간 혼사는 물론 ‘삼성 황태자’의 결혼이란 점에서 시선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조미료 시장을 두고 뜨거운 경쟁을 벌였던 두 그룹간 결합이란 점은 호사가들의 안줏감으로 충분했다.

삼성그룹과 대상그룹은 1970년대 식품문화의 새로운 장을 연 각각 ‘미풍’과 ‘미원’으로 불꽃 튀는 ‘조미료 전쟁’을 벌였다. 전형적인 영·호남 대표기업이란 지역적 특수성까지 겹치면서 양 그룹은 그야말로 사활을 건 전면전을 펼쳤다. ‘조미료 맞장’에서 대상그룹의 미원이 우세를 보이자 이 창업주는 “미풍이 미원을 이기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대상은 1980년대 ‘맛나’와 ‘다시다’로 다시 맞붙었지만 엎치락뒤치락하는 승부를 반복하다 이재용-임세령 결혼을 전후해 화해무드가 조성됐다. 각종 매스컴에선 이들의 결혼식을 두고 ‘조미료 전쟁 청산’, ‘영·호남 재벌 화합’등의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이도 잠시. 숙명의 라이벌전은 CJ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1993년 독립경영을 선언한 뒤 계열 분리가 완전히 마무리된 2000년대 들어 조미료를 비롯해 고추장, 된장, 식용유 등 다양한 먹거리 분야에서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삼성그룹 일가는 삼성계열이자 사돈기업인 중앙일보의 강력한 라이벌 관계였던 동아일보 사주 가문와 사돈을 맺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는 2000년 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차남이자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의 동생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와 결혼했다. 이 전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누나다.

사돈기업간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롯데그룹과 태광그룹이 주인공.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사위다. 이 회장이 신격호 회장의 조카사위인 셈이다. 이 회장의 부인 신유나 씨는 지난해 7월 새로 설립한 주류소매업체 메르드뱅 대표이사로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과 태광그룹은 원수지간이 된 지 오래다. 2006년 롯데그룹이 태광그룹의 ‘다 된 밥’에 숟가락을 꽂으면서 사돈기업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됐다. 우리홈쇼핑 얘기다.

롯데그룹은 기존 우리홈쇼핑 인수를 추진하던 태광그룹이 지분 45.04%를 확보한 상황에서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어 지분 53.03%를 인수, 경영권을 차지했다. 이 회장은 “태광그룹이 인수하려 했던 우리홈쇼핑을 사돈이 중간에 가로챘다”며 울분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신경전은 결국 법정소송으로 비화됐다. 태광그룹이 2007년 2월 “우리홈쇼핑의 최대주주를 롯데쇼핑으로 변경한 것은 위법”이라며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 현재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한 태광그룹이 지난해 3월 다시 대법원에 상고해 사돈관계인 두 그룹간 지루한 법정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본의 아니게 한두 다리 건너 라이벌 회사와 혼맥으로 연결된 재벌가도 있다. 항공업계 영원한 숙적인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혼맥의 본산인 범LG가를 통해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LG그룹 일가와 사돈관계를, LG그룹 일가가 한진그룹 일가와 사돈인 것.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장남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재영 씨는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의 3녀 문정 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 고 구철회 LIG손보 창업주의 3남이다. 구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차녀 명진 씨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4남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과 결혼하면서 한진-금호간 ‘사돈의 사돈’관계를 완성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품에 안은 대우건설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박삼구 회장의 친형인 고 박정구 전 회장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사돈 간이다. 박 전 회장의 장녀 은형 씨는 김 전 회장의 차남 김선협 아도니스CC 사장과 혼인했다. 

박 회장이 사돈의 옛 회사를 가져간 꼴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 사돈관계인 김 전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결혼 재벌은?
상류층 총출동 진풍경
 

지난해에도 재벌가 혼사가 잇달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윤홍씨는 모 중소기업 오너의 딸과 지난해 8월 결혼했다. 윤홍 씨는 2002년 당시 LG칼텍스(현 GS칼텍스)에 입사해 2005년 GS건설(당시 LG건설)로 자리를 옮겨 현재 GS건설 과장으로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경후 씨도 같은달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은 평범한 집안의 아들인 정종환씨. 정씨는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뉴욕 시티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후씨는 지난해 초 미국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했으며 향후 미국에서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미국 유학 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 주례로 열린 이날 결혼식엔 양가 부모와 가까운 친인척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 CEO, 재계인사 등 300여 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특히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일가, 신세계일가, 한솔일가 등 범삼성가 가족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사회 유명 인사들도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사돈을 맺어 화제를 모았다. 이 전 실장의 장녀와 강 회장의 장남이 충북 충주시 시그너스골프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

언론인 출신인 이 전 실장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참모로 활동한 뒤 참여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오랜 후원자다. 이런 인연으로 주례는 노 전 대통령이 섰다. 또 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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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