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없던 자선 골프 이벤트

오랜만에 승부욕 ‘별들의 매치’

코로나19로 PGA 투어가 멈춘 가운데, 유명 프로골퍼들의 경기 소식은 골프팬들을 설레게 했다. 정상급 선수들이 상금을 걸고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상금 전액은 의료진 지원을 위해 기부된다.
 

우즈, 두 번째 대결 미컬슨에 설욕
투어 재개 앞두고 흥미진진 볼거리

지난달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노비치의 세미놀 골프클럽(파72)에서 총상금 300만달러를 놓고 2대 2 스킨스 경기로 열린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빙 릴리프’. 더스틴 존슨(미국)과 짝을 이룬 매킬로이가 리키 파울러(미국)와 매슈 울프(미국)를 따돌렸다. 존슨-매킬로이가 185만달러를 합작한 반면 파울러-울프는 115만달러에 그쳤다.

뜻깊은 기부

선수들이 획득한 상금은 미국 간호사재단,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지원하는 데 선수 이름으로 기부된다. 이 대회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가 아닌 이벤트 대회지만, 지난 3월13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이후 두 달 만에 정상급 선수들이 대중 앞에서 상금을 걸고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프로골프 경기가 약식이나마 열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회 도중 중계진과 전화 통화에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곧 PGA 투어도 열린다고 들었다. 경제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투어 재개에 힘을 실어줬다.


네 명의 선수는 정규 대회 때는 허용되지 않는 반바지 차림으로 경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방송용 마이크까지 착용해 선수들끼리 경기 중에 나누는 대화도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하나로 캐디를 대동하지 않고 선수가 직접 가방을 메고 코스를 걸었고, 그린에서도 볼을 각자 닦았다. 깃대는 경기 진행 요원 한 명이 전담해 뽑고 꽂았고, 벙커에는 고무래가 없어 발로 모래를 고르기도 했다.

대회에 앞서 라스베이거스 도박업체 등에서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와 2018년 세계랭킹 1위 및 현재 세계랭킹 5위인 존슨이 파울러와 울프를 압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타력이나 아이언샷 정확도, 쇼트게임 등에서 매킬로이와 존슨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자 날카로운 아이언샷과 퍼트 감각을 앞세운 파울러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2번홀(파5)에서 절묘한 벙커샷에 이은 짧은 거리 버디를 잡아낸 존슨에게 먼저 5만달러짜리 스킨 3개를 한꺼번에 내줬지만, 파울러는 4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1m 옆에 떨궈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6번홀(파4)에서도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1.2m 버디를 뽑아내 두 번째 스킨을 따낸 파울러는 7번홀(파4)에서는 매킬로이의 3m 버디에 비슷한 거리의 버디로 응수했다. 파울러는 9번홀(파5)에서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스킨 3개를 챙겼다.

7번홀부터 스킨 상금이 10만달러로 올라 한꺼번에 30만달러를 추가한 파울러와 울프는 상금 85만달러를 챙기며 역전했다.

파울러는 11번홀(파)과 12번홀(파) 연속 버디로 누적 상금을 115만달러로 늘려 75만달러에 묶인 매킬로이와 존슨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파울러는 이날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넷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경기 감각을 뽐냈다.

매킬로이-존슨, 2대 2 스킨스 승리
웨지샷 한 방에 110만달러 거둬들여 


그러나 매킬로이가 기회를 놓치지 않은 딱 한 번이 있었다. 13번홀부터 18번홀(파4)까지 6개의 홀에서 승부를 내지 못해 110만달러를 걸고 17번홀(파3· 120야드)에서 니어핀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매킬로이는 홀 옆 3m 거리에 볼을 안착 시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울프는 장타 상금이 따로 걸린 2번홀(파4)에서 356야드, 14번홀(파5)에서 368야드의 장타를 날려 장타 상금 30만달러를 독식했다.

우즈는 지난달 25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메달리스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더 매치: 챔피언스 포 채리티(The Match: Champions for Charity)’에서 미국프로풋볼(NFL)의 ‘전설’페이턴 매닝(44)과 팀을 이뤄 미컬슨-톰 브래디(43) 조를 한 홀 차로 따돌렸다. 

1년 반 만에 다시 성사된 평생의 라이벌 필 미컬슨(50·이상 미국)과의 맞대결에서 지난 패배를 설욕했다. 2018년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첫 ‘일대일 맞대결’ 이벤트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미컬슨에 졌던 우즈는 이번에는 홈 코스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번 대결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성금 1000만달러(약 123억원)를 마련하는 자선 이벤트 경기로 열렸다. 관중이 입장하지 않은 골프장에서 선수들은 각자 카트를 직접 운전하며 경기를 치렀다. 악천후로 시작이 1시간 가까이 미뤄지고 경기 중에도 굵은 빗줄기가 오가는 궂은 날씨가 이어졌으나, 나란히 반바지를 입은 우즈와 미컬슨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 대결을 펼쳤다.

전반 9개 홀은 4명이 각자의 공으로 경기해 더 좋은 성적을 낸 선수의 스코어를 해당 홀의 팀 점수로 기록하는 포볼 방식으로 열렸다. 우즈-매닝 조가 3번홀(파5)에서 우즈의 버디로 기선을 제압한 이후 줄곧 앞섰다.

4번홀(파3)에선 우즈가 티샷을 가장 가까운 홀 2.5m가량에 붙이고, 매닝도 7m 넘는 버디 퍼트를 떨어뜨려 두 홀 차를 만들었다. 6번홀(파4)에서는 격차가 세 홀로 벌어졌다. 후반은 각자 티샷을 한 뒤 더 좋은 위치에 떨어진 공을 택해, 이후 같은 편의 두 명이 번갈아 샷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끌려 다니던 미컬슨-브래디는 11번홀에서 첫 승리로 반격했다. 342야드짜리 파4홀인 11번홀에서 미컬슨이 호쾌한 티샷을 그리며 뒤쪽 프린지로 보냈고, 브래디가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두 홀 차로 쫓아갔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려 손을 들어 올린 미컬슨과 브래디는 코로나19 시대의 ‘거리 두기’를 급히 떠올리며 허공에 손을 맞대기도 했다.

모두가 승자

14번홀(파4)에서는 브래디가 절호의 버디 기회를 놓쳤으나 매닝의 짧은 파 퍼트가 홀을 외면하며 격차가 한 홀로 줄었다. 16번홀(파3)은 경기 결과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브래디와 미컬슨이 약 2m, 매닝은 50㎝도 되지 않는 곳에 티샷을 보내 날카로운 샷 대결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후 17번홀(파5), 18번홀(파4)에서는 두 팀 모두 파를 기록하며 우즈-매닝의 승리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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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