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끝까지 '민영화'에 '집착'하는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8.10 19: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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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 하다가 정권 말 '오줌' 제대로 싼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민영화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임기 6개월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MB정부가 민영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3전3패' 했고 산업은행 민영화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IPO도 국회의 반대에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경쟁도입'이라는 명분 하나만을 가지고 KTX·가스·공항·면세점·의료민영화 등 무리하게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단 한 곳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KB금융이 인수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양측 노조를 중심으로 두 금융지주가 합병할 경우 소매금융 영역에서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은행 점포가 2000여 개를 넘고 중복 점포도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반대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사실상 차기 정권으로

금융당국은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금융 매각을 3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당분간 추가 매각 시도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내년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이른 시일 내에 (민영화가) 추진되지 않겠느냐"면서 "(현 정부하에서) 세 번 추진해 다 안 됐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그런 방법을 동원하면 쉽게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는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짙어졌다.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도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현행 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은행 주식을 상장하는 IPO는 지분의 최초 매도시점에서 산은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20조원)의 원리금 상황에 대해  정부 보증이 필요하고 국가재정법에 따라 사전에 국회의 보증 동의가 필요하다.

당초 산은은 지난 4월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정부 보증안을 처리한 뒤 6월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오는 10월까지 상장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주식을 민간에 파는 IPO와 민영화는 완전 별개"라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한 주라도 파는 건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 "정책금융 기능을 떼고 결국 민영화하는 것 아니냐" 등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산은의 IPO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됐다.

공적자금 들여 탄탄한 기업 만들고 민간매각
우리금융 민영화 '3전3패' MB 대선공약 무산

조선업계의 '알짜'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에 소극적이고 2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도 매각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캠코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현재 주가, 거시경제 상황, 잠재적 투자자 등 매각 환경이 불리해 현 시점에선 매각 여건의 개선 추이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정책금융공사가 입찰공고를 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입찰이 불투명하다. 노조가 매각을 반대하고 있고, 입찰 참여자가 적어 유찰 가능성이 나오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수년간 인수를 타진해왔을 정도로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나선 모양새지만 반대하는 여론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현재 부채비율이 100%대인 KAI를 부채비율만 800%에 이르는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KAI 사업구조상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천공항 급유시설
발언 임원 파면


설상가상으로 KAI 노조도 민영화 추진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던 KAI가 IMF 외환위기 때 공기업으로 전환되고 지금까지 부채를 탕감하는 등 건실한 사업구조를 구축해 왔는데 또 다시 민간 대기업에 헐값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설명이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나선 문재인 후보도 "항공우주산업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국가가 단기적인 실적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집무실에 T-50고등훈련기를 전시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며 "정권교체기에 우리 산업들을 민영화하는 것은 여러 의혹이 생길 수 있어 이 정부에서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회활동을 통해 막아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쌍용건설은 5차례 입찰 끝에 이종기업인 이랜드에 넘어갔다. 지난달 12일 마감한 수의계약 2차 접수에 이랜드가 유일하게 예비견적서를 제출했고 지난달 30일 매각주관사인 캠코가 최종 견적서를 접수했지만 모두 외면했다.

이랜드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유통업계에서는 많은 실적 등을 쌓고 있지만 건설업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높을지 미지수"라며 "(이랜드가) 쌍용건설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급유시설 민영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13일 인천공항급유시설의 민영화를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대한항공 인천공항급유시설 임원의 특혜의혹 발언 등이 불거지면서 현재 입찰공고를 보류한 상태다.

인천공항급유시설 전 대한항공 임원은 지난달 20일 직원들에게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이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은 이미 나있다"며 "대한항공이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대한항공의 인천공항급유시설 운영권 사업자 내정설이 수면으로 떠올랐고 국토해양위원회가 인천공항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를 문제 삼아 대한항공에 급유시설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대항항공은 해당 임원을 파면 조치했다. 인천공항급유시설 사전 내정설 논란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로 '파면'이라는 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를 비롯한 여론도 여전히 특혜의혹을 거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가 이병박 정부가 임기 동안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던 인천공항 민영화의 '우회로'라는 주장도 나왔다.

급유시설 민영화
시작도 전에 '삐걱'

지난달 27일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공공운수노조는 "인천공항 급유시설 운영권 민간 위탁은 인천공항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임기 동안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던 인천공항 민영화의 우회로를 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알짜배기 시설 운영권 사업자를 정하면서 일정이 굉장히 촉박하게 잡혔던 것을 두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며 "시설 민영화는 결국 재벌기업에 대해 합법적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킨 인천공항에너지의 전례처럼 급유시설도 인천공항공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서발 KTX 운영 경쟁체제 문제도 국토부가 말 바꾸기를 하면서 임기 말 밀어붙이기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달 18일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은 "정치권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동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사업을 사실상 보류한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토부는 말을 바꿨다. 5일 뒤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KTX 경쟁체제 도입을 계속 추진한다"며 "연내 REP(사업제안서)를 해당 기업들에게 발송하고 차기 정부가 들어선 시점에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토부의 무리수는 현 정권 내 민영화 추진은 어렵더라도 대통령 선거 결과 등에 따라 내년에 재추진에 나설 수 있도록 '불씨'는 살려놓고 보자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KAI 유력 인수 후보 대한항공…특혜시비
정권 말 금융권·공기업 민영화·매각 난항
IPO조차 국회의 반대로 제자리걸음

철도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철도노조는 "사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며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킬 KTX 민영화 정책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서울CC·한국건설관리공사·인천종합에너지·88관광개발 등은 여러 차례 매각작업이 무산됐고 대한주택보증은 민영화 시한이던 2010년이 돼서야 2015년으로 매각을 미뤘다.

물론 민영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늘 부작용이 뒤따랐다. 한국공항공사의 청주공항 민영화가 대표적이다. 2008년부터 추진돼 온 청주국제공항 민영화 정책은 올해 2월 한국공항공사가 운영권을 매각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공항시설 소유는 국가에 두면서, 공항의 운영권을 30년간 민간에 양도하는 게 청주국제공항의 민영화 방식이다.


국내 최초 공항 민영화 사례로 주목을 받은 청주국제공항 민영화는 국민의 비용부담 증가와 공공재로서의 역할 상실, 항공안전 불안 초래 등의 우려를 낳았고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차례로 추진 중에 있는 관광공사의 면세점 민영화도 폐해를 낳고 있다. 2008년에서 2010년까지 관광공사가 운영 중이었던 10개 면세점 중 이미 4개 면세점이 철수를 완료했고 오는 12월에는 부산항, 2013년 2월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이 차례로 폐쇄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재벌들의 면세점 독과점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롯데 50%, 신라 40%, 관광공사 10% 수준이다.

일부 민영화 성공
부작용 잇따라

국산품에 대한 면세점들의 홀대도 큰 문제다. 국산품 판매비율은 지난 1~2년 기준으로 약 18%, 외제품은 약 82%였다. 18%라면 우려할만한 상태는 아니라고 보이지만 이중 절반을 국산담배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토산 기념품 등은 고사 직전이다.

또한 민간에서 운영하는 공항면세점은 외국의 명품과 수입품 위주의 판매장으로 전락해 외화유출 및 과소비조장 등의 폐해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밖에도 정부는 농지개량·안산도시개발·한국자산신탁의 매각을 완료했고 그랜드코리아레저·한국전력기술·지역난방공사를 상장해 지분 일부를 민영화했다.

하지만 정부가 핵심으로 내세웠던 주요 대형기관의 민영화는 번번이 무산되거나 연기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임기 말 이명박 정부는 무슨 배짱으로 강도 높은 민영화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KTX·인청공항 등 공공부문 민영화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이미 폐기된 747공약의 전철을 밝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하지만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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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