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논란’ 용산장애인복지관엔 무슨 일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11 15:24:40
  • 호수 12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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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 받는 사회복지사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공익제보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선 복지관 비리를 고발한 제보자를 괴롭힌다는 이야기도 있다. 해당 제보자는 자신이 노동조합 활동과 제보 등으로 복지관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 피켓 시위 중인 용산장애인복지관 피해자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지난 2월1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회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복지관의 후원금 수천만원을 재단 계좌로 빼돌린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부제보실천운동에 따르면 대한성공회유치재단은 대한성공회가 만든 재단법인으로,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보복?

해당 재단은 2010년부터 구립 용산장애인복지관을 위탁 운영해왔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복지관 공식 회계기록에 없는 5021만9000원을 조성해 성공회 재단으로 송금한 사실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조사로 드러났다.

권익위 조사는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의 내부 제보로 시작됐다.

사회복지사 A씨는 해당 복지관에 지난해 7월 입사했다. 그 후 복지관 후원금 불법전출 비리 포함, 회사 내 부조리한 문제들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복지관의 후원금 불법전출 비리를 제보함으로써 장애인 복지를 위해 모금됐던 후원금들이 실제로 수년간 법인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복지관 운영 법인을 변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지속됐고 이를 견디지 못한 A씨는 지난해 3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공익제보와 노동조합 활동서 오는 직장 내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심신이 지쳤던 A씨는 B 팀장으로부터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일관성이 없냐” 등 반말로 40∼50분간 폭언을 들었다.

또 지난해보다 증가한 업무량으로 인해 A씨의 부담은 날로 커졌다.

이 같은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환경에 지친 A씨가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그 후에도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A씨는 노동조합원으로서 다른 직원을 만나는 행위 자체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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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참지 못한 그는 결국 지난달 20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결정한 사직인 만큼 사직서 철회를 비롯해 ▲유급휴가 부여 ▲해당 팀장 근무 장소 변경 ▲업무 분담 재조정 ▲사내 괴롭힘에 대한 공식 사과 ▲노조탄압에 대한 사측 및 당사자의 사과 ▲사내 괴롭힘 재발 방지 등을 요청했다. 

신고서 내용에는 괴롭힘이 발생한 게 지난해 9월11일, 올해 3월13일 등 다수이며 이때 폭언, 따돌림·차별, 부당지시가 있었다고 기록됐다.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11일 A씨는 B 팀장과 시장조사를 하던 중 진행비 2100원이 남았다. 남은 금액은 B 팀장이 자신의 펜을 사는 데 사용했다. A씨는 B 팀장에게 금액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B 팀장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게 아닌 A씨의 잘못을 질책했다.


후원금 비리 고발 이후 ‘미운털’
업무 늘어나고 반말에 폭언까지

같은 날 B 팀장 책상에 누군가 ‘직장 내 괴롭힘 법’ 관련 서류를 올렸고 A씨가 의심을 받는 상황이 됐다. 

A씨의 업무 재배치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었다.

A씨는 “B 팀장은 업무 재배치가 올해 1월13일 메신저로 국장과 제 업무 분장과 관련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라고 했다. 하지만 3월25일 사무국장과 나눈 대화서 자신은 A씨가 뇌병변 장애인 일회용품지원사업을 통해 외근을 나가면서 협회 등에 기관에 대한 비방을 하지 못하도록 그 업무는 다른 직원한테 주라는 이야기만 했다”며 “다른 업무는 B 팀장이 알아서 조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둘 중 한명은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결과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유인즉슨 직장 내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것은 ‘직속관리자’라는 지위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업무상 발생하는 지시, 독려 등을 수차례 실시하는 정도의 행위는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었으며, 폭언, 차별 등 양태가 사회 통념상 상당하지 않다고 보기 어려운 적정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근로자는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라는 이유를 덧붙여 해당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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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제출한 자료를 보고도 그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건 해석의 차이가 아닌 은폐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게 인정된다면 사직서 철회를 비롯한 공식적인 사과 등 사측에서 여러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하는 부담이 따를 수 있어, 괴롭힌 사실을 은폐하고 내 사직서를 처리한 것 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제보와 노조활동 등으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렇게 나오게 돼 슬프다”며 “공익제보자로서 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인데, 어떤 사회복지사가 업계의 비리나 자신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개선을 요구할 수 있겠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복지관은 사직서상 마지막 출근날인 4월29일 퇴근하고 나서야 괴롭힘이 없었다는 공문을 한 장 보낸 게 끝이었다. 이쪽 업계가 좁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직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복지관 측은 “업무가 늘어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데 직무와 무관한 업무를 줬을 때 해당되는 것이다. 조사 과정서 A씨가 밝혔듯이 본인 직무와 무관한 업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업무가 조정된 이후 개인별로 업무량 편차가 날 때 재분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부당한 업무 추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가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코로나19 때문에 복지관이 휴관했다. 실제적으로 A씨는 늘어난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 또 괴롭힘에 해당하는 업무량도 아니었다. 업무 배정 관련해서는 조율하는 과정서 본인이 다 동의했다. 임의로 업무를 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직철회?

그는 “사직서 철회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상 사업주가 사직을 철회해줘야 하는 의무는 나와 있지 않다. 사직철회를 요청할 때는 요청서나 내용증명 등으로 사직철회를 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나 과정이 진행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사직서를 제출하고 30일이 지나면 사업주가 사직처리를 하지 않아도 유효하다고 나와 있다. 이와 관련해 법을 따른 것이며 특별한 이유로 사직철회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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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