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후계작업 돈줄 ‘에스피네이처’ 정체

대관식 앞둔 황태자의 아지트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삼표그룹 승계 구도서 에스피네이처가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오너 일가는 자금줄 역할은 물론이고, 지주사 지분 매입 과정서 지렛대 역할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그룹사 차원서 이뤄지는 에스피네이처에 대한 지원은 무심코 넘기기 힘든 수준이다. 
 

▲ 삼표 풍납동 공장 ⓒ삼표

지난해 말 기준 삼표그룹에 속한 국내 계열 회사는 27곳에 달한다. 지배구조는 ㈜삼표 계열과 에스피네이처 계열로 이원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오너 일가는 두 계열서 확실한 지배력을 갖춘 상태다.

확실한 존재감
든든한 뒷받침

㈜삼표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삼표산업과 삼표시멘트를 아우른다. 두 회사에 대한 ㈜삼표의 지분율은 각각 98.25%(1025만351주), 45.08%(4839만3148주)다. 지난해 매출은 삼표산업이 7151억원, 삼표시멘트는 별도 기준 5955억원이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삼표 지분 81.9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정 회장의 아들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은 지분율 14.08%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사장은 그룹 내 ㈜삼표의 위상을 감안하면 승계를 위해서라도 정 회장의 ㈜삼표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이 과정서 에스피네이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스피네이처는 ‘대원’의 인적분할을 통해 2013년 11월 설립된 골재업체 ‘신대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신대원은 정 회장 아들과 딸이 지분 100%를 지닌 가족회사였다. 정 사장이 지분율 77.96%(77만9682주)로 최대주주고, 정지선씨와 정지윤씨가 11.02%(11만159주)씩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였다.


에스피네이처는 2017년 1월 ‘삼표기초소재’ 합병을 시작으로 점차 역할이 확대됐다. 이듬해 3월 ‘남동레미콘’, 지난해 3월 ‘네비엔’ ‘경한’을 품으며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덩치 키우며 존재감 확대
그룹 차원의 확실한 밀어주기

합병된 계열사들은 이전부터 정 사장과 긴밀한 연결고리를 형성했던 곳이다. 시멘트원료 업체인 삼표기초소재는 합병 전 정 사장과 신대원이 각각 지분 5.7%, 94.3% 보유했었고, 남동레미콘은 정 사장이 지분율 76.17%로 최대주주였다. 네비엔과 경한의 지분 각각 70%, 26.9%도 정 사장의 몫이었다.

에스피네이처가 몸집을 한껏 키우는 동안 정 사장의 에스피네이처에 대한 지배력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에스피네이처 지분 구조를 보면 정 사장은 지분율은 71.95%(143만9694주)로 압도적인 최대주주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 ▲▲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표면상 에스피네이처로 통합되는 현상은 포트폴리오 단순화 차원이다. 삼표기초소재는 슬래그파우더와 골재, 플라이애쉬를 생산하고, 네비엔과 경한은 철스크랩 가공 사업을 영위한다. 이 세 기업이 합쳐지면서 곳곳에 퍼져있던 사업 부문이 한 곳으로 모였다. 

물론 통합의 궁극적 목표는 사업부 단순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에프피네이처의 역량 강화를 승계와 연결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넉넉한 곳간
후계자 기지


에스피네이처는 정 사장의 실질적인 자금줄이다. 2018년 44억700만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던 에스피네이처는 배당규모를 지난해 96억4814만원(주당 5000원)으로 2배 이상 늘렸다. 순이익이 2018년 138억원서 지난해 127억원으로 감소한 가운데 총배당금이 급격히 늘면서 배당성향은 2018년 31.99%서 지난해 75.77%까지 치솟았다.

배당의 최대수혜자는 정 사장이다. 에스피네이처에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던 정 사장은 보유 주식에 따라 71억9847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정 사장은 2018년에 삼표기초소재, 네비엔, 경한으로부터 5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던 바 있다. 

에스피네이처의 다른 주주인 정지윤씨(10억1493만원), 정지선(9억6270만원), 정 회장(6억6045만원) 등 오너 일가도 쏠쏠한 배당금을 챙긴 건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에게 귀속된 배당금을 다 합쳐봐야 정 사장 몫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에스피네이처의 안정적인 사업구조는 정 사장이 꾸준한 배당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물론 에스피네이처에 대한 그룹사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이유 있는 확장
내부거래 활발

에스피네이처에 통합된 3개 회사(삼표기초소재, 경한, 네비엔)는 내부 거래를 통해 매출을 키워왔다. 통합 직전년도 기준으로 보면 2016년 삼표기초소재는 매출 1537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52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2019년 흡수된 네비엔과 경한의 내부거래 비중은 삼표기초소재를 능가한다.

2018년 기준 경한과 네비엔의 내부거래 비율은 각각 83.7%(1691억원 중 1416억원), 63.8%(2241억원 중 1431억원)에 달한다.

3개 회사를 품은 에스피네이처 내부거래 매출 역시 한결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에스피네이처의 매출 5528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29억원이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전년(946억원) 대비 3배가량 뛰어 오른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 상승이 눈에 띄는데, 이는 경한과 네비엔을 흡수에 따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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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이익 창출에 힘입어 에스피네이처의 이익잉여금은 충분히 쌓인 상태다. 지난해 3월 기준 727억원이었던 에스피네이처의 차기이월미처분이익잉여금은 자회사 합병 등을 거치며 지난 3월 말 기준 858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증대된 상황이다.

넉넉한 이익잉여금은 지속적인 현금배당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에스피네이처가 정 사장에게 건네는 배당금이 향후 부친에게 ㈜삼표 지분을 넘겨 받는 과정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배당으로 실탄 확보
승계의 나침반 역할

승계 구도가 본격화 되면 에스피네이처는 전혀 다른 방식의 임무를 맡을 수도 있다. 두 갈래로 나뉜 지배구조의 일원화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정 사장이 삼표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삼표의 지분이 필요하다. 현재 정 사장이 쥐고 있는 ㈜삼표 지분은 14.08%에 불과한 만큼 정 회장 지분을 흡수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재계에서는 정 사장의 승계 시나리오 중 에스피네이처와 ㈜삼표의 합병을 첫 손에 꼽는다. 에스피네이처의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삼표와 합병하고, ㈜삼표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보유하는 시나리오다.

정 사장은 2013년에도 삼표기초소재의 물류사업 부문을 분할해 ㈜삼표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삼표의 지분을 획득했던 전례가 있다.

실제로 3사 합병 시기부터 이 같은 시나리오는 주목받았다. 2018년 말 기준 1825억원이었던 에스피네이처의 총자본은 네비엔과 경한을 흡수한 지난해 391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매출 역시 2564억원서 통합 후 5529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예고된 수순
키워서 판다

재계 관계자는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와 합병되면 정 사장의 지분 비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며 “7년 전처럼 사업 부문을 현물출자해 ㈜삼표의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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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