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림파워텍 불량 기계 강매 진실공방

“기계 안 돌아가도 돈은 받아야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계란판 제조업체 우림산업이 원료절감을 목적으로 진행했던 기계공사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기계 설치를 담당했던 무림파워텍과의 대립 때문. 우림 측은 기계의 결함으로 받은 피해를 주장했고 무림 측은 우림의 관리부실과 저급한 원재료를 이유로 들었다. 좋은 뜻으로 시작했던 사업이지만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 
 

▲ 문제가 된 우드칩 소각 고온 열풍기

2002년부터 계란판 제조를 주업으로 삼아 온 ‘우림산업’은 국내 최초로 종이 계란판 품질 Q마크를 획득한 업체다. 우림산업은 폐지를 원자재로 생산을 하는데 이 과정서 폐지를 물과 섞어 성형 틀에 찍어내 대형 열풍 건조설비를 이용해 원형 그대로 건조시키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비용절감 위해
기계 설치 결정

우림산업은 사업 초기부터 LNG원료를 사용하는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이 가중되면서 생산원가 상승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생산원가와 에너지 비용절감을 위해 주 원료인 LNG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강구했다.

특정 공공기관의 추천을 받은 기술을 가지고 자부담으로 시도도 해봤지만 기술적 한계와 하자로 인해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중 무림그룹 계열사인 무림파워텍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드칩 소각 고온 열풍기’ 기술 및 소각 설치 및 운영을 하면 LNG를 사용하지 않고 우드칩을 주 원료로 하기 때문에 한 달에 약 7000만원 이상의 에너지 절감을 보증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우드칩의 단가가 LNG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새로운 기계를 사용할 때 전력량이 더 많이 발생하더도 우드칩의 저렴한 단가로 충분히 그 추가 전력 비용을 상쇄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비용절감을 수식적으로 계산해 보면 결국 동일한 열량을 내는 조건으로 한 달에 7000만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무림파워텍의 설명이었다. 

우림산업은 이러한 무림파워텍의 설명을 듣고 2015년 12월23일 우드칩 소각 고온 열풍기를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기로 마음먹고 ‘ESCO 투자사업 사업자파이낸싱 성과보증 표준계약’을 체결했다. 

ESCO 투자사업이란 에너지 절약사업을 뜻한다. ESCO로 지정받은 에너지 전문업체가 특정 건물이나 시설서 에너지 절약시설을 도입할 때 해당 기관으로 부터 돈을 받지 않은 채 비용 전액을 ESCO업체가 투자하고 여기서 얻어지는 에너지 절감예산서 투자비를 분할 상환받도록 하는 사업방식이다. 

이 계약의 핵심은 기계를 설치하면 사업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성과보증’이라는 조항을 추가해 만약 설비공사가 완료된 후에 기계가 에너지 절감효과를 발생시키지 못하면 그 차액만큼 무림파워텍서 우림산업에 지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공사가 진행되는 듯 했다. 계약서에 따른 공사 완료 시기는 2016년 5월31일이었다. 하지만 우림산업도 모르는 사이에 무림파워텍과 새코텍이 계약하고 이 새코텍이 다시 화성비엔텍으로 하도급을 맡겼다.

열풍기 설치하면…한 달 7000만원 절약 약속
자꾸 늦어지는 공사…시운전 확인서만 요구?

두 번의 하도급 과정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고 그간 우림산업과는 전혀 의사소통이 없었던 화성비엔텍 담당자들이 현장에 와서 작업을 하는 과정서 또 다시 공사가 지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무림파워텍은 공사기한 연장을 요구했고 2016년 8월25일로 공사기간을 연장하는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의 핵심은 공사기간을 2015년 12월24일부터 2016년 5월31일까지로 돼있던 공사기간을 2015년 12월24일부터 2016년 9월31일까지로 3개월 연장한다는 것이다.

설치는 완성되지 않았으나 무림파워텍·화성비엔텍 직원으로 구성해 시운전을 하자고 했고 우림산업 측에서는 운전기술을 배우는 의미서 시운전에 참여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무림과 화성의 직원은 철수했고 우림산업 직원만 남아 시운전을 하게 됐다. 무림파워텍에서는 모든 것을 완성할 것을 약속하고 회사에 보고 할 것이 있어야 한다며 2번에 걸친 상환금을 지급을 부탁했다.  

기계 완성이 늦어지자 무림은 화성에 1개월치 상환금을 내게 했다. 우림산업에서는 2개월 간 투자비 상환 이후 기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그래도 기계만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회사 입장서 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2017년 1월 경부터 시공 담당자와 함께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부분을 보완해 기계를 완공시키는 데 주력했다. 

무림파워텍과 우림산업은 기계가 완공되는 시점까지 투자비의 지급을 연기하는 데 다시 한 번 합의했고 이때부터 무림파워텍 측에서도 투자비지급을 청구하지 않았다.

늦어지는 공사
고장난 기계?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은 형식적으로나마 가동됐지만 5월부터는 기계의 가동이 전면 중지됐다.

중요한 것은 기계 오류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무림파워텍은 전문기술력이 없다는 이유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고 직접 기계를 설치했던 화성비엔텍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우림산업과 무림파워텍은 다시한번의 회의를 거쳐 열교환기 보수를 결정했고 무림파워텍과 우림산업, 화성비엔텍이 각 2000만원, 3000만원, 3000만원을 부담했다. 또 운전 방법이나 연료에 문제가 있을 것에도 무게를 두고 화성비엔텍서 운전 매뉴얼을 작성해 우림산업에 전달하기로 하고 연료에 이물질이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2017년 11월27일 보수작업이 완료됐지만 다시 한 번 가동이 중단됐고 또 한 번의 보수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때 무림파워텍과 우림산업은 2018년 1월 효율측정을 해 금액을 확정해 투자비를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 ▲ 품질기준 검사 결과서

그러나 이후에도 기계는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고 효율은 전혀 발생하지 못했다. 결국 2018년 11월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현재까지도 기계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기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서 무림파워텍이 대금 청구를 했다는 것이다. 무림파워텍은 계속 된 보수작업으로 상환기간 연장이 있었음에도 일방적으로 대금을 청구한 것.

기계작동 불량으로 가동일보다 수리일자가 더 많은 상황서 우림산업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무림파워텍에서는 강제 가압류를 집행하기에 이르렀다.

두 회사의 대립은 대한상사중재원으로 넘어갔다.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의 수행 중 계약 당사자간에 발생하는 분쟁은 상호 협의에 의해 해결하며 분쟁이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재법에 따라 중재기관의 중재에 의한다’는 규정에 따라서다. 

무림파워텍 측은 설치된 기계의 고장 원인으로 ‘저급의 우드칩’ 사용과 우림산업 측의 관리부실을 들었다. 설치된 기계에는 ‘양질의 우드칩’을 사용해야 하고 작동 방법을 숙지해 제대로 운영해야 하지만 우림산업서 모래 등 불가연성 물질이 포함된 저급의 우드칩을 사용하는 등 기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기계 파손이 종종 일어났다는 것이다.

상반된 주장
첨예한 갈등


또 하도급을 맡긴 화성비엔텍은 관련 경력이 40년이 넘고 이 사건 설비와 동일한 구조의 소각로를 납품한 실적이 상당한 점을 들어 다른 곳에 설치된 설비가 문제된 적이 없고 유독 이 사건 설비에 대해서만 문제가 생긴 점을 지적했다.

우림산업 측은 “동일한 설비를 납품한 적은 없고 유사한 설비”라고 반박했다. 화성서 여태껏 설치해온 기계는 열원이 스팀으로 공급되는 소각 보일러고 문제가 된 기계는 건조한 뜨거운 바람(고온열풍)으로 열원이 공급되는 최초설비라는 것이다. 

무림 측은 준비서면을 통해 우림산업과의 이행합의를 통해 ‘설비하자 또는 가동 중단을 이유로 상환금 지급을 거절, 유예하거나 하자보수비용과 상환금의 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 ‘하자보수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고의나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자료를 첨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합의했다고 전했다.

2018년 3월분 상환금을 지급한 후 ‘고열 열풍기에 하자가 존재한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면서 상환금 지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기계에 하자가 있다면 객관적 증거자료를 첨부해 하자보수청구를 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우림산업은 당시의 정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며 소송이 제기되면서 억지로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라며 반박했다.
 

소송 시작 며칠 전에 회의록에는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회의를 했고 가동이 가능한 상태서 기계가 인도됐다면 이후 담당자들이 모여 수차례의 회의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차례의 회의가 진행됐고 그 회의록은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로 지적된 우드칩이 문제가 없다는 시험성적서와 정기검사 결과서도 첨부했다. 

결국 멈춰진 기계
우드칩 문제 때문?

대한상사중재원은 무림파워텍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서상 설치기간이 설치의 완료검사를 종료한 날까지로 돼있는 점’ ‘우림산업서 3개월분(제작 하청업체인 화성서 지급한 금액 포함)의 상환금을 지급했던 점’ 등을 들어 열풍기의 설치가 완료돼 정상적으로 인도받았음을 것으로 묵시적으로 완료검사의 종료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설비하자 또는 가동 중단을 이유로 상환금 지급을 거절, 유예하거나 하자보수비용과 상환금의 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 ‘하자보수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고의나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자료를 첨부해야 한다’는 이행합의서에 따라 기계의 보수 등을 이유로 상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림산업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림산업이 여러 법조계 인원들에게 받은 자문에 따르면 대한상사중재원의 판결은 우림산업 측의 자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대한상사중재원의 판결은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단 한 번의 판결로 모든 것이 결정되고 항소 또한 할 수 없다.

기업 간의 분쟁이 오랫 동안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림산업은 현재 항소를 포함한 민사소송 등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이도균 무림산업 대표이사

윤우정 우림산업 대표는 “ESCO사업의 자격이 되지 않아 큰 회사의 도움으로 연료비 절감을 위해 진행한 사업이었지만 기계의 성능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서류상 완공 서류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대금청구를 하고 거짓된 주장을 하는 무림파워텍의 이중적인 행태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무림그룹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서 “오히려 우리 쪽이 피해자”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는 문제없이 마무리됐지만 우림산업 측에서 저급한 우드칩 사용과 관리부실로 인한 기계 오류를 이유를 무림파워텍 측에 전가하려고 한다”며 “대한상사중재원의 판결이 난 후로도 대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역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잘해보려 시작
상처뿐인 결말

현재 우림산업은 50여명의 직원들과 그 가족들 200여명, 10만 산란계 농가들의 생계와 생존까지 위협 받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윤 대표는 “지난 2년간 어떻게든 기계를 완성시켜 단 1원이라도 생산원가를 절감해보려고 밤낮으로 발버둥쳤다. 사용할 수 있는 기계라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작 무림파워텍은 그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며 “공장에 흉물처럼 방치돼있는 기계를 보면 억울하고 울화가 치밀어 올라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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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