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뇌관 ‘라임 스캔들’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30 10:27:24
  • 호수 12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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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찍고 게이트로 불붙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 정도면 점입가경이다. 단순 금융권 사기로 보였던 사건이 정치권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미래통합당은 이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했다. ‘라임 사태’ 이야기다.
 

“권력형 게이트로 치닫고 있다. (중략)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 특별검사 도입, 혹은 국정조사에 착수하겠다.” 지난 25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선거대책회의서 나온 발언이다. 앞서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친문라임게이트 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환매 중단 사태를 ‘친문 게이트’로 규정한 것이다. 

행정관은 
알고 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소속 김모 전 행정관(현 금융감독원 팀장)이 라임 사태에 깊숙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전 행정관과 라임 사태 핵심 인물들 간 관계를 규명하고 있다.

김 전 행정관과 라임 사태의 배후 전주(사업에 밑천을 대주는 사람)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관계 규명이 핵심이다. 광주 출신인 두 사람은 오랜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라임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로 의심받고 있다. 또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서 ‘환매 연기된 라임의 부실 펀드를 사들여줄 회장님’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최근 검찰은 장 전 센터장이 한 라임 펀드 피해자와 나눈 대화의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대화서 장 전 센터장은 라임 펀드 투자자였던 피해자에게 김 전 행정관의 명함을 보여주며 “이쪽(청와대)이 키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서 이쪽으로 간 것이다. 사실 라임은 이분이 다 막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센터장이 근무한 반포WM센터는 1조원 규모의 라임 펀드를 판매한 곳이다. 장 전 센터장은 반포WM센터서 펀드 판매를 위해 여러 차례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피해자모임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피해자들은 장 전 센터장이 지난해 말 청와대 행정관의 명함을 내밀며 자신들을 안심시켰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친문라임게이트’로 규정
거미줄 같은 ‘라임 주범’ 인맥도

검찰은 지난달 27일, 장 전 센터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장 전 센터장의 자택과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이었다. 청와대나 금융당국 인사들 중 혹여나 라임 사태에 연루된 사람이 더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함으로 읽힌다. 

또 김 전 행정관은 전주인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룸살롱서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는 두 사람이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서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유흥주점서 금융권 관계자 등을 접대했다고 한다. 김 전 행정관은 퇴근 후 유흥주점에 들러 참석자들에게 명함을 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유흥주점에 10억원을 선금으로 맡겨놨다는 참석자의 증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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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6일, 춘추관서 ‘김 전 행정관이 청와대 파견 당시 룸살롱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사안을 청와대서 인지하고 감찰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별 감찰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고향 친구인 김 전 행정관에게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을 소개해줬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사태의 ‘키맨’이다. 그는 지난 2017년 당시 1조원 규모였던 라임 펀드를 지난해 7월 말 기준 5조7000억원 규모로 키운 장본인이다.

최근 이 전 부시장과 관련한 또 다른 정치권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룸살롱서
향응·접대

그가 라임 환매 중단 사태 전 지인들에게 “국회의원이 3∼4번 은행 고위층에게 직접 가서 문건(만기 6개월짜리 라임 펀드의 재판매 요청서)을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청와대 고위층에도 해당 문건이 올라갔다”고 말했다는 것. 다만 이 전 부시장은 지인들에게 해당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은행 측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내부 조사 결과, 문건을 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친노 인사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조선일보>는 김 전 회장과 한때 사업파트너였던 한 금융권 종사자로부터 “김 전 회장이 ‘나와 막역한 친노 인사에게 정치자금 20억원을 제공했으며, 그를 통해 300억원을 책임지고 끌어오겠다’고 했다는 말을 김 전 회장과 사업파트너였던 투자증권 출신의 한 인사에게 들었다”고 했다. 

친노 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면,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김 전 회장이 지나가는 길에 사무실 구경도 하고 ‘차 한 잔 할 수 있느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고, 투자 상담 얘기를 꺼내기에 담당 팀에 상담하라고 했다. 상담 후 조합 담당 팀장이 우리 조합서 취급하지 않는 상품이라고 보고해 다음에 다시 연락이 오면 정중히 그 내용을 전하라고 한 것이 전부’라며 ‘이 이상도 이하도 덧붙일 것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이어 ‘터무니없는 얘기고 변호사와 상의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공동취재단

통합당은 해당 의혹에 불을 지폈다. 통합당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25일 국회서 열린 선거전략대책회의서 “(라임 사태는)고객 돈 횡령의혹에 정계로비설, 연루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금감원 출신 청와대 행정관의 개입 의혹과 친노 인사에 대한 자금 제공 의혹에 연루된 불법 행위자들이 잠적했다. 관련자들의 지연·학연 등이 거론되고 있는 점을 우리는 주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터폴에
적색수배

라임 사태 핵심인사들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 전 부사장은 검찰이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부산으로 도주했다. 김 전 회장 역시 도주해 잠적한 상태다. 그중 이 전 부사장은 이미 해외로 도주했다. 

지난 2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인터폴은 국내 사정기관의 요청에 따라 이 전 부사장에 대해 적색수배령을 내렸다. 부산에 머물다 인접 국가로 밀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부사장을 추적해 온 사정당국은 그가 밀항한 국가를 특정하는 데까지 접근했다는 소식이다. 

인터폴 수배는 범죄자가 국외로 도피했을 시 사정당국의 요청에 의해 인터폴이 신병 확보에 나서는 ‘국제수배’다. 이번에 내려진 적색수배는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자나 5억원 이상 피해를 발생시킨 경제사범 등 중대 범죄자에게 내려지는 최고 수준의 수배 단계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라임 사태 핵심인사는 이 전 부사장을 포함해 3명이다. 부동산 사업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의 김모 회장과 신원 불명의 1명이 포함됐다. 메트로폴리탄에는 라임이 조성한 펀드 자금 2500억원이 투자됐다. 김 전 회장은 이 중 2000억원 횡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은 마무리 단계지만, 핵심 인사들의 도주로 경영진의 횡령 등 본류 수사에는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9일 1차로 라임과 신한금융투자(이하 신한금투) 본사, 금감원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2차로 대신증권·우리은행·KB증권 등 판매사의 본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핵심인사들의 신변확보 실패에 ‘윗선’의 개입 여부는 답보상태다. 검찰은 지난 25일 신한금투 전 임원을 긴급체포, 라임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친노 인사에 20억원?
국회의원 연루설까지

이 때문에 검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금융당국을 핑계로 대면서 라임 사태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이 전 부사장이 부산으로 도주하자 책임론은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검거에 나서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 2월 금감원 중간 검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에야 압수수색에 들어가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이 전 부사장 등 핵심인사들이 잠적한 후였다. 
 

▲ 압수수색 중인 검찰

라임의 검찰 로비설까지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를 일시 해제한 바 있다. 또 법무부는 지난 1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 의혹을 키웠다. 라임 사태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서 수사 중이다. 

통합당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25일 회의서 “법무부가 증권범죄수사부를 해체했다. (문재인)정권이 한통속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국민 시선이 코로나19에 쏠려있는 틈을 탄 눈치 보기 대응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의심했다.

라임 사태는 21대 총선의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친문라임게이트 조사특위를 구성했다. 김용남 경기 수원병 후보를 특위 위원장으로, 주광덕·곽상도·정점식 의원, 임윤성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을 위원으로 각각 임명했다.

김용남 위원장은 앞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모펀드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윗선 수사
어디까지?

임윤선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2일, 김 위원장 등의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서 “라임 사태 본질은 핵심 인사들이 피 같은 돈을 받아 기업을 난도질하고 본인들의 사치와 유흥자금으로 쓴 게 끝이 아니었다”며 “친문 인사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쓰였다는 보도와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라임 사태란?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은 국내 1위의 헤지펀드회사다. 지난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한 라임은 지난해 7월 기준 운용자산 규모만 6조원에 가깝게 급성장했다.

사모펀드 판매를 통해서다. 사모펀드는 소규모의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아 비공개로 운용하는 펀드다.

자금 운용에 제약이 없고 금융당국의 규제도 적은 편이지만, 그만큼 높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

라임의 이러한 고위험성 펀드를 금융사들은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하며 판매하다 엄청난 피해액을 발생시켰다.

지금까지 드러난 손실액만 1조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 경영진은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정직하게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신규 고객의 돈으로 펀드의 손실을 메우는 편법 돌려막기로 부실 규모를 키웠다.

이 과정서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인맥이 이용됐다. 김 전 회장은 고향 친구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이 전 부사장을 소개했다.

이 전 부사장과 대신증권 선후배 사이인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2000억원이 넘는 사모펀드를 판매해 라임 투자금을 모았다.

피해자들이 라임 펀드 판매 은행과 증권사에 분노를 쏟아내는 이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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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