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아 옛날이여’ 권투의 전설을 만나다 -전 세계 챔피언 유명우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1.20 10:08:12
  • 호수 12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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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정신의 시대는 끝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1980년대는 그야말로 복싱의 시대였다. 우리나라 선수와 외국 선수간의 복싱 대결이 있는 날이면 국민들은 일제히 TV 앞에 모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 예전과 같은 복싱의 인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중인 유명우 전 세계 챔피언 ⓒ문병희 기자

“1980년대 복싱은 최고의 스포츠였다. 복싱 팬들의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지난 7일 부천에 있는 ‘버팔로 복싱체육관’에 들어가자 유명우 전 챔피언의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체육관의 분위기는 달리 분위기는 썰렁했다. 과거 명성에 비해 초라해진 복싱의 인기를 보는 듯했다. 

36연승

유 전 챔피언은 한국 프로 복싱 역사에 굵은 자취를 남겼다. 1982년 데뷔한 유 전 챔피언은 1985년 12월 조이 올리보(미국)를 꺾고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른 뒤 17차례나 타이틀을 방어했다. 동급 최다이자 한국 프로복싱 사상 최다 방어 기록이다. 

1991년에는 WBA가 선정한 ‘올해의 복서’에도 뽑혔다. 1991년 18차 방어 문턱서 일본 선수였던 이오카 히로키에게 판정패하면서 타이틀을 내줬으나 1년 뒤인 1992년 11월 일본 적지를 찾아 이오카로부터 빼앗긴 챔피언 벨트를 되찾았다. 그 후 1차 방어전을 치른 유 전 챔피언은 1993년 타이틀을 반납하고 명예 은퇴를 했다. 

그는 한국 프로복싱 사상 최다 연승(36연승), 가장 오랜 기간 타이틀 보유(6년9일), 최단 시간 KO승(1R 2분 46초), 최다 방어 기록(17차) 등 많은 기록을 세웠다. 유 전 챔피언은 진기한 기록을 세우며 수퍼스타로 거듭났다. 


“링에 오를 때마다 항상 초조하고 불안했다. 챔피언도 사람인지라 긴장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떨릴 때 마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의지를 굳게 다졌다. 부모님만 생각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감이 생겼다.”

복싱 팬들은 그를 ‘작은 들소’ ‘소나기 펀치’ 등으로 부르며 응원했다. 그는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수비를 해낸 뒤 강력한 소나기 펀치로 상대 선수의 혼을 빼놓는 인파이터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소나기 펀치는 일본 팬들이 붙여준 것이다. 펀치 하는 모습이 소나기가 내릴 때처럼 폭풍우와  비슷하다고 해 붙여줬다. 작은 들소는 작은 체구에 거침없이 공격하는 모습이 연상된 거 같다. 지금도 작은 들소의 이름을 따서 ‘버팔로 프로모션’과 버팔로 복싱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최다연승·최단시간 KO승 기록
“경기 재밌으면 팬들도 찾을 것”

격투 스포츠서 선수의 신체 조건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같은 체급이라도 팔다리가 길고 몸통이 두꺼우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 전 챔피언은 키 161cm의 작은 체구지만 링 위서만큼은 누구보다 저돌적이었고 매서웠다. 

“복싱은 체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키 차이는 동등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키가 큰 선수는 리치가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키가 작은 선수는 상대 턱 밑으로 파고들기 용이해 접근해 있으면 유리하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당시 유 전 챔피언은 장정구와 라이벌로 비교가 됐다. 정통파와 변칙파, 복싱 중계권도 MBC와 KBS 등 라이벌의 관계였지만 끝내 경기가 이뤄지지 않아 지금도 많은 복싱 팬은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다. 


“장정구 선배는 정말 훌륭했다. 장 선배가 계속 신기록을 쌓아 나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게 동기 부여가 많이 됐다. 장 선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링 위에서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유명우 전 세계 챔피언

“라이벌 얘기가 당시에도 있었지만 대결하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장 선배는 천재적인 복싱센스와 타고난 체력이 있었다. 신인시절 장 선배와 스파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많이 맞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신인일 때 한 스파링이었지만, 챔피언이던 시절에 붙었어도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당대 최고였던 장 선배와 경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싱팬들은 지금까지도 궁금해 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라이벌전은 미제로 남아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 같다.”

현재 한국 프로복싱은 격투기와 다른 프로 스포츠에 밀려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복싱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에 비하면 경기, 관중 수 역시 확연히 줄었다. 복싱은 방송국 자체서 외면당하고 제작 지원·투자까지 하는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현재 복싱 팬들의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 선수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전보다 떨어진 인기의 원인은 경기력이라고 본다. 경기가 재밌으면 팬들은 알아서 모인다. 복싱 선수들이 프로페셔널한 경기력을 갖춰야만 예전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 전 챔피언은 이전부터 미국이나 일본 등 복싱 선진국 행정과 마케팅을 배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행정가들이 복싱 선수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팬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금 아마추어 연맹과 프로복싱은 많이 나뉘어져 있다. 하나로 힘을 합쳐 잘 해냈으면 한다. 복싱의 인기가 떨어진 건 본인을 비롯해 복싱인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단체가 한 뜻으로 서로 힙을 합친다면 선수들이 이전보다 더 좋은 상황서 좋은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격투기에 밀려…초라한 현실
“잃어버린 인기 부활 가능해”

현재 예전보다 복싱의 인기는 떨어졌지만, 생활체육으로서 복싱은 꾸준히 자리 잡았다. 체력을 키우거나 살을 빼기 위한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았으며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복싱을 찾는다.

“복싱의 매력 세 가지만 말하자면 첫째, 주먹만 사용한다. 일대일로 오로지 주먹만을 사용해 대결하는 것도 짜릿한 즐거움이 있다. 둘째, 쓰러진 상대 선수를 가격하지 않는 신사적인 스포츠라는 점. 정정당당하게 공평한 상황서 펀치가 오간다. 셋째, 애틋한 동료애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 중에 피투성이가 나는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경기가 끝나면 상대 선수를 포옹하는 멋진 스포츠다.”

국제대회서 두각을 보이는 선수로는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연패 주역이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오연지, 지난해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남자 선수 최초로 헤비급 금메달을 딴 김형규 등이 있다.
 

▲ 인터뷰 직후 포즈 잡고 있는 유명우 전 세계 챔피언 ⓒ문병희 기자

“김형규 선수는 아주 대단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고, 오연지 선수도 1월 말~2월 초 중국서 최종 티켓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열리는 도쿄올림픽서 메달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 국제대회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복싱이 인기가 올라올 것이다.”

옛 복싱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한국 프로복싱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 세계를 주름잡던 한국의 챔피언들이 우상으로 삼았던 복서는 다른 국가의 챔피언이 아닌 한국의 챔피언들이었다. 유명우, 홍수환, 장정구, 박종팔 등과 같은 세계 프로복싱계가 기억하는 챔피언들이 한국 프로복싱 전성기를 이끌었다. 세계 타이틀전이 벌어지면 거리에 행인과 자동차들이 사라질 정도였다.


“1980년대 복싱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후배들을 많이 양성하고 있다. 그 후배들이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 지금은 미약하고 부족한 점이 있어도 빠른 시일 내좋은 경기력으로 보여줄 테니 지켜봐달라.”

세계적으로 복싱은 인기가 높은 스포츠다. 일본은 세계 챔피언 6명을 배출했으며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은 경기장서 시합하면 관객이 10만명 가까이 운집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아직 팬들의 관심이 부족한 상태다. 

후배 양성 

“이런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경기력보다 조금 부족하지만 선수들을 위해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요즘은 유튜브서도 중계를 하니 시청을 하셔도 좋고 경기장에 한 번 찾아와서 복싱의 매력에 빠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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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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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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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