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장훈이 대관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었던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공연을 열기로 전격 합의했다.
김장훈 측은 지난 15일 오후 “국립극장 측과 다시 오늘 오후 공연에 대해 협의를 해, 공연을 열기로 최종 결정했다”면서 “국립극장 측이 입장을 바꿔 청소년하늘극장에서만큼은 앞으로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공연에 문호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김장훈이 대중가수들에겐 유난히 높았던 국립극장의 문턱을 낮춘 셈이 됐다. 김장훈의 세부 공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2월 넷째 주께로 우선 대관을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김장훈이 지난 14일 오전 미니홈피에 ‘국립 코미디 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붉어졌다.
김장훈은 서두에 “국립극장 소극장인 KB청소년하늘극장 대관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대중가수 공연은 대관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접수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밝혔다.
김장훈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크게 반발하며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대중음악 공연을 등한시하는 일부 관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글에 따르면 김장훈은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600석 규모의 소극장이 1∼3월 모든 날짜의 대관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기획사 대표가 직접 현장을 찾아 문의 절차를 거쳤다. 대관 담당자로부터 서류를 신청하면 심사하고 통보하겠다는 전갈을 받은 후 꼼꼼히 준비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뒤늦게 “접수 자체가 안 되니 서류를 가져가라”는 통보를 받게 됐다.
이에 대해 김장훈은 “이쯤 되면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웃음이 터지는 코미디”라면서 “국립극장의 해오름 극장, 달오름 극장도 아니고 기업에서 문화공헌차 기부한 소극장이 대중가수여서 접수조차 안 된다니…”라고 개탄했다. 또 “패션쇼도 하고 비보이공연도 하고, 록밴드가 나오는 음악회도 했는데 석달이나 텅텅 비어있는 공연장이 대중가수여서 안 된다니… 이렇게 척박할 수가 있는 걸까”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국립극장 측은 뒤늦게 “건전한 가치관 형성에 이바지하는 공연은 대관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는 자세를 취하며 “다시 대관 신청을 할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 김장훈은 다시 한 번 미니홈피에 ‘탈락까지는 희극이나 억지는 비극’이란 글을 남겨 국립극장 측에 대관 관련 규정을 제때에 알려주지 않은 이유를 비롯해 개인과 단체 공연의 명확한 기준, 청소년 공연의 정의 등을 따지면서 국립극장 측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국립극장 측은 공연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대관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비록 김장훈이 국립극장과 갈등, 대립 등의 양상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대중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극장 측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했으며 대의적으로 공연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