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 프로가 만난 사람> 김보은 프로

시니어 무대서 인생 2막을 열다

‘김보은’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마추어 자격으로 오픈 대회에서 종합 우승과 서울 여자 오픈 3위를 차지한,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였다. 우리는 모두 옛 추억이 있다. 잊고 싶은 기억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사소하든 거대하든 그 기억을 가진 당사자에게는 큰 의미인 것이다. 내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서로 어우러져, 나는 나의 무대였던 골프장 티그라운드에 골프 클럽을 잡은 채로 지금도 서 있다.
 

김= 이기화 프로님, 저 김보은 프로입니다.

이= 제주도 서산 여자 오픈 때 마지막 조에서 함께 쳤던….

 

순간 어떤 강렬한 기운이 몸속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 받는다. 우리의 시계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 만에 만난 후배다.

 

김= 저는 그때 고등학교 2학년이고 프로님은 ‘프로’였어요. 제가 그때 종합우승을 하고 박민혜 프로님이 프로부 우승하셨고요.

이= 아~ 아, 그랬었구나.

 


함께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 제주도 아라CC에서 열렸던 서산 여자 오픈 때 우리 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대회 날 선배님은 핑크 모자에 핑크 반바지 흰색 티셔츠를 입으셨죠! 그때도 젠틀하셨죠!

 

잊고 있던 기억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후배의 이야기로 ‘내가 과연 젠틀한가’나를 한번 돌아본다. HUG(허그) 우승했을 때 기쁨을 서로 주고받는 당시의 HUG(허그)가 재현되었다.

 

이= 저는 너무 그동안 힘들게 살았어요. 그 뒤로 골프를 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김보은 프로의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 그곳은 산과 들이 겹겹이 포개진 ‘블랙밸리CC’로 지난 9월2일부터 이틀간 경기가 펼쳐진 챔피언스 대회 장소다. 블랙밸리CC는 인간에게 유익한 생체 리듬의 효과를 제공해주는 해발 450~550m의 태백 도화산 자락에 자리를 잡아 원시림 피톤치드 효과까지 만끽하며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카메라를 들고 시간 여행을 간 필자는 첫 번째 날 경기를 하는 후배와 꼭 한 번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태백산의 구불구불한 옛길을 운전하며 “많은 고생을 했어요”라는 김보은 프로의 말을 되새기면서. 누가 어린 선수의 꿈을 무참히 짓밟았는가?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김보은 프로는 충분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하고도 남을 만한 성적이 있었지만 그해 선수 선발과정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이후 충격을 크게 받은 그녀는 골프가 싫어졌고 상처만 안고 골프를 떠났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공정한 평가였는가? 필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후 몇 년 후 KL PGA 1995년 106번 고유 넘버를 받고 프로 데뷔를 한다. 그 후 골프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있을 즈음 결혼을 하게 된다. 생활고와 여러 어려움으로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녹록치 않은 결혼 생활로 자신의 개인 생활 또는 여가를 보낼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남편의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려서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챔피언스 투어에 출전했다. 김 프로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 신민수와 신혜린은 저의 아들과 딸입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골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무엇보다 남편한테 고마움을 느끼죠. 아이들과 나의 목표를 향해 성실히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 골프 선수로 다시 성장하는 것 같아 요즘은 너무 행복합니다. 힘들게 지나갔던 모든 시간들조차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나의 삶 일부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2 아마추어 자격으로 오픈 대회 우승
서울오픈 3위 등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

시합이 끝나고 2주 후, 우리는 청담동 카페 그롬에서 다시 만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 내성적인 성격에 친화력이 없는 저는 선배 프로님들이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시니어투어하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선배 동료들과 친숙하게 지내며 즐겁게 대회에 참여합니다.

이= 2막 인생을 시니어투어 무대 위에 다시 올려놓으셨군요?

김= 저는 투어에 출전하는 선수이자 민수와 혜린이의 골프 코치입니다. 레슨비 지출이 없으니까 아직은 경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좋기도 하구요.

이= 부모가 직접 나서서 키운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닌 것 같은데…

김= 기본기만 제가 단단하게 알려주면 능력과 열정으로 본인들이 각자 스스로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엄마의 DNA 운동 기질과 운동 감각을 갖고 태어났을 것입니다. 프로가 되기도 전에 고2 때 이미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오픈 대회에서 석권하셨잖아요.

김= 1992년 6월 ‘서산 여자오픈 아라CC’에서 종합우승을 했습니다.

이= 아~당시에는 프로 오픈 대회에서 프로선수들을 제치고 아마추어가 우승을 종종 했던 시기입니다.

김= 그렇습니다. 프로 대회보다 주니어들은 대회가 많아 경기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는 시기였죠.


이= 주니어 시합이 활성화되면서 기업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 우리 골프계가 이만큼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 그렇습니다. 서산 여자 오픈에서 종합우승을 했는데 그 대회가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함께 같은 조에서 박민혜 프로, 김보은 프로와 함께 쳤던 기억이 나요. 두 선수가 퍼터만 잡으면 거리에 관계 없이 볼이 홀로 빨려 들어가더군요.

김= 그랬었죠. 그 날 버디를 8개 했습니다.

이= 30년에서 3년 모자를 때 저는 핀 가까이 붙여 놓고 퍼터만 잡으면 쩔쩔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김= 제가 인터뷰 중에 선배님들이 편하게 해주셔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 하하하 그랬었군요. 골프 이전에는 어떤 운동을 했었나요?
 

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한 테니스는 중3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소년체전 테니스 대회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 부모님이 운동선수였나요?

김= 레슬링협회 강화 위원장이셨는데, 소년체전이 끝나는 다음날 골프 연습장으로 저를 데리고 가 바로 전향시키셨습니다.

이= 딸의 운동 소질을 파악한 아버지가 딸의 운동선수 라이프를 구상하셨네요.

김= 골프가 테니스보다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테니스는 온종일 뛰고 또 뛰고 쉬는 날도 없어서 힘들었고, 선배들의 엄격한 훈계도 힘들었는데, 골프는 저 혼자 스스로 훈련하고 참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 골프는 스스로 노력해서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시죠.

김= 골프는 잘 맞다가도 안 맞을 경우, 코스 안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운동입니다.

이= 골프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보셨는지요?

국가대표 상비군 발탁 충분
탈락 충격받고 골프채 놔

김= 남보다 멀리 정확하게 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스윙이 흐트러집니다. 상대 플레이어가 핀 가까이 붙였을 때 나는 더 가깝게 붙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을 때가 그러합니다.

이= 나만의 신념과 나만의 매끄러운 기술이 있어야 남을 이길 수 있겠죠.

이= 요즘 시니어대회에 출전하는 소감은 어떠신지요?

김= 대회 결과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본선만 들어가도 행복합니다.

이= 남편께서 적극 지원을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김= 저의 남편은 꿈과 야망이 식지 않는 남자입니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며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 모습을 저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남편으로, 아이 아빠로는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네요. 

그러나 의리 있는 남자 중의 남자입니다. 주말 부부이기 때문에 항상 보고 싶습니다. 거의 20년 동안 집안일에 아이들만 키우며 살다가 챔피언스 대회에 참가하면서 바깥세상을 구경하게 되어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듭니다. 예전엔 부모님이 시켜서 재미도 모르고 선수 생활을 해왔지만, 챔피언스 대회는 나 스스로가 간절히 원해서 참여하기 때문에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골프 세계에 입문하게 해주신 부모님께 참회와 감사함을 갖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으로 첫날 베스트 스코어를 치고도 본선 경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했습니다. 지금은 마음도 몸도 많이 안정을 찾았고 선배 동료들, 아름다운 골프 스토리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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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