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vs 재벌 '전면전'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8 11: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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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겨누자 방탄…숨 막히는 일촉즉발 대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폭풍전야다. 민주통합당과 대기업 사이에 심상찮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아직 본게임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 상황만 본다면 누구 하나가 무릎을 꿇어야 끝날 판이다. 일단 주도권은 민주당이 쥐고 있다. 이미 살벌한 으름장으로 선전포고한 상황. 대기업들은 지금까진 대놓고 반기를 들지 않았지만 점점 노골적인 반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일촉즉발의 전면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재벌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6개 법률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민주당은 "6개 법률안은 경제력 집중 완화·불공정 행위 엄단 등 재벌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6개 법률 개정안은 ▲재벌경제력 집중완화법 ▲불공정하도급거래 개선법 ▲전속고발권 폐지법 ▲경제사범 사면권제한법 ▲사내하도급 불법파견규제법 ▲중소기업보호법 등이다. 이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결국 대기업 규제로 이어진다.

출총제 재도입 주장
"순기능 약화" 반발

가장 논란이 많은 개정안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부활이다. 김영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출총제 재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상위 10위 대기업 집단의 모든 계열사에 대해 순자산의 30%까지만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 및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단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김기식 의원도 최근 출총제 부활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민주당에서 낸 내용보다 한발 더 나아가 30대 대기업에 순자산을 25%로 제한하도록 했다.

출총제는 회사자금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막기 위해 1987년 첫 도입됐고, 외환위기 직후 폐지됐다. 이후 DJ 정부시절인 2001년 부활했다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으로 2007년 출자한도를 완화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한 MB정부 출범 후인 2009년 3월 폐지됐다. 부채비율 100% 미만 기업, 동종업종, 민영화 공기업, 외국인 투자기업, 국가경쟁력 강화 산업, 부실기업 등에 대한 출자는 제한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번 개정안대로 출자총액 기준을 10대 대기업에 순자산 30%까지로 정할 경우 SK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상 기업집단에 속한다. 두 그룹이 해소에 필요한 출자금액은 4조3000억원에 이른다. 만약 출자총액 기준을 30대 대기업에 순자산 25%로 정하면 대상 기업집단은 더 늘어난다. SK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해 한진·한화·STX·LS·동부·현대·부영그룹이 해당된다. 해소에 필요한 출자금액은 12조7000억원 정도다.

당연히 재계는 출총제 부활을 반대하고 있다. 전경련은 "수출이나 해외시장 개척 등 대기업의 순기능까지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출총제는 실효가 없다는 지적에 폐지한 제도인데, 다시 부활했을 때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낸 개정안엔 순환출자 금지법도 있다. 재벌의 소유구조 투명화와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상호출자의 회피수단으로 전락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기존 순환출자는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유예기간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또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도록 했다.

공정거래법 등 6개 개정안 당론으로 발의
경제민주화 등 재벌개혁 강력한 드라이브

순환출자 역시 재벌그룹들이 계열사를 늘리고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주요수단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그룹 계열사 A사가 B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A사는 B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어 B사가 C사에 출자할 경우 B사의 최대주주인 A사는 B사와 C사를 동시에 지배하는 식이다. 이 경우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순환출자는 상호출자 금지로 생겨난 편법이다. 현행법은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금하고 있는데 순환출자에 대해선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가 실행되면 현재 상호출자제한 대상인 63개 그룹 중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15개 그룹이 적용 대상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순환출자 해소 비용이 30조∼40조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된다. 전체적으론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셈이다.

재벌그룹 총수를 겨냥한 법안도 있다. 바로 사면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나 그 일가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3분의 2를 복역하지 않았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으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당장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총수들이 불안하게 생겼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수백억·수천억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각각 3심과 2심이 진행 중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300억원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특별사면 혜택을 받은 총수들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이다. 과거 죄 지은 대기업 총수들은 대부분 특사 출신이다.

"이제 특사도 없다"
재판 중 총수 불안

민주당은 전속고발제도 개정과 국가 당사자 계약법, 하도급 공정화법도 발의했다. 전속고발제도는 현행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민주당은 이를 개정, 담합과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 등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선 공정위의 고발이 없이도 누구나 고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가 당사자 계약법과 하도급 공정화법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조치다. 국가 당사자 계약법 개정안은 국가 발주 사업에 있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사업 참여기회 확대를 위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 등 대기업의 사업 참여를 의무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도급 공정화법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납품단가 협상을 할 때 중기 업종별 협동조합에 하도급대금 조정을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하도급 계약 후 90일이 지나야 가능한 납품단가 조정신청 조건을 계약 후 60일로 단축하는 내용과 대기업 파견근로자의 지위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의 전방위 공세에 재계는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가급적 표정 노출을 삼가고 있다. 최대한 멘트도 아끼고 있다. 혹시 트집을 잡히거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 때문이다.

재계 대표단체인 전경련도 조심스런 입장이다. 전경련은 "경제민주화 정책엔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일방적이 아닌 그 방향에 대해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관련법들이 무더기로 추진되면 고용, 성장, 투자 등에서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대기업 사이에 전운이 가득하다. 아직 본게임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 상황만 본다면 누구 하나 무릎 꿇어야 끝날 판이다. 일단 주도권은 민주당이 쥐고 있다. 이미 살벌한 으름장으로 선전포고한 상황. 대기업들은 지금까진 대놓고 반기를 들지 않았지만 점점 노골적인 반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일촉즉발의 전면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 노골적 반기류 형성
비상경영 등 뒷문 잠그기 
'외풍'에 맞불? 엄살?

실제 대기업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꼭꼭 문을 걸어 잠그는 모양새다. 정치권 ‘외풍’에 대한 대비책인 한편 대응책으로도 해석된다.

가장 먼저 롯데그룹은 지난달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선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전 계열사는 즉시 비상경영 시스템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등도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거나 준 위기경영체제로 들어갔다. 이들 그룹의 각 주력 계열사들은 세계 실물경기 위축에 대비한 수출 유지와 비용절감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해외시장을 직접 점검하는 등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주요 그룹 총수들은 연일 임직원에게 위기의식과 이에 따른 긴장을 주문하고 있다. 총수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를 타개할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입하기 위해 여름휴가도 없다고 한다.

심지어 인력 감축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GS칼텍스는 외환위기 이후 14년 만에 영업인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70여명을 줄일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근속 연수 15년, 만 40세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또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이번에 40∼5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부장급 이상 임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았다. 재계에선 모 그룹도 조만간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신규 채용까지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물론 내년 초 채용 계획도 대폭 수정할 기업도 있다.

인력 감축 움직임에
신규 채용까지 제한

대기업들의 위축은 설문 조사를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10곳 중 9곳은 올 하반기 경영 환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못지않게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 긴축 경영에 들어가겠다는 곳도 80%를 넘었다. 인력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대기업도 상당수였다.

유로존 위기로 글로벌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국내 경제사정도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비상경영 선언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정치권 공세를 향한 일종의 맞불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엄살로 보기도 한다.

대기업 한 임원은 "유럽발 경제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비상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며 "비용 절감,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와중에 '외풍'까지 덮친다면 국제경쟁력 약화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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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