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복’ 벗고 변호사 개업한 이영기 전 서울고검 감찰부장

“검찰은 검찰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영기 변호사는 지난 8월, 서울고검 감찰부장을 끝으로 23년6개월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1일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로 새 출발한 그를 만나 지난 검사 생활의 애환과 변호사로서의 포부를 들어봤다.
 

▲ 이영기 전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영기 변호사는 1969년생으로 석관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27세의 이른 나이에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25기) 부산지검서 첫발을 내디뎠고, 춘천지검, 서울지검, 청주지검 등을 거쳐 대검찰청서 마약과장 검사와 조직범죄과장 검사를 지냈다. 이후 의정부지검,서울동부지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거쳤고 지난 8월, 서울고검 감찰부장검사를 끝으로 사랑하던 검찰을 떠났다.

‘소리바다’ 수사
금융정보분석원

지난 1일 서초동에 위치한 사무실서 이 변호사를 만났다. 이 변호사의 방에는 그의 후배 검사들이 써놓은 편지들이 액자화돼있었다. “항상 그윽한 미소로 직원들을 격의 없이 대해 주시던 우리 차장님, 검찰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차장님은 ‘정말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셨습니다” “합리적인 일처리와 직원들을 향한 자상한 배려심, 위트 있는 말씀 등 멋진 간부님이셨습니다” “더 모시지 못한 아쉬움이 많지만 차장님을 모시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편지에는 따뜻한 이 변호사의 검사 시절 모습과, 존경하는 선배를 떠나보내는 후배들의 아쉬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소리바다 수사요. 대한민국 지적재산권 판결 중 가장 중요한 판결로 꼽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익숙한 이름이 나왔다. ‘소리바다’는 2000년대 초에 전국민이 이용했던 음악 사이트다. 처음에는 사용자들끼리 음악 파일을 공유하는 P2P 프로그램으로 출발했지만, 음원을 무료로 공유할 수 있게 되자 음원 불법유통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음악은 무료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가수·작곡가 등 음악 산업 종사자들의 수입이 대폭 하락했다. 저작권이 명백히 침해됨에도 불구, 불법 유통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규정조차 없었다.

“미국에도 ‘냅스터’라고 소리바다와 똑같은 구조로 음원을 유통하는 사이트가 있었어요. 냅스터에 대해서 미국에선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는 판결이 이뤄졌었거든요. 이 이론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한국판 ‘냅스터’ ‘소리바다’ 성공적 수사
금융정보분석원 파견 ‘핵심 컨트롤 타워’

음원을 주고받는 당사자가 아닌, 연결해주는 사람에게 음원의 불법유통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하지만 이 판결은 1심에선 공소기각, 2심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거의 1년 넘게 수사를 했습니다. 1·2심 판결로 마음 고생 많이 했죠. 워낙 중요한 사건이어서 결국 대법원서 공개토론을 열었습니다.”

대법원은 결국 이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소리바다 개발자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고, 이 판결을 기준으로 유사 사이트들은 음원 유통을 유료로 전환했다. 저작권 침해가 횡행하던 음반시장에 질서를 형성한 결정적 사건으로, 이는 음반 제작자의 저작권 보호에 큰 전환점이 됐다.

“지금 음원 유통에 대해서는 불만들이 없으시잖아요. 음반 제작자들도 그렇고 가수 분들도 그렇고.” 이 변호사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 인터뷰 갖고 있는 이영기 변호사

2006년, 이 변호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되기도 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보고받은 금전거래를 분석하고 범죄 자금이나 자금세탁과 관련돼있다고 판단될 경우, 금전 거래 정보를 사법기관에 제공해 불법자금 몰수를 추진하는 컨트롤타워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자금세탁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한 나라의 사법기관이 눈 여겨봐야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2013년 시행된 ‘특정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FIU법)’에 의해 국세청은 조세탈루 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업무 및 조세체납자에 대한 징수 업무를 위해, 금융정보분석원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현재 대기업의 현금거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세무조사가 가능해져 고액체납자의 현금거래 추적에 활용되고 있다.

형사부 경력
검사의 기초체력

“특수부 검사는 되기 싫었어요. 특수부 검사가 하는 일이 선과 악이 분명히 구별되지 않잖아요. 특수부가 맡는 정치인을 수사하게 되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얘기도 가끔 듣게 되고요. 전 선과 악이 분명한 걸 좋아해요. 마약사범과 조폭은 선과 악이 분명하잖아요. 그런 건 어느 분들에게 물어봐도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하시고요.”

이 변호사는 인천지검 강력부장과 서울동부지검 형사부장 시절, 조직범죄수사와 도박범죄수사, 성폭력사범수사 등 숱한 사건들을 담당하며 탁월한 경륜으로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특히 인천지검 강력부 부장검사 시절, 이 변호사가 맡았던 조직범죄수사는 대검 강력부 우수업무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사 당시, 이 변호사는 청소년 가출 소녀들을 모집해 성매매를 알선한 보도방 업주 31명과 유흥업소 업주 7명 등을 구속했다. 치밀한 내사와 팀제수사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조직폭력배를 대거 적발해, 폭력조직 자금원 차단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서울동부지검 형사부 부장검사 시절에도 이 변호사는 두각을 보였다. 장기 미제사건으로 분류된 후 DNA 대조로 검거된 연쇄 성폭행범 ‘송파·강동구 발바리’를 구속기소, 서울동부지검 최초로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했다. 아울러 범죄피해자 지원,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을 위한 부수처분을 적극 활용해 이 수사는 대검 형사부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안전한 국가가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밤거리에 맘 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 조직 범죄나 마약 범죄로부터 안전해야 하죠. 그런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 공권력의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 변호사가 검사 시절 수사에 임해왔던 소신과 사명감이 묻어났다. 그가 특히 형사·강력 사건에 두각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3년 6개월
특수·형사 지휘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으로 불린다. 검찰은 마약수사직렬을 신설하는 등의 검찰청법의 꾸준한 개정을 통해서 마약전문 인력을 대폭 증강했다. 강력부가 설치된 6개 지검에 는 ‘마약류사범 검찰 ·세관 합동수사반’을 편성해 외국산 마약류 밀반입에 대처 중이다.


“지금 국내엔 마약·필로폰 제조업자들이 거의 없어요.” 이 변호사는 마약수사에 일가견이 있는 검사였다. 인천지검 강력부 부장시절 한국 여성을 운반책으로 이용한 나이지리아 국제 마약밀수조직을 적발했다. 당시 한국 세관과의 공조로 나이지리아 국내 총책과 한국 여성 등 3명을 구속기소해 필로폰 3kg을 압수했다.

“사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대부분 검사들은 승진에 대한 욕구가 있잖아요. 저도 처음엔 아쉬웠지만 이제는 없습니다. 빨리 털어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거죠.” ‘검사장 자리’에 대한 아쉬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변호사는 담담히 웃어보였다.

부산지검을 시작으로 서울고검까지 23년 6개월의 검사 생활, 부장검사 10년, 묵직한 사건들을 맡아 진두지휘한 이 변호사의 커리어와 능력은 검찰의 꽃인 검사장을 노려보기에 충분했다.

“검찰의 80% 검사들은 형사부 사건을 담당하고 특수·공안·기획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비중에 10~20% 밖에 안 됩니다. 지금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대형 사건을 다루는 특수부나 정기적으로 오는 선거철에 선거사건을 다루는 공안부, 기획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요. 실질적으로 인사에 있어서도 그분들이 잘 나가고요. 형사부 검사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고 있는데, 기본을 다루고 있다 보니 부각이 안 되죠. 그 부분에 대해서 후배 검사들이 자괴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선악이 분명히 구별되는 ‘형사통’ 출신
“다양한 법률서비스로 고객과 소통할 것”

수사를 통해 당사자 간 분쟁을 해결하는 게 검찰 본연의 역할이다. 형사부는 검찰을 지탱하는 바탕으로, 형사부 근무 경력은 검사의 기초체력를 쌓는 가장 큰 자양분이 된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기본 책무로, 국민들의 고통을 피부로 느끼고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기 때문이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부터 검찰은 일선 형사부 강화를 주장해왔다. 일각에선 형사부장 자리는 형사부 출신 검사들에게 100% 할당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아울러 형사부 출신 검사들이 형사부장이나 보직 간부들이 갈 수 있는 길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 역시 계속되고 있다. 향후 인사서도 특수·공안·기획 경험이 없는 형사부 출신 검사들의 검사장 승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검찰 개혁’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 변호사는 최근 화두가 된 ‘정치검찰’에 대한 형사부 후배검사들의 의견도 조심스레 전했다.
 

“후배들도 호소를 많이 하죠. 매일 8시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묵묵히 일하는데 모든 국민적 관심은 다 특수부에 가 있어요. 10~20%의 검찰 모습이 전체 검찰의 모습으로 비춰져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욕은 욕대로 먹으니 자괴감이 들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재밌게 인생을 살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강한데 젊은 검사들이 많이 희생하고 있어요.”

이 변호사는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검찰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함을 짚었다.

직접수사 축소
검찰 본연에 집중

“검찰도 결국 국가기관입니다. 국민이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국가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하는 것이 필요해요. 국민들이 검찰을 정치검찰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정치적인 사건을 너무 많이 다뤄왔기 때문이잖아요. 직접수사 기능을 자제하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가장 필요하다 봅니다. 또 모든 기관이 각자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좀 지켜볼 필요도 있어요. 법대로 하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기다리는 자세도 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이 변호사로부터 한국을 묵묵히 지켜온 검사의 사명감과 조직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자리와 위치에 따라, 본연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한 그는 변호사로서의 포부도 함께 덧붙였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의뢰한 내용에 맞춰 변론하는 직업이잖아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변호’라는 서비스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쓸 겁니다.”


<sangmi@ilyosisa.co.kr>


[이영기는?]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제3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5기
▲금융정보분석원 파견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대검찰청 마약과장검사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검사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장검사
▲광주지검 순천지청 차장검사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
▲서울고검 감찰부장검사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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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