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입수> 롯데왕국 파괴 컨설팅 ‘프로젝트L’ 고발장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02:51
  • 호수 12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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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이 롯데면세점 탈락시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현 나무코프 회장)이 2015년 롯데그룹 면세점 사업 탈락을 기획한 의혹이 제기된다. 일명 ‘프로젝트L’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이 롯데 경영권 분쟁 당시 맺은 자문계약이다. 
 

롯데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민유성 전 행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첨에 고발했다. 롯데그룹 노조는 “민 전 행장이 롯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를 도와주는 대가로 약 287억원의 자문료를 받기로 하고 롯데그룹 비리 정보 유포, 호텔롯데 상장 방해 등을 했다”며 “이는 명백히 형사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롯데 노조
민유성 고발

이어 노조 측은 지난달 30일 고발장 보충서를 통해 ‘민 전 은행장이 관세청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를 해 롯데면세점 탈락에 개입했다’며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민 전 행장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었던 ‘형제의 난’ 당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대리인이었다. 당시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기획·법률·홍보 등을 총괄했다. 이 둘은 롯데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자문계약을 2015년 9월 체결했다. 이 자문 계약은 일명 ‘프로젝트L’로 불린다. 

민 전 행장과 신 전 부회장의 자문료 민사소송 과정서 이 프로젝트L의 실체가 드러났으며 두 사람은 돈 문제로 2017년에 갈라섰다.


민 전 행장은 신 전 부회장이 2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10개월분 자문료만 줬다며 남은 14개월치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107억8000만원이었다.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행장에게 75억4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은 모두 항소했다.

프로젝트L의 주요 내용은 ▲롯데그룹 비리정보 유표 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기소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무산 ▲호텔롯데 상장 간접 방해 및 지주회사 설립 전 증여지분 매각 등이다. 민 전 행장은 지난 1월25일 신 전 부회장과 민사소송 재판서 당사자로 출석해 프로젝트L에 대해 이같이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씨 형제의 난 깊숙한 내막 보니… 
민, 롯데 망가뜨릴 공작 총괄 기획 

즉 프로젝트L의 목표는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을 위기에 빠뜨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획득하게 하는 것이었다. 민 전 행장은 이런 자문 용역의 대가로 자문료 150억원과 성공보수 100억원을 받기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프로젝트L은 실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2016년 비자금 조성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롯데는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실패했다. 특히 이번에 노조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보충서에는 롯데면세점 탈락을 민 전 행장이 기획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민 전 행장 고발장 보충서에 따르면 2015년 9월15일경 체결된 민 전 행장과 신 전 부회장의 자문계약에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심사 탈락’이라는 용역이 있다. 실제로 2개월 후인 2015년 11월14일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 결과서 롯데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후속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 신동빈 전 롯데그룹 회장

롯데 노조 관계자는 “민 전 행장 측에서 관세청 공무원과 특허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관련해 악의적인 정보를 제공한 게 특허심사서 감점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면세점 사업 특허심사는 공무원의 일이다. 일개 민간인이 정부 사업에 영향을 미쳐 면세점 사업권을 상실케 한 대가로 수백억원의 돈을 수수한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아직 민 전 행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면허 탈락에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87억원
자문료 받기로”

다만 실제로 2017년 7월10일 감사원의 관세청 감사결과 롯데면세점 특허심사가 부적절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이 롯데 측에 잘못된 기준을 적용해 평가 점수를 낮게 줬으며, 이로 인해 롯데가 면세점 특허심사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먼저 관세청은 2015년 1월 ‘시울지역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심사’서 롯데에게 계량항목의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결과 관세청이 3개의 계량항목의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관세청은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 비율’ 항목서 전체 매장면적 중 중소기업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면적’의 비율을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하지만 롯데에게만 ‘영업면적’ 비율을 적용해 평가했다. 영업면적이란 매장면적서 고객 이동에 필요한 2m 폭의 통로구역을 제외한 면적이다. 

그렇게 된다면 롯데의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은 2,789.7m²(매장면적)서 1,568.3m²(영업면적)으로 크게 줄어든다. 그 결과 롯데는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이 적게 산출돼 낮은 점수를 받았다. 감사원은 “A사의 총점은 정당 점수보다 많게, 롯데의 점수는 적게 부여됐다. 그 결과 롯데 대신 A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2015년 11월14일 ‘후속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심사’도 부적절하게 이뤄져 롯데가 탈락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관세청 부적정 심사 

관세청은 특허신청 공고서 최근 5년간 실적으로 작성·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내부기준(심사평가표 가이드라인의 단서조항)에 근거해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최근 2년간 실적으로 평가하도록 돼있다는 이유로 2년간의 실적만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롯데는 실제 점수보다 120점을 낮게 받았다. 

또 ‘매장 규모의 적정성’ 항목서 신청업체가 3개일 경우 매장면적 순서대로 10점, 4개일 경우 8점씩 차등 부여하기로 돼있다. 신청한 업체 중 앞선 공고에 선정된 경우 이후 심사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당시 면세점 사업에 선정된 B사를 포함해 총 4개의 업체가 특허를 신청했다. 규정대로 B사는 심사서 제외돼야 했으며, 심사대상 업체는 3개로 압축돼 점수는 순위 당 10점씩 차등부여돼야 했다. 하지만 당시 관세청은 4개 업체를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했다. 

그 결과 롯데는 정당점수에 비해 71점이나 적게 받았다. 감사원은 “롯데는 총점 191점이, C사는 총점 48점이 적게 부여됐다. 정당 평가 시 선정돼야 할 롯데를 제치고 C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관세청이 지난 2015년 신규·후속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업체의 사업계획서와 신청 서류 등을 천홍욱 전 관세청장 지시로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신동주-민유성 자문료 민사소송 과정
‘설계’ 실체 공개…면세점 탈락 개입?

2016년 9월 국회 국정감사 중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심사자료 등을 요구하자 관세청은 해당 자료를 신청업체에 반환했으며, 탈락업체의 신청서류 2부를 파기했다. 감사원은 홍 전 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상 등 혐의로 고발했다. 

2015년 9월15일 신·민 프로젝트L 자문계약 체결→2015년 11월14일 면세점 특허심사서 롯데 면세 특허사업권 상실→2016년 9월 국정감사 면세점 특허심사자료의 제출을 요구 받은 관세청장이 관련 서류 파기→2017년 7월10일 감사원 감사결과 면세점 심사 부적정하게 이뤄짐→2019년 1월25일 민 전 행장 프로젝트L 실행됐다 법정 증언.  

프로젝트L 자문계약 시점과 롯데 면세점 탈락 시기 그리고 민 전 행장·신 전 부회장의 자문료 소송 과정서 드러난 프로젝트L의 실체, 민 전 행장의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롯데 면세점 탈락은 애초부터 기획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 롯데면세점

또 신 전 부회장은 면세점 특허심사 결과가 발표되기 보름 전인 2015년 10월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면세점은 신동빈 회장의 사업이기 때문에 실패한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롯데가 면세점 사업권을 상실하게 될 것을 예상하고, 경영권 분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노동자만 
 죽어났다”

롯데 노조 관계자는 “민유성은 민사재판에 나와 스스로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무산 등을 성사시킨 것을 자랑스럽게 진술했다”며 “이는 명백히 알선수재의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롯데 10만 노동자의 고통으로 귀결됐다”며 “민유성은 무슨 행위를 통해 롯데의 노동자를 난도질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하고 그에 상응한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 전 행장은 ‘묵묵부답’이다. 민 전 행장이 회장으로 재직 중인 나무코프 관계자는 “회장님이 해외 출장 중이다. 돌아오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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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