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경찰과 자수범 설왕설래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9.08.26 10:18:24
  • 호수 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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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경찰서로…” 범인을 보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인터넷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봅니다. 최근 세간의 화제 중에서도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하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꺼냅니다. 이번주는 경찰과 자수범에 대한 설왕설래입니다.
 

▲ 한강 시신 훼손 피의자 장대호

39세 장대호.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장대호는 모텔 투숙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상 공개

지난 12일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남단 부근서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16일 몸통 시신이 발견된 지점서 약 3km 떨어진 부근서 오른쪽 팔 부위를 추가로 발견했다. 어깨부터 손까지의 사체는 검은색 봉지에 담겨 있었다. 17일엔 서울 방화대교 남단서 머리 부분이 발견됐다.

마찬가지로 밀봉된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경찰은 오른쪽 팔에서 확보된 지문을 통해 피해자 신원을 확인, 동선을 추적한 결과 구로구 한 모텔의 종업원 장대호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경찰에 자수한 장대호는 지난 8일,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방서 투숙객을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에서 “(피해자가)반말을 하고 숙박비 4만원도 주지 않는 등 기분 나쁘게 해서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대호는 방을 열쇠로 열고 몰래 들어가 잠든 피해자를 둔기로 살해한 뒤 자신이 생활하던 모텔 방에 방치했다. 그렇게 수일 동안 지내다 시신을 훼손해 12일 새벽 자전거를 타고 간 한강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어이없게도 이 사건의 불똥은 경찰로 튀었다. 자수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찾아간 장대호를 인근 경찰서로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부실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장대호는 17일 새벽 1시쯤 서울경찰청 정문 안내실에 방문했다. 당시 당직을 서던 경찰은 장대호에게 구체적인 자수 경위 등을 물었으나, 장대호는 “강력계 형사에게 이야기 하겠다”고만 했다. 

모텔 투숙객 살해·시신훼손·유기
“기분 나쁘게 해서 홧김에 죽였다”

경찰은 재차 질문에도 답변을 하지 않자 인근에 있는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안내했다. 1분 정도 서울경찰청 민원실에 머물던 장대호는 민원실을 나와 종로찰서에서 자수했고, 오전 2시30분쯤 관할경찰서인 고양경찰서로 이송했다.

만일 장대호가 마음을 바꿔 도주했다면 사건이 장기화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민 청장은 지난 20일 ‘강력범 자수 부실 대응 관련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국 대민접점 부서의 근무실태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생각은 어떨까.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jwls****> ‘뭐지 이 상황은? 코미디인가?’<vkfd****> ‘올해 코미디 대상은 경찰 몫이다’<dlvl****> ‘세상에 이런 일이…저런 경찰은 밥통 뺏어야 합니다. 얼마나 해이해졌는지 단면을 보여주는 거 같아요’<so78****> ‘자수하겠다는 살인자와 친절하게 다른 곳으로 가보라는 경찰. 그리고 그 말에 따라 택시를 타고 이동한 살인자’<dand****> ‘참 개판이구만∼문제가 심각하다’<yc24****>

경찰청 자수하러 갔더니
“인근 경찰서로 가세요”

‘근무수칙도 없나?’<siml****> ‘다른 데로 가라던 경찰. 무시했다고 몸통만 남을 뻔했네∼’<aude****> ‘경찰청이 무슨 경복궁 앞에 있는 안내소와 다를 게 없네. 오히려 안내소가 더 친절히 잘 알려주겠다’<topa****> ‘그 경찰 파면감이다’<jong****> ‘대한민국 경찰, 진짜 세금이 아깝다’<hyun****> ‘경찰이 저러니 범죄가 끊이지 않는 거다’<four****> ‘당직은 왜 있니? 그럴 거면 6시 문닫고 퇴근하지∼’<minm****> ‘우리나라 경찰들은 골치 아픈 일을 싫어해요∼그러니 쉬운 일만 맡겨주세요’<1yyj****>

‘요즘 나라 기강이 말이 아니군’<hjs2****> ‘해외 뉴스에도 언급될 정도로 큰 사건이고, 무엇보다 살인사건인데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mwk0****> ‘똥개도 주인집 마당을 지킬 때 그렇게는 안 지킨다. 어떻게 나라의 치안을 지키는 경찰이…’<love****> ‘자수하기도 어렵네’<kill****> ‘나중에는 번호 뽑고 기다리라고 하겠다’<art7****> ‘그 경찰이나 신상 공개하세요. 정말 궁금하네요’<pjl1****> ‘가장 궁금한 건 그 당직 경찰관의 변명이다. 왜 그냥 보냈는지 뭐라고 한마디라도 했을 거 아니냐’<ydy0****> 

경찰 맞아?

‘도망가지 않고 떳떳하게 택시타고 자수하다니! 질질 짜면서 내가 안 그랬다고 변명하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죽은 자의 잘못을 꾸짖는 여유(?)까지!’<drjw****>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 전체가 문제다. 해외서 사고 발생 후 고립됐는데 대사관으로 연락하면 국토부로 해라. 국토부 연락하면 행안부로 해라. 행안부 연락하면 문체부로 해라. 그 사이 다 죽어 나간다’<scou****>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피의자 신상공개 기준은?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지난 20일 외부 전문가 4명과 경찰 내부 위원 3명 등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의를 열고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장대호의 실명과 얼굴,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심의위원 과반수가 공개에 찬성했다. 위원회는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신상공개 기준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이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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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