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정의당 박예휘 부대표

“6411번 버스 ‘투명인간’들을 위하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 13일 정의당 5기 대표단에 박예휘·김종민·임한솔 후보가 부대표로 선출됐다. 심상정 신임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이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박 부대표는 유일한 여성 부대표로 당의 청년 부대변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일요시사>가 그에게 ‘정의당’에 대해 물었다.
 

▲ ▲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 갖는 박예휘 정의당 부대표

“저는 속도보다 방향을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저를 더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없어서요. 만들어 가야겠어요(웃음).” 첫 질문인 자기소개에 의외의 답이 돌아와 함께 웃었다. 이번에 신임으로 선출된 정의당 박예휘 부대표와의 첫 만남서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박 부대표가 유일하게 강조한 ‘방향’이 어쩌면 사회의 가장 소외된 곳을 정확히 향하고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박 부대표와의 일문일답.

-<일요시사> 독자 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동시 당직 선거서 정의당 신임 부대표로 선출된 박예휘라고 합니다. 저는 속도보다 방향을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당대표 선거보다 부대표 선거가 치열했다는 후문이 있던데요.
▲네. 물론 당대표 선거도 치열했지만, 부대표 선거는 아무래도 세 명을 뽑는 선거에 7명의 도전자가 도전장을 내밀어서 당원분들이 ‘이 많은 부대표 중에 누구를 찍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셨을 것 같아요.

-어떤 후보들이 나왔는지요.
▲녹색 정치, 생태를 이야기하는 분도 출마하셨고요. 생태와 불평등에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도 계셨고, 민생 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신 분도 계셨고, 또 당에는 전략이 필요하니 전략을 맡겠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또 말씀 안 드리면 섭섭한 사람이…. (웃음) “광장에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정치로 끌어오겠다” 이런 포부를 밝힌 후보도 나왔습니다.

-부대표님의 선거 전략은?
▲전략이라기보다는 저는 제 슬로건이 있었어요. ‘투명 인간들이 색깔을 찾는 정당’이요. 고 노회찬 대표님께서 “이 사회서 6411번 버스를 타는 수많은 투명 인간들을 향해 우리가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투명 인간이 어떤 의미인지 당내에선 공감대가 형성돼있거든요. 그런 사람(투명 인간)을 시의적으로 소비하는 기존의 정당들처럼 되지 말고, 그 사람들이 각자의 색깔로 빛날 수 있게 그들의 손을 잡아주자. 그분들이 자기의 삶과 일상을 찾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당 안에서부터 실현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당 관계자분이 부대표님을 당선 확정자로 꼽으시더군요.
▲청년 명부가 있습니다. 똑같이 선거할 때는 따로 청년 명부에 투표하는 게 아니라, 일곱 분의 후보가 다 있고 그중에서 당원이 1인1표를 던지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다득표자에 청년이 없을 경우에는 그 후순위 득표 중에 청년을 찾아서 앞에 배치하는, 제일 후순위와 교체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돼있어요. 입후보 등록 마감까지 다른 청년 후보가 등록하지 않아서 단선으로 치러졌습니다.

-청년, 여성을 대표해서 된 자리인 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 같습니다.
▲이 질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청년 할당과 청년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좀 다른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청년의 표로만 당선이 됐으면 모르겠지만, 그냥 모든 당원의 표를 받아서 치른 선거기 때문에 여성과 청년을 대표한다는 게 좀 맞지 않은 측면도 있는 거 같아요.

저 한 사람으로 그분들을 다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고, ‘왜 청년은 항상 할당으로만 당선될 수 있는가?’ ‘왜 청년들이 나와서 다득표를 얻어갈 수 없는가?’ 이런 의문이 생기죠. 청년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청년이자 여성인 당사자의 고민일 뿐만 아니라 당 전체의 주요한 고민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과 여성의 문제는 당 전체의 고민이다?
▲다른 후보님들에겐 ‘40대 남성을 대표해 당선되셨는데’라는 질문을 하지 않죠. 오히려 ‘안보 정책에 대해서 정의당은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질문을 받아요. 하지만 제겐 노동이나 선거제도 개혁, 생태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아요.

이들(청년, 여성)을 대변할 차별화된 방법은 당 전체서 고민해야 할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의제는 여성이 알아서 하고, 청년 의제는 청년이 알아서 하는 식으로 하면 이런 의제들은 중앙 정치서 주변화돼 축소되고 맙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하는 정치가 곧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려고 합니다.

노회찬 보고 정계 입문 결심
청년·여성은 당 전체의 고민

-원래도 정치에 꿈이 있으셨나요?
▲고 노회찬 대표님께서 돌아가신 7월 말, 8월 초 이때쯤에 직업 정치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전까지는 당에서 일하기도 하고 또 대의원으로서 지역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활동도 했지만, 진로에 대해선 노무사를 생각했거든요. 물론 정치를 한다고 해서 노무사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직업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되고자 한 계기가 고 노회찬 의원님이셨다고요.
▲제게 항상 "정치인이 돼라. 직업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아주 친한 동료 활동가와 (노회찬 대표님이)돌아가셨을 때 이야기를 했어요. 슬픔을 주체 못 하니까 그날따라 유독 더 깊게 통화를 했었죠. 실의에 빠져 가지고….

노 대표님 돌아가시고 나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겠다고 얘기할 때 그 얘기를 다시 한 번 꺼내더라고요. “언니, 내가 계속 정치하라고 했었잖아. 진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요. 그전까지는 “아휴, 내가 무슨 정치야” 이렇게 얘기를 했었는데, 그날 한 5시간 정도 통화하면서 직업 정치인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0%서 120%로 늘어났습니다.

-그때 심정은 어떠셨나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왜 이렇게 허망하고, 헛헛하고, 절망적인 일이 찾아왔을까. 시대의 상식을 미리 앞서서 이야기했던 분인데. 호주제 폐지, 성 정체성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까지 주장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을 최초로 발의하셨던 의원님께서 왜 이렇게 세상을 살다 가셔야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깐 이 길에서 도저히 비켜서 있지 못하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어요. 아무리 거칠고 외로운 길이어도 여전히 걷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그 길을 같이 걸으면서 만들고자 했던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당선 소감서 ‘밥 짓는 부대표’가 되겠다고 하셨습니다.
▲‘집밥’하면 그리움의 정서를 대표하고 있잖아요. 국민들은 상식적인 정치를 그리워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이)상식적인 정치를 해야 유권자들에게 우리를 선택해달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려면 정의당은 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지어야 합니다. 이것이 필요한 사람들은 강남역 10번 출구에도 있고, 인천 퀴어 문화축제서 혐오세력의 폭력으로 다치고 피를 흘렸던 동인천역 북광장에도 있고…. 투명 인간들이 색깔을 찾을 수 있게 그들을 위한 밥을 짓는 정당이 되어야겠죠.

-조금 더 힘을 실어주고 싶은 분야가 있으시다면?
▲주목도가 낮은 청소년과 장애 부문이요. 당사자들은 굉장히 많은 운동을 해왔고,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치권에선 여성 의제보다 더 주목을 받지 못하고 후순위가 되고 있는 거 같아요. 물론 계류되고 있는 젠더 법안도 굉장히 많죠. 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어요.

-선거제도 개혁은 계속해 아쉬운 부분이 있으실 텐데?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파행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지방선거 국면서 당시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4등까지 당선이 되면 대의제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는데요. 이것은 사실적으로 맞지 않아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사표를 줄일 수가 있고, 지지율을 대표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의제 원칙에 오히려 가까워진다고 볼 수 있어요.

-민주당이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죠.
▲전국적으로 민주당의 당론에 맞게 행동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인천과 경북 등 민주당이 불리한 곳에서는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과 같이 현수막을 만들고 공동으로 4인 선거구 관철시키라고 집회를 했어요. 그런데 민주당이 유리한 곳에서는 4인 선거구를 쪼개기 위해서 밀실 합의를 감행하기도 하고, 선관위서 제안한 4인 선거구안을 조각조각 쪼깨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죠. 여기에 대해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한 편이었습니다.
 

-국민들은 정의당과 민주당을 범여권으로 묶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에 심상정 대표님은 취임 기자회견서도 “우리를 더 이상 범여권으로 분류하지 말라”고 밝히셨습니다. 저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범여권으로 분류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사실을 부정하기보다는 이렇게 분류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민주당과 차별화할 것인지, 불평등으로 찌든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근본적이고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 정당의 정책은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에는?
▲‘사회적 합의’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난번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민주당의 전신이었던 정당서 이야기했던 것이고 심지어 발의한 의원까지 있는데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 여당이 되고 나서는 ‘국민의 반대 때문에 어렵다’는 수식어 뒤에 숨었죠. 저는 사회적 합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당도 마찬가지고,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 행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해요. 정부가 목표로 하는 국정운영 방향이 있으면, 당연히 집행하는 여러 지자체나 공무원들을 설득해나가는 작업도 분명히 있어야 할 것이고요. 마찬가지로 정당도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우리 당의 역할이라 생각하고요.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도 많은데?
▲정의당은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로 실현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요. 비현실적이라는 말은 ‘너무 급진적이다’ ‘너무 과도하다’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야 더 지속 가능한 사회, 사람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인데, 약자를 위해서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는 게 가진 자의 입장에서 보면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죠. 가치판단이 개입됐다고 생각해요.

-가치판단이라…. 예를 들면요?
▲임대료 문제는 ‘건드릴 수 없는 문제’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자유시장에 맡겨야 하는 사유재산이라고 하잖아요. 세입자들은 분명 고통받는데 왜 가진 자의 이익은 못 건드리나요. 또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서 다치고 죽어나가는데, 왜 노동자의 생명줄은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기업의 이익은 못 건드리면서요. 여기에 대해서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자의 편을 드는 정당은 매우 소수고 그 세력도 작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드러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으시다면?
▲어느 정당서 과도하게 보이는 정책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디선가 과도하게 차별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부분을 인지한다면 어떻게 정책을 실현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같이 생각하고 토론해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따뜻한 밥 짓는 부대표가 되겠다”
내년 총선 진두지휘 막중한 역할

-당이 ‘약진’할 수 있는 전략이 있습니까?
▲현 정부가 긴축재정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 점에 대해 심 대표님이 “단순히 복지지출을 늘리고 환경예산 늘리는 것을 넘어서서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서 국민이 낸 세금을 정부가 어떻게든 틀어막고 있는 것은 맞지 않다. 그래서 긴축재정, 균형재정이 아닌 확대재정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셨어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저희는 경제 정당으로서 위상을 당당히 할 수 있는 경제 정책들을 펼쳐나갈 예정인데요. 한국당과 민주당이 과감하게 내놓지 못하는 구체적이고 담대한 전략을 정의당서 펴겠습니다.
 

-선거제 개혁안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다른 여야 간사나 위원께서도 수고를 해주셨지만 지금까지 심 대표님께서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수고를 많이 하셨고 위원장 자리가 넘어간 만큼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민주당이 어영부영한 세월 기다리지 말아야 하고요. (선거제 개혁안을)한국당과의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것이 아니라, 의지를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또 한국당서 제1소위원장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요. (선거제 개혁안을)주고받을 수 있는 정치적 카드로 인식하지 않고 제도 개혁에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완수하도록 저희가 옆에서 계속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의당’이란?
▲정의당은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인 거 같아요. (국민들께) 희망이 되어야 하고, 현재 희망이고, 그래서 정의당이 더 잘해야 하고…. 저는 정치혐오로 인해 혜택을 누리는 정당은 현 상태가 계속 지속되기를 바라는 기득권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현 상태가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은 항상 소수고, 항상 힘들고, 주목받지 못하는 길을 항상 걸어요.

정의당은 그걸 알면서도 계속 남아 있는 사람들이고, 정치혐오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를 통해서 제도와 법을 바꾸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나가려고 하는 그런 원내정당이 아닌가 싶습니다. 6411번 버스를 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 투명 인간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에게 당이 내놓은 정책으로 행복한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게 정의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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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