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 4인방 마이웨이 행보 초읽기 <속사정>

상처뿐인 그대! 갈길은 오직 하나 마이~웨이



여권 내부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 4인방으로 불리는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김형오 국회의장, 박근혜 전 대표 등에 대한 당내 불만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마이웨이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실세로 불리는 이들은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관망 모드’를 통해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마이웨이 행보를 취할 태세다. 특히 이번 ‘입법전쟁’ 과정에서 완패한 핵심 4인방에 대한 문책·비방전은 갈수록 탄력을 받는 형국이다. 흡사 ‘융단폭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때문에 이들의 향후 행보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입법전쟁 완패론으로 여권은 ‘쑥대밭’이다. 총사령관 역할을 맡았던 홍준표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은 거세다. 김형오 의장, 박희태 대표, 박근혜 전 대표도 그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여권 핵심 인물로 손꼽힌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이들은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면서 그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취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개인적인 욕심까지 더해져 이 같은 현상이 초래됐다는 게 여권 한 인사의 설명이다.
때문에 이들 4인방에 대한 여권 내부의 불신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들에게 쏠렸던 무게 중심도 힘을 잃은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는 ‘여권 완패론’이 확산되면서 급격히 감지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홍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주 타깃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권 내부에서는 ‘홍준표 사퇴론’이 표출되면서 홍 원내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홍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의 사인이 맞지 않아, 그를 내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한나라당 한 인사는 “원내대표직은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된다”며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사퇴론’이 여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당분간 ‘사퇴론’은 무마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원내대표직을 노리는 인사들은 많지만 마땅한 인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홍준표 사퇴론’은 여전히 여권 내에 잔재하고 있다. ‘입법전쟁’ 과정에서 홍 원내대표의 어정쩡한 태도는 여권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중립성향을 띤 한나라당 한 인사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공룡여당이 민주당에서 대패하면서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했다. 홍 원내대표는 당시 의장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MB법안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수포로 돌아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 오로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게다가 법안 추진 능력·협상력까지 모두 ‘꽝’이다.”

이는 향후 2차 입법전쟁을 통해서 큰 이득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홍 원내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까지 거세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은 홍 원내대표의 거취에 큰 변수로 작용할 태세다. 그에 대한 개인적 불신은 극에 달했고, 지도부를 신임하지 않고 있는 것.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원내대표가 잠시 동안 자성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입법전쟁 이후 원내대표직을 고수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신임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결국 ‘마이웨이’ 행보를 취하게 되지 않겠냐는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권 수장인 박희태 대표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때마침 4월 재보선에서 인천 부평(을) 출마설이 나돌고 있어, 대표직을 사퇴하고 ‘마이웨이’ 행보를 취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박 대표는 4월 재보궐 선거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직을 그만둘 공산이 크다는 게 여권의 중론이다.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9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현 원내 지도부의 임기는 사실상 2월 임시국회까지로 볼 수 있다”며 “지금 지도부를 교체하면 (2월 임시국회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교체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2월 임기국회가 끝난 이후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사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준표 ‘사퇴론’ 난무… 비판 여론 갈수록 ‘점입가경’
박희태 지도부 비판 ‘역풍’… 일부분 책임 있다
김형오 한나라당 ‘눈엣가시’… 음해설 나돌기도
박근혜, 여당 내 야당, “마이웨이 행보는 쭈욱~”

여권의 불만은 지도부를 넘어 ‘입법수장’인 김형오 의장에게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입법전쟁 과정에서 여야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칼자루’를 진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여권 내부에선 김 의장이 한나라당 인사라는 점에서 ‘모종의 역할‘을 해주길 내심 기대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대다수 여권 인사들은 김 의장이 ‘사욕’을 부리는 바람에 참패했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의장이 대권에 욕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를 통해 대권을 노린다는 얘기까지 회자될 정도다.
특히 여권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은 것은 크나큰 실수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김 의장은 눈엣가시”, “청와대가 홍 원내대표와 더불어 김 의장을 내치려고 한다”는 등 김 의장에 대한 온갖 음해성 루머가 판을 치고 있다.
여권 한 인사는 “김 의장은 국회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본청에서 농성을 하지 못하도록 직접 막았어야 한다”며 “국회 경위와 민주당 간의 몸싸움도 얼마든지 체계적인 방법으로 해산시킬 수 있었는데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쟁 중에 김 의장이 지역구로 내려가는 것은 문제였다”며 “대권 꿈이 있기 때문에 판단이 흐려진 점에서 차기 대권 꿈을 빨리 접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마이웨이 행보를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의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정황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친박계 주변에서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박 전 대표의 대리인들이 연일 여권을 비판하면서 사사건건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급제동을 걸고 있다. 이른바 ‘여당 내 야당’ 이미지를 내세워 마이웨이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것.
친박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 간의 불안한 관계는 신뢰관계가 깨져 있기 때문에 계속 될 수밖에 없다”며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을 위해서라도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박 전 대표가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며 “말하면 말했다고 비판하고, 말하지 않으면 왜 하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조용한 행보를 취하던 중 여권을 향해 난데없이 일격을 날렸다. 지난 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통합을 위해서 다수당인 우리 한나라당이 한 걸음 더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친이-친박 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표와 당내 강경파 간의 마찰은 ‘마이웨이 행보’ 때문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MB정부 출범 이후 줄곧 여권을 이끌어 온 이들 핵심 4인방의 행보는 향후 정치권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큰 게 사실이다. 함께 가든 홀로서기를 하든 여권은 물론 야권의 정치적 역학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의 행보가 정치권의 주목을 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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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