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가는 섬 ②군산 고군산군도

차창 밖 빛나는 ‘섬의 군락’

▲ 대장도 대장봉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와 다리들 전경

군산 고군산군도로 가는 풍속도가 백팔십도 바뀌었다.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배 타고 유람하는 일은 이제 추억이 됐다. 최근에는 자동차로 섬 깊숙이 들어선다. 선유도와 장자도 등 주요 섬은 시내버스도 오간다. 고군산대교가 연결되고 도로가 새로 뚫리면서 생겨난 진풍경이다.
 

▲ 장자도 앞바다 풍경

고군산군도는 10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다. ‘신선이 노닐던 섬’인 선유도를 대표로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 수려한 해변과 어촌 풍경을 간직한 섬이 이어진다. 전에는 고군산군도에 배를 타고 들어가 즐기려면 넉넉히 1박2일은 잡아야 했다. 요즘은 반나절이면 섬을 구경하고 나올 수 있다. 군산 시간여행마을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전하는 여행 팁은 명료하다. “요즘은 군산 여행 오면 대부분 선유도(고군산군도)에 들릅니다. 오전 일찍 출발해야 길이 안 막혀요.” 육지와 섬이 연결되면서 고군산군도 나들이가 군산 여행의 필수 코스로 슬며시 정착했다.
 

▲ 고군산군도 자전거 여행

드라이브 코스

고군산군도로 향하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서 손색이 없다. 새만금방조제를 잇는 도로 양쪽에 바다와 간척지가 펼쳐지고, 크고 작은 섬이 자맥질하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고군산대교 완공으로 신시도와 무녀도가 연결되면서 고군산군도는 비로소 뭍과 한 몸이 됐다. 예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선유도와 장자도, 무녀도를 연결하는 소박한 다리를 오가는 운치가 있었다. 요즘은 자동차 도로로 이어져, 새만금방조제와 맞닿은 신시도에서 끝자락 장자도까지 내달리는 데 10여분이면 족하다.
 

▲ 군산 섬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꾼 고군산대교

군산 섬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꾼 고군산대교는 현수교다. 주탑이 한 개인 현수교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공법이다. 길이 400m 고군산대교를 건너면 본격적인 고군산군도 여행이 시작된다. 주말이나 성수기에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주차 문제가 해결돼 편리하다. 버스나 승용차로 비응항까지 이동한 뒤 99번 버스로 갈아타면, 시야가 확 트인 2층 버스가 무녀도와 선유도를 경유해 장자도까지 내달린다.

▲ 대장봉 오르는 길 초입에 선 장자할매바위

지나온 길과 다리, 섬의 윤곽이 궁금하면 차량의 서쪽 종착지인 장자도에서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장자도와 이어진 대장도 대장봉(142m)에 올라야 고군산군도의 참 멋이 느껴진다. 큰길, 작은 다리, 지도에서 보던 섬과 해변, 고기잡이 나서는 배, 유람선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자도 앞바다는 예전에 조기잡이 배들이 밝힌 불빛이 장관을 이룬 ‘장자어화’의 명소다. 
 

▲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보행교
▲ 선유도 명사십리해변

대장봉에 오르는 길에는 나무 데크가 조성됐다. 예전 구불길은 풀숲을 헤치고 바위도 올라서야 했는데, 나무 데크 길이 가족 단위 여행객을 어렵지 않게 정상으로 안내한다. 오르는 길 초입에 장자할매바위가 외롭게 서 있다.
대장봉 아래 펜션과 카페도 제법 늘었다. 대장도, 장자도에서 선유도까지 보행교를 건너 느린 템포로 이동한다.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고군산군도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둘러봐야 진면목이 드러난다. 선유도에 접어들면 명사십리해변에 새로 솟은 전망대와 선유스카이SUN 라인이 시선을 끈다. 짚라인을 타면 명사십리해변을 가로질러 솔섬까지 700m를 새처럼 날 수 있다. 해변 위에 한 줄 선이 그어졌지만,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선유낙조’는 고군산군도의 으뜸 풍경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이 일몰에 취하기 위해 해변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곤 했다.
 

▲ 남악리 몽돌해변과 자전거

10개 유인도·47개 무인도로 이뤄져
군산 여행의 필수 코스로 슬며시 정착

명사십리해변 입구에 군산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대여소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선유3구 골목을 누비며 기도등대, 남악리 몽돌해변에 들른다. 사람이 많은 명사십리해변과 다른 섬마을 정취가 구석구석에 깃들었다. 남악리 대봉전망대에서 보는 고군산군도의 윤곽은 또 다르다.

▲ 선유1구 옥돌해변의 해변데크산책로

선유1구 옥돌해변의 해변데크산책로는 추천 명소가 됐다. 길이 뚫리면서 한적한 맛은 사라졌지만, 새로 조성된 해변데크산책로가 호젓함을 더한다. 이곳에서 건너편 무녀도 앞 무인도가 손에 닿을 듯하다. 장구도, 주삼섬, 앞삼섬과 고깃배가 오가는 풍취는 선유8경 중 ‘삼도귀범’에 속한다.
 

▲ 장구도, 주삼섬, 앞삼섬과 고깃배가 오가는 ‘삼도귀범’

고군산군도는 예부터 사연 가득한 섬이다. <택리지>에는 “고기잡이 철이면 장삿배들이 섬 앞바다에 구름처럼 몰려들었으며, 섬 주민의 씀씀이가 육지 백성보다 더했다”고 나온다. 어청도와 인근에서는 고래도 잡혔다. 섬 안에 처마가 빼곡히 이어져 비를 맞지 않고 마을을 오갔다는 추억담도 있다. 군사적 요충지인 섬은 고려 때 수군 진영이 들어섰으며, 조선 시대에 군산진이 수군 진영과 함께 지금의 군산으로 옮겨가면서 옛 군산이라는 뜻에서 ‘고군산’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 간조 때 길이 열리며 갯벌이 드러나는 무녀도 쥐똥섬

고군산군도에서 나가는 길에 들러볼 만한 곳이 쥐똥섬이다. 무녀도 끝자락에 있는 쥐똥섬은 간조 때 길이 열리며 갯벌이 드러난다. 고군산대교 옆에 자리 잡아 다리 개통과 함께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섬 앞에는 섬 주민이 스쿨버스를 개조한 노란색 버스 카페가 운치를 더한다.
 

▲ 일제강점기 군산에 살던 일본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

군산 시내에 들어서면 시간 여행을 부추기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183호)은 일제강점기 군산에 살던 일본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을 여기서 촬영했다.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초원사진관도 걸어서 둘러볼 만하다. 최근 이 일대에 일본풍 가옥을 새롭게 짓는 붐이 일었다. 
100년 세월을 넘어선 근대 건축물인 호남관세박물관 뒤쪽에는 옛 창고를 리모델링한 인문학 카페가 문을 열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야간 입장이 무료다.  
 

▲ 세대를 뛰어넘는 추억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경암동철길마을

경암동철길마을

경암동철길마을은 세대를 뛰어넘는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제강점기에 신문 용지 재료를 나르기 위해 철도가 개설됐고, 그 주변에 1970년대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됐다. 폐철도 주변 빈집에 상가가 들어서며 다시 온기가 돌았고, 최근에는 주말이면 북적거리는 명소가 됐다. 중년의 방문객은 친구들과 옛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고, 아이들은 옛 군것질거리인 뽑기 등을 직접 만들어보며 신나는 체험을 즐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고군산대교→대장봉→명사십리해변→옥돌해변→무녀도 쥐똥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고군산대교→대장봉→명사십리해변→옥돌해변→무녀도 쥐똥섬
둘째 날: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동국사→호남관세박물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경암동철길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군산문화관광 www.gunsan.go.kr/tour
- 군산시교통정보센터 http://its.gunsan.go.kr/BusInfo.do

문의 전화  
-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34
- 고군산군도관광탐방안내소 063)465-5186
- 군산시간여행관광안내소 063)446-5114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787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군산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4~15회(05:35~ 20:39) 운행, 3시간~3시간30분 소요. 군산역 정류장에서 7번 시내버스 등, 비응항 정류장에서 99번 버스 환승, 선유도·장자도 하차.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우성여객 063)462-7135 군산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063) 443-3077(평일)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23:5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군산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7번 시내버스 등, 비응항 정류장에서 99번 버스 환승, 선유도·장자도 하차.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 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우성여객 063)462-7135 군산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 063)443-3077(평일)

자가운전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군산 IC→군산·북새만금 방면→고군산대교 

숙박 정보
- 게스트하우스 나비잠: 군산시 구영3길, 010-8436-8810, https://cafe.naver.com/gunsannabijam
- 게스트하우스 여정: 군산시 구영2길, 010-8098-2202, https://guesthouseyeojeong.modoo.at
- 베스트웨스턴군산호텔: 군산시 새만금북로, 063)469-1234, www.gunsanhotel.co.kr

식당 정보
- 군산맛촌(생선구이): 군산시 구영6길, 063)446-8197
- 영화원(짬뽕): 군산시 구영5길, 063)445-4938
- 군산수산물종합센터(생선회): 군산시 내항2길, 063)442-4822
- 어촌계횟집(회정식): 옥도면 장자도1길, 063)465-7075, https://jangjadofood. modoo.at

주변 볼거리
은파호수공원, 해망굴, 부잔교, 군산항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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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