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내놓고 딴생각하는 김정주 속내

13조 왔다 갔다…마음은 콩밭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카카오, 넷마블과 사모펀드 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총 다섯 곳이 참여한 넥슨 인수전의 본입찰이 마감됐다. 이번 인수전은 매각 규모만 총 13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거래인만큼 그 향방을 두고 업계의 시선이 집중돼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주 NXC 대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상화폐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는가 하면, 골프장 사업을 명목으로 용인에 땅을 구입하기도 했다. 넥슨을 팔려고 내놓고 비(非)게임 사업에 투자하는 김 대표의 속내는 무엇일까?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 거래인 게임업체 넥슨 인수전의 본입찰이 마감됐다.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서 마감된 넥슨 매각 본입찰에는 카카오, 넷마블, MBK파트너스, KKR, 베인캐피털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중국 텐센트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인수전은 매각 규모만 총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게임 시작
13조원 빅딜

당초 넥슨 본입찰은 지난 2월 예비입찰 이후 4월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15일로 미뤄졌으며 이후에도 마감 시한이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김정주 NXC 대표가 원하는 가격과 인수업체 측이 제시한 가격 사이의 간극이 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매물 대상은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 넥슨 지주회사의 NXC 지분 98.64%이다. 넥슨 보유 지분 47.98%의 가치는 6조∼7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넥슨이 상장된 일본 증시의 공개 매수 조항을 고려하면 최대 13조원의 인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매각 액수가 10조원이 넘다 보니 일부 후보의 경우 자금조달 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경우 향후 인수 후보 간 연합이나 제3의 후보 등장이라는 변수도 배제할 수 없다.


넥슨 본입찰은 인수 후보 모두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으로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NXC와 매각주관사인 UBS, 도이치증권, 모건스탠리 등이 본입찰까지 개별입찰 참여원칙을 고수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본입찰 마친 넥슨 인수전…주인은 누구?
가격이 가장 큰 변수…무산될 가능성도?

다만 매각 협상 진행 과정서 다양한 전략 싸움과 물밑 작업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 인수 후보 주체들이 단독입찰로 각개 전투를 벌이는 상황이다.

현재 본입찰대로 단독입찰을 추진할 경우 각 사업자별로 장단점이 뚜렷한데,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사모펀드가 유리할 수 있고 경영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인 카카오나 넷마블이 유리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올해 초 “넥슨을 전 세계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의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김정주 NXC 대표

업체 간 컨소시엄은 자금조달이 용이한 사모펀드와 전략적 투자자가 손을 잡는 형태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게임운영과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향후 사업시너지를 고려하면 넷마블과 카카오 위주로 컨소시엄이 구성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카카오와 넷마블 입장에선 유용할 수 있는 현금이 2조원 안팎에 그치다 보니, 넥슨 인수 의사를 밝힌 사모펀드와 손을 잡으면 자금 조달이 훨씬 수월할 수 있다.


가상화폐도?
꾸준한 관심

예비입찰과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이 컨소시엄에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이면서 카카오의 2대 주주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텐센트는 넥슨 매출의 절반에 이르는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 퍼블리싱하면서 매년 넥슨에 1조원을 지불하고 있다.

텐센트로서는 던전앤파이터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로열티 지출을 줄이기 위해 매각에 개입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 넥슨 매각은 인수후보 우선협상권 획득과 인정, 기업 실사,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가격 협상, 대금 지불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 이 과정서 인수 후보 간 전략에 따라서 매각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가 블록체인 분야에 추가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넥슨 매각 이후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로의 도전을 준비 중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NXC 대표는 지난해 말께 가상화폐 거래 중개업체 타고미에 투자했다. 타고미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가상화폐 거래 대행 서비스 제공 업체다.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의 그레그 투사르, 유니온스퀘어벤처스 출신의 제니퍼 캠벨 등이 설립했다.

김 대표 외에도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땅 산 이유는?
골프장에 관심

NXC는 2017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의 지분 65.19%를 912억원에 인수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벨기에 투자전문 자회사 NXMH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하는 등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는 것.

또 김 대표가 평소 블록체인을 미래 먹거리로 여겨왔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 같은 김 대표의 행보가 다음 목표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넥슨 매각 추진도 새로운 도전에 집중하기 위한 결단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한 매체에 따르면 김 대표가 GS가(家)와 함께 골프장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 지역에 땅을 사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가승개발은 최근 용인시 소재 토지 4220㎡(1276평)를 약 21억7000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가승개발은 골프장 운영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기업으로 2016년 1월 NXC가 GS가 3세 경영회사인 승산과 50%씩 공동 투자한 곳이다. 승산은 고(故) 허만정 GS 창업주의 다섯째 아들 고 허완구 승산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가승개발은 이번에 경기도 용인 소재의 2964㎡ 규모 땅을 15억2500만원에, 1256㎡ 규모 땅을 6억4600만원에 각각 취득하기로 했다. 가승개발은 용인 땅 취득과 관련 “사업 영위를 위한 부동산 확보”라고 설명했다. 가승개발은 이 땅들을 오는 12월23일 취득 완료할 계획이다.

인수전 치열한데 다른 사업 기웃
뜬금없이 가상화폐·골프장 눈독

앞서 가승개발은 올해 초 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 NXC와 승산으로부터 20억원씩 추가로 투자받은 바 있다. 당시 이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가승개발이 골프장 사업을 실제로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했다”고 설명했다.

즉 골프장 사업 진행을 위한 유상증자 후 첫 토지 매입인 만큼 골프장 규모에 맞게끔 향후 토지 매입이 추가적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승개발의 사업목적은 종합 체육시설업과 골프장 운영 건설사업, 골프장 운영과 관련된 부대사업, 관광호텔업이다. 이렇다 보니 김 대표가 비게임 사업에 잇따라 실탄을 장착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넥슨그룹의 지배구조는 ‘김정주 및 특수관계인-NXC-넥슨(일본법인)-넥슨코리아 및 계열사’로 돼있다. 김 대표가 넥슨 매각 과정서 블록체인과 관련된 비게임 사업 부문은 제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혹은 우선 모두 매각한 뒤 원하는 부문만 다시 사들이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창업자인 김 대표가 그동안 게임 외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나오는 관측이다. 실제로 NXC는 레고 중개사이트 ‘브릭링크’, 노르웨이 명품 유아용품 브랜드 ‘스토케’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새로운 도전?
비게임 주력

김 대표는 넥슨 매각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새로운 도전’이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사업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의 입장문서 구체적인 매각 계획이나 사업 방향을 읽긴 어렵지만 새로운 도전을 강조한 만큼 비게임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간 내 세계시장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사업영역이 많지 않아 신중히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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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