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 후… 한국자산신탁 불공정약관 철퇴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7 10:11:36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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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특약 무효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이라며 철퇴를 가했다. <일요시사>는 앞서 한국자산신탁의 갑질과 불공정약관 의혹 등을 연속 보도한 바 있다.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으로 판명되면서 유사한 신탁계약서를 사용했던 부동산신탁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자신의 신탁계약서와 특약사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 약관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특약사항의 일부 조항이 약관법을 위반한 불공정약관이기 때문에 무효로써 수정 및 삭제 조치를 내렸다. 

30년 만에 
처음 판단 

<일요시사>는 앞서 한자신이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지상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 및 분양사업’(이하 대구 두산동 신축 분양사업)서 위탁자의 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의혹을 제기했다(<일요시사> 1160호 ‘한자신의 이상한 영업’ 참조).

한자신은 부도난 시공사에게 허위 공사대금을 위탁자 동의 없이 지급한 의혹이 있다. 시공사의 하도대금 미지급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방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 추가공사가 없었음에도 공사비를 증액하는 등 신탁사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한자신이 선관주의·충실의무를 위반해 위탁자의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대구 두산동 신축 분양사업의 위탁자인 정유경씨는 “한자신이 선량한 위탁자의 재산을 마음대로 유용해 피해를 입었다”며 “신탁계약서에 있는 부당한 면책 조항으로 위탁자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갑질 의혹 최초 보도 이후 공정위 조사
신탁계약서 무효 판단…업계 파장 예상

정씨는 지난해 8월31일 공정위에 한자신의 신탁계약서와 특약사항이 불공정약관이라며, 약관심사를 청구했다. 공정위는 9개월여 만인 지난 17일 정씨와 한자신이 체결한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공정위 문건에 따르면 정씨가 약관심사를 청구한 18개 조항 중 13개(약관 4개 조항, 특약사항 9개 조항)가 불공정약관으로 무효인 것으로 나타났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심사 결과 통지문

▲약관 제11조(건물·건축 등) 제3항= 수탁자가 신탁재산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위탁자가 시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무효)

▲약관 제15조(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수탁자가 신탁건물의 건축공사, 신탁재산의 처분·관리·운용, 그밖의 신탁사무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 처리한 경우 신탁기간 중 또는 신탁 종료 후 위탁자, 수익자, 우선 수익자 및 그 상속인에게 손해가 발생되더라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무효)

금감원도
“문제 있다”

▲약관 제21조(하자담보 책임 등)= ①위탁자는 신탁기간 중 또는 신탁 종료 후 그 신탁한 토지에 하자가 있거나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된 경우 그 책임을 진다.(무효)


②수탁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써… 신탁부동산에 대해 발생된 하자 및 그 하자가 있음을 원인으로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게 발생된 손해 등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무효)

▲특약사항 제22조(시공사의 부도, 파산 등)= ① 丙(병-시공사)은 공사를 중도 포기할 수 없다. 다만 丙의 부도, 파산, 인수, 합병 등의 사유로 인해 공사 중단, 지연으로 예정 공기에 공사를 완공하기 어렵다고 乙(을-신탁사)이 판단하는 경우 丙은 건축물의 공사를 중지하고, 공사 현장을 乙이 지정하는 자에게 즉시 명도해야 한다. 이 경우 乙은 공사 도급 계약을 해지·해제하고 예정 가격 및 계약 조건을 제시해 乙의 내부 규정서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시공사를 재선정할 수 있다. 甲(갑-위탁자)과 丙은 이에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무효)

③ 제1항과 같이 공사중단, 지연 또는 丙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 ‘본 사업’ 및 ‘본 신탁계약’과 관련된 丙의 모든 권리행사는 즉시 중단된다. 丙은 새로운 시공사 선정 등으로 인한 입주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등 乙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부담해야 하며, 본 사업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본 사업의 정산 시에 일괄 정산하기로 한다.(무효)
 

▲ 일요시사는 지난해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 11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불공정약관 의혹을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이라고 판단했다.

⑥ 본조에 의한 공사도급계약의 해지, 시공사 변경 및 그에 따른 사업비(공사비 등)의 증가 등 본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乙이 행한 일체의 행위 및 그 결과(공사비 정산 포함)에 대해 甲, 丙 및 丁은 乙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무효)

▲특약사항 제29조(사업시행자의 권한)= 乙이 본 신탁계약의 각 규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령 및 사업인허가 조건의 이행, 본 사업 관련 민원의 발생 및 분양관련 일체의 사항, 각종 용역계약 및 소송, 자금조달 등으로 비용 또는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그 면책을 위해 乙이 본 사업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乙이 부담하는 비용 발생 시 乙은 이를 甲의 부담으로 신탁재산에서 집행하되, 신탁재산으로부터의 집행이 어려울 경우 丙이 이를 책임지고 甲에게 대여하거나 직접 乙에게 대지급하기로 한다.(무효)

▲특약사항 제30조(면책조항)= ① 乙이 본 사업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처리하는 모든 업무 및 그 결과는 甲에게 귀속된다. 이에 대해 甲은 일체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무효)

② 본 사업과 관련해 乙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乙이 부담하는 비용 또는 乙에게 손해배상(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책사유가 있는 甲 또는 丙이 이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乙은 乙의 부담비용 또는 손해배상(손실) 상당액을 신탁재산서 우선 충당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수익자는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무효)

③ 신탁등기의 유효성은 우선 수익자가 점검, 확인해야 한다. 수탁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신탁법」 제8조에 의한 사해신탁에 의거 본 신탁계약이 취소되거나, 「신탁법」 제22조서 규정한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된 권리의 실행으로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변동이 있는 경우 乙은 (우선)수익자에 대해 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무효)

선관주의
충실의무 위반

▲특약사항 제32조(기타)= ① 어떠한 원인에서든지 본 신탁계약의 일부 용어, 약정, 조건 또는 규정이 불법이거나 무효이거나 집행 불가능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본 신탁계약의 나머지 조항은 유효하고 집행 가능하며 완전한 효력을 갖는다.(무효)

② 본 신탁계약의 내용은 법령에 위배되지 않으며, 乙에게 효력을 가지는 법원의 재판,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이나 신탁감독기관의 관련 지침과 지도 등에 위배되지 않도록 변경·처리될 수 있음을 甲, 丙 및 丁은 이해하고 보장한다.(무효)

<일요시사>는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견본 2부(분양형·차입형)와 복수의 위탁자와 체결한 신탁계약서 11건을 입수해 비교·분석한 결과, 한자신의 신탁계약서가 공정위서 정한 불공정약관의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일요시사> 1183호 ‘한자신 불공정약관 의혹 추적’ 참조). 


약관 심사한 18개 조항 중 13개 불공정
11개 부동산신탁사 계약서 수정 불가피

당시 <일요시사>는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특약사항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부당한 면책 조항으로 위탁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갑질 계약이라고 보도했다. 법조계에선 한자신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을 특약에 넣음으로써 약관규제법을 우회적으로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약관심사 결과 <일요시사> 보도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공정위가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일부 조항을 무효라고 결정하면서, 위탁자들의 피해 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법 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 따르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성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했다.

한자신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한자신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한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위가 부동산신탁 시장이 열린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특약사항을 약관으로 본 것이다. 부동산신탁업계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면 수정
후폭풍 예고


한자신 신탁계약서의 특약사항 일부가 불공정약관이라고 판단한 공정위의 결정은 부동산신탁업계에 큰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국내 11개의 부동산신탁사들이 한자신과 비슷한 신탁계약서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신탁사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들은 여타 금융업과 달리 다루는 상품이 서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신탁계약서도 대동소이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11개의 부동산신탁사들의 신탁계약서 수정 및 삭제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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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