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재대 미대 입시 ‘수상한 실기고사’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0 09:32:34
  • 호수 1219호
  • 댓글 0개

똑같은 문제 내놓고 골라보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배재대학교 미술디자인학부의 수상한 입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석연치 않은 실기시험의 출제 방식은 입시 미술학원과의 유착까지 의심케 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의 몫. <일요시사>가 그 내막을 추적했다. 
 

▲ ▲

2015년 10월31일 치러진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 수시 전형(2016년 학년도 수시 신입생 모집) 당시 학교 측이 출제한 실기고사 문제 A, B, C 유형이 사실상 모두 동일한 주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재대가 실기고사 당일 시험문제가 봉인돼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출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똑같은 유형
공평한 척∼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의 실기고사 과목은 ▲사고의 전환 ▲발상과 표현 ▲기초디자인 ▲석고소묘 ▲정물수체화 ▲인물수채화로 나뉜다.

디자인 전공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은  ▲사고의 전환 ▲발상과 표현 ▲기초디자인 중 하나를 선택해 실기고사를 치른다. 이 과목의 공통점은 소재와 주제어가 주어진다는 것. 수험생들은 주제어에 맞게 소재를 활용해 정해진 시험 시간 안에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통상 복수의 미대는 입시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각각의 과목서 여러 문제(편의상 A, B, C 유형)를 출제한다. 실기고사 당일 수험생 앞에서 봉인된 문제 유형들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정해 실기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공평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배재대 2016년 학년도 수시 신입생 모집 당시 미술디자인학부 디자인전공 실기고사 시험지의 견본을 분석한 결과 A, B, C 유형으로 출제된 사고의 전환과 기초디자인의 시험문제가 사실상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실기전형 시험문제 보니…
‘눈 가리고 아웅’ 사실상 같은 문제

당시 배재대 실기고사 현장에서는 사고의 전환 시험문제로 C 유형이 채택됐다. 시험은 소재(사진 혹은 실물)와 주제어가 주어지면 2절지를 2등분해서 한쪽 면은 소재를 스케치(소묘)하고, 다른 한쪽은 소재를 활용해 주제어에 맞게 표현하고 채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C 유형의 소재(이미지)는 ‘비행기’였으며,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꿈과 희망을 표현하시오’였다. 

그런데 <일요시사>가 입수한 배재대 사고의 전환 시험지 견본에 따르면 A, B 유형도 사실상 C 유형과 동일한 문제였으며 A와 B유형의 소재도 비행기였다. 
 

▲ ▲▲ 배재대 2016학년도 미술디자인학부 수시 전행 당시 출제된 문제다. 사고의 전환(현대·미래·꿈)과 기초디자인(디자인 원리·구성·응용)의 문제 유형들이 단어만 다를 뿐 사실상 동일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제어도 단어만 다를 뿐 세 유형은 사실상 같은 문제라는 게 미대 입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A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현대와 희망을 표현하시오’, B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미래와 희망을 표현하시오’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 유형의 주제어에 등장하는 ‘현대’(A 유형), ‘미래’(B 유형), ‘꿈’(C 유형)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모든 문장이 일치했다.  

소재는 그대로
단어만 살짝∼


당시 치러진 배재대 기초디자인 실기고사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배재대 측은 기초디자인 실기고사 현장서 A, B, C 유형 중 하나를 무작위로 뽑아 B 유형을 선정했다. 기초디자인은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주제에 맞게 화지에 조형적으로 구성하고 표현하는 실기시험이다. B 유형의 소재는 ‘사탕’ ‘유리화병’ ‘주사위’ ‘줄자’였으며,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자유롭게 구성하고 표현하시오. *주어진 소재의 컬러 변경은 안 됩니다’였다. 

기초디자인서도 세 유형은 사실상 동일한 문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재대 실기고사의 기초디자인 시험지 견본에 따르면 A, C 유형의 소재도 사탕, 유리화병, 주사위, 줄자였다. B 유형과 마찬가지로 소재의 사진 이미지도 모두 동일했다. 

주제어도 세 유형이 사실상 비슷한 의미였으며 주의사항까지 똑같았다. A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자유롭게 디자인 원리를 표현하시오’, C 유형의 주제어는 ‘주어진 소재를 이용해 자유롭게 응용하여 표현하시오’였다. 세 유형도 ‘디자인 원리’(A 유형), ‘구성’(B 유형), ‘응용’(C 유형) 등 단어만 다를 뿐 문장과 의미는 동일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주어진 소재의 컬러 변경은 안 됩니다’라는 주의사항도 완전히 일치했다. 

입시미술학원가에 따르면 배재대 사고의 전환(현대·미래·꿈)과 기초디자인(디자인 원리·구성·응용) 실기고사서 나왔던 단어들은 모두 동일한 의미로 해석된다. 

한 입시미술학원 강사는 “수험생들은 입시학원서 어떤 주제가 나와도 단순화해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운다”며 “배재대가 출제한 유형들이 실제 의미는 조금 다르겠지만, 입시미술서만큼은 표현방식·해석·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는 2017년 학년도 수시 전형서도 2016년 학년도 수시와 유사한 패턴으로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역시 기초디자인의 문제 유형들이 사고의 전환 문제 유형들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사진 참조). 

사전 유출 의혹 
혹시 입시비리?

현직 미대 교수와 입시미술을 경험한 미대생들은 “배재대가 수험생을 기망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실기고사 현장서 시험문제를 무작위로 선정하기 때문에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밀봉된 세 문제가 각기 다른 유형이라고 여길 터. 배재대가 이런 허점을 이용해 2015년 수시 실기고사서 수험생들을 사실상 속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배재대 미대가 입시미술학원과 유착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배재대 입학처는 수시 실기고사를 치른 뒤 일주일도 안 돼 한 미술학원으로부터 시험문제와 관련된 항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 배재대 2017학년도 미술디자인학부 수시 전형 당시 출제된 문제다. 사고의 전환 문제 유형들이 기초디자인의 문제 유형들과 겹치는 방식으로 출제됐다.

배재대 내부 관계자는 “한 미술학원 관계자가 학교 측에 ‘시험문제가 유출된 것 같다’며 항의 전화를 했다. 입학처서 시험을 출제한 교수를 불렀는데, 그 이후 그냥 조용히 끝났다”고 말했다. 

미대 실기고사 직전 학원에 시험문제를 교묘히 흘리는 방식의 비리는 수년간 반복돼왔다. 2009년에는 미술학원들이 홍익대 미대 입시 실기고사서 출제된 것과 동일한 석고상을 시험 전날 수험생들에게 그리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여러 유형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입시 미술학원과의 유착까지 의심

이 사건은 미술학원가서 ‘시험 전날 일부 학원서 출제될 석고상과 정물이 어떤 것인지 미리 알고, 수험생들에게 연습시켰다’는 의혹이 돌아 수사에 착수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 이후 홍대는 실기전형을 폐지했으며, 모든 미술 계열 신입생을 비실기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현재 미대에 재학 중인 한 대학생은 “시험문제 유출은 그동안 흔했고, 직간접적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학원에서는 이를 ‘적중률이 좋았다’고 표현한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고 말했다.

미대 입시에서는 실기전형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미대와 입시미술학원의 유착은 끊이질 않는다. 2016년 학년도 배재대 수시 신입생 모집요강에 따르면 미술디자인학부의 전형요소별 반영비율 및 배점은 8(실기전형):2(학생부 성적)였다. 전형 총점 1000점서 실기전형 80%, 학생부 교과 성적 20%를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재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대 실기전형은 수험생들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한 입시미술 전문가는 “시험 당일 주제를 발표하는 건 이런 절대성에서 공평성을 담보할 자구책인 셈이다. 이런 공평성이 무너졌을 때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사실무근…
 문제 없다”

배재대 측은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2016, 2017 학년도 실기고사 출제 문제들을 검토한 결과 이상이 없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시험 당일 입학전형위원장이 입학처장 입회하에 밀봉된 시험문제 중 하나를 선정해 당일 수험생들 앞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시험 출제자의 성향일 뿐 사고의 전환과 기초디자인의 문제는 각기 다른 문제다. 학생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입시 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배재대 디자인학부 없어지게 생겼다

배재대가 학사구조 개편 과정서 미술디자인학부의 명칭을 바꾸기로 하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재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최근 미술디자인학부를 아트앤웹툰학과로 변경하기로 하고 2020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대학 측은 사회 변화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추구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순수미술과 디자인뿐 아니라 웹툰 분야까지 다루는 ‘아트앤웹툰학과’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트앤웹툰학과로 변경하면 취업에도 유리하고 사회에 나가 보다 다양한 분야서 활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술디자인학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이런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하루아침에 미술디자인학부가 아트앤웹툰과로 변경되면서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은 갑자기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게 됐다”며 “시각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입시를 치르고 들어온 학생들은 폭력적인 커리큘럼에 의해 원하지도 않는 전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학과 명칭을 변경하면 취업 등 사회 진출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디자인 전공이 아니라 웹툰 전공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기성 배재대 미술디자인학부 학생회장은 “재학생들은 학과 명칭이 바뀌더라도 기존 커리큘럼대로 공부한다고 하지만, 학과 명칭이 바뀐 상황서 기존 커리큘럼대로 공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미술디자인학부가 사라져 취업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부모들도 우려를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자신의 딸을 입학시킨 한 학부모는 “고등학교 내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입학했는데, 입학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학과가 없어진다고 하니 마치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디자인 전공자가 1학년 시작부터 웹툰학과를 다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