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생활주택은 변신 중

분양가가 치솟고 청약요건이 까다로워진 아파트의 대안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시형 생활주택의 단점으로 꼽혔던 주차장이나 평면을 특화하여 단점은 보완하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상품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4가지로 일대일 주차장 확보, 테라스형 공급, 복층형 공급, 고급화가 있다고 말한다. 먼저 주차난의 주범이었던 도시형 생활주택이 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갖추고자 넉넉한 주차공간을 확보해 1세대당 1주차장을 제공하는 현장이 늘고 있다.

돈 모자라?
4색 차별화

1세대당 1주차장을 확보한 도시형 생활주택 단지는 희소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3월부터 주차장법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최소 주차장의 폭이 2.3m여서 차량이 대형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자동차 문 개폐 시 문 콕 사고가 일어나기 쉬웠다. 최근 법개정으로 일반형 주차장의 폭 최소 기준은 2.5m가 되고, 확장형 주차장도 기존 2.5m(너비)×5.1m(길이)에서 2.6m(너비)×5.2m(길이)로 확대되면서 주차장 면적이 증가하게 되었다. 때문에 세대수가 줄고 수익성이 떨어져 공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 위축이 예상되는 반면, 여전히 수요는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 젊은 층 수요자들과 집값이 너무 빨리 올라 매수 시기를 놓친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대신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주거용 수익형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급되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차장 외에도 엘리베이터와 층간소음 방지 시공 등 아파트급 특화설계가 된 데다 관리비가 아파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도 수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입주민들의 넉넉한 주거공간을 위해 테라스를 제공하거나 복층형으로 공급되는 도시형 생활주택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우선 햇빛이 들어오는 테라스는 도시민들의 로망 중 하나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반적으로 테라스는 빌라나 고급 단독주택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며 이를 충족하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에도 분양면적과 별도로 테라스를 적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비싼 아파트 대안으로 새삼 주목
주차장, 평면특화 등 단점 보완

테라스가 있는 경우 조망권과 일조권을 확보하기 쉽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아 도시형 생활주택도 속속 테라스를 도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테라스를 제공한 도시형 생활주택이 큰 인기를 끌었다. 삼정기업이 시공한 서울 정동에 들어서는 삼정 아트테라스 정동은 지하 5층~지상 9층 높이 규모로 도시형 생활주택 168세대가 공급되었는데, 분양개시 후 3개월도 채 안 되어 전 세대 분양이 완료되었다. 

이와 더불어 복층형 도시형 생활주택도 속속 공급되고 있다. 좁은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고 투자자나 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층고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 분양시장에서 복층형 설계가 인기를 얻고 있다. 공간 활용도가 높은 데다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복층구조의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으로 다양한 수요층이 생겨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획일적인 원룸 형태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모습을 띨 수 있게 됐다. 1인 가구의 대표적인 주거시설로 불리던 도시형 생활주택이 2~3인 가구의 실주거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게 바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일부 도시형 생활주택은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이 아파트를 닮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광E&C가 시공하는 의정부 아이콘스타는 웬만한 아파트에서도 보기 어려운 고급 콘셉트와 특화 설계가 들어갔다. 벽체에는 이탈리아산 대리석 타일을, 바닥에는 폴리싱 타일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했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에는 도시형 생활주택도 고급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아파트의 분양가나 전세가 등에 부담을 느낀 수요층들이 도시형 생활주택의 단점인 주차장이나 평면을 특화한 주거용 수익형 부동산 등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러한 주차공간의 확보, 복층형, 테라스형, 고급화 전략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개선되고, 실수요자나 임차인 입장에서는 주거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향후 특화 설계 등을 도입한 상품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주차여건 개선, 평면특화, 고급화 등 차별화를 내세운 도시형 생활주택.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38-6번지 일대에 용인경전철 초당역 2번 출구 도보 1분거리인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3796.22㎡ 규모로 지하 2층~지하 1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지상 1층~지상 4층은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공급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층별로 4세대로 4개층 총 16세대로 공급되며 1층은 테라스형, 4층은 복층형으로 구성된다. 전용면적은 69.40㎡으로 동일하다. 

좁다고?
층고 경쟁

80%대의 높은 전용률과 테라스, 복층 공간이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분양가는 3.3㎡당 900만원대부터 시작하며 총 분양가는 2억원대(4층 복층형 제외)로 책정됐다. 

최근 일대 연이은 대형 개발호재로 용인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의 투자가치도 높아질 전망이다. 먼저 2020년에 개원 예정인 용인 동백세브란스병원이 있다. 755병상의 상급 종합병원으로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바이오산업 기업이 대거 입주할 예정인 20만8000㎡ 규모의 용인연세의료클러스터도 조성될 예정이다. 

전세가로
내 집 마련

지역 내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향상되면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음으로 최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경기도 용인을 선택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인근에 이마트, 쥬네브, 동백 GGV, 초·중·고 등이 도보로 통학이 가능한 다양한 편의시설 도심형 인프라를 갖췄으며, 에버라인을 통해 분당선 기흥역 환승이 가능해 강남역까지 30분 안에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GTX(용인역 예정) A 노선도 2021년 말에 개통을 앞둬 향후 서울 삼성역이 15분대에 연결된다. 

용인 기흥구, 처인구 일대에서는 서울 강남권을 30분대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서울로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는 것은 물론, 역세권 프리미엄 확보도 기대된다. 차량을 이용하기도 좋다. 경부고속도로 수원신갈IC, 영동고속도로 마성IC, 용서고속도로 흥덕IC 등을 차량으로 10분대에 이용할 수 있다. 서울~세종고속도로와 제2경부고속도로 및 신갈~대촌 고속화 우회도로가 개통될 예정으로, 향후 서울 동남권 및 수도권 지역, 세종시로의 이동이 한층 편리해진다. 계약금 10%에 중도금 대출 2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오는 7월 준공 예정.
 

▲세종팰리스= 세종특별자치시 행정중심복합도시 4-1생활권에 도시형 생활주택 ‘세종팰리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로 지상 3~6층 전용면적 26~56㎡에 170실의 도시형생활주택과 지상 1~2층에 근린생활시설 58실, 지하 1~3층에 100% 자주식 주차장으로 구성된다. 실사용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여 공간 활용도가 높은 전 세대 복층형으로 설계됐다. 층고는 4m(중심선)로 계획됐으며 복층 붙박이장, 냉장고, 드럼세탁기, 천장형 에어컨, 전기 쿡탑, 욕실장, 빨래 건조대 등 빌트인 시스템도 갖춰진다. 이밖에 주민휴게공간, 다목적실, 휴게데크, 주민회의실 등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된다. 

사업지 인근에는 도시행정에 해당하는 3생활권과 대학·연구 4생활권이 위치해 이에 따른 배후수요를 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시 법원, 검찰청이 사업지 앞에 위치할 예정이라 인근 유관 업체까지 더해 약 2000여명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거용 수익형 상품으로 눈길
분양시장서 복층형 설계 인기


2021년 입주 예정인 농정원, 건립이 확정된 정부출연연구기관 제2연구청사도 주변에 들어서 약 2000명의 배후수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16개 국책연구기관 3500여명, 세종시청·교육청·세무서·경찰서·우체국 등 약 6000명, 각종 대학 캠퍼스 약 7000명 등도 예상 배후수요에 포함된다는 것이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교통의 경우 사업지 앞에 BRT정류장이 위치하며 광역교통망으로는 43번 국도가 가깝다. 올해 착공 예정인 서울~세종 고속도로 세종~안성 구간 최종 노선안도 사실상 확정돼 교통여건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단지는 KB부동산신탁이 신탁·시행을 맡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험이 더해졌다. 시공은 DL종합건설㈜, 드림월드종합건설㈜이 수행한다. 
 

▲청담 애비뉴나인티= 서울 고급빌라타운의 중심지 강남구 청담동에 ‘청담 애비뉴나인티’의 모델하우스가 오픈해 수요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청담 애비뉴나인티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90-13번지 일대 대지면적 979.60  ㎡에 들어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2020년 5월 입주를 앞두고 있으며 지하 2층~지상 7층, 1개동, 28세대 규모로 들어선다. 

해당 사업지는 입지적 가치에 걸맞게 최상위 계층 수요자들의 생활 만족감과 소유 가치를 고려해 최고급 자재 사용 및 특색 있는 맞춤설계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청담 애비뉴나인티의 설계는 실사용면적 기준 65.39㎡, 61.88  ㎡, 75.30㎡ A·B·C 3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내부는 1개의 침실과 거실 분리형 구조로 높은 채광율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드는 평면 구성이다. 또한 청담에서 보기 드문 고품격 테라스 특화설계로 탁트인 뷰를 제공한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화이트톤 베이스로 블랙을 적절히 배치해 모던하게 연출했고, 바닥 마감재는 대리석을 사용했다. 

입지적 가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청담동 명품거리(약 200m)와 압구정 로데오거리(약 250m) 사이에 위치하며, 갤러리아 백화점과 한강도 가까이 두고 있어 여가·문화·쇼핑 역시 편리하다. 상업·업무시설 역시 근거리에 두고 있다. 선릉로, 압구정로, 도산대로 접근성 역시 우수하다. 또한 주택단지에서도 중앙에 위치해 있어 번잡하고 시끄러운 도심 소음의 영향이 적다. 위로는 청담 초중고교가 300~ 400m 이내 거리에 있고, 아래로는 영동고등학교까지 약 380m 거리다. 청담 주민센터와의 거리도 약 600m로 도보 생활권 안에 두고 있다. 


내부 좋고
외부 좋다

교통환경도 좋다. 영동대교, 성수대교, 청담대교, 올림픽대로 등으로의 진입이 수월해 서울 전역으로의 이동도 편리하다. 대중교통 역시 압구정 로데오역을 도보 5분 거리에 두고 있다. 도보거리 내에 버스정류장이 9개가 있어 강남·강북 이동을 위한 다양한 버스 노선 이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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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