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로 떠돌던 ‘연예인 스폰서’ 실체 추적

돈에 흔들리는 그녀들…"소문은 사실이었다?"

가수 아이비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3억 스폰서설’에 대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이비는 글에서 “저도 그동안 벌이가 없어 금전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주변 사람을 통해 ‘힘든 부분들 도와주겠다’, ‘만나만 줘도 3억을 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제안까지도 받은 적도 있지만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연예계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라고 전했다. 연예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는 생활은 일반인들에 비해 럭셔리하고 화려하다. 만약 스타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최고급 의상과 주얼리, 차 등을 자비로 구입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 들어갈 터. 그러다 보니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인기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한 생활을 누리는 일부 연예인들의 경우 때로는 재벌과의 은밀한 스폰서 관계를 맺고 경제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억측에 엮이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으나 연예계에는 스폰서와 관련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최근 청순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연예인 A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온 구설수에 올랐다. ‘A양은 벌써 스폰서와 계약을 마쳤고, 그 금액은 6개월에 8억원 상당’이라는 구체적인 정황도 전해졌다.
A양에게 스폰서 제의를 해온 사람은 재벌 2세로 알려졌다. 연예가는 A양의 이름이 너무도 뜻밖이라 전모를 궁금해하는 상황이다. 호사가들은 A양의 결정 뒤에 숨겨진 이면계약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어떠한 곡절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한 번 ‘사람은 겉보기와는 다를 수 있다’는 걸 확인케 한 사건이었다.
모 회장이 한 여성그룹의 멤버 B양에 반해 모든 행사를 몰아준 뒤 은밀한 제안을 했다는 내용이나 여자가수 C양이 최고의 침대 테크닉으로 물주를 물은 뒤 대박을 터뜨렸다는 등의 루머도 대표적인 사례다.

또 여자 연예인들의 몸값 리스트가 업데이트됐다는 것을 비롯해 최근 일본 재벌들이 1년에 일주일 정도 한국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조건으로 엄청난 액수를 제안하고 있다는 등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유부녀 연예인도 스폰서가 있다’는 믿기 어려운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한 연예관계자에 따르면 여자 연예인 D씨의 이혼 사유가 ‘성격차이’라고 알려진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잔뜩 비웃었다.
사실 남편 몰래 유지해온 스폰서가 발각돼 갈라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남편 때문일지 몰라도, 스폰서를 유지하다 끝내 발각됐다고 한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끝내 외부엔 성격차이로 해놓고 이혼도장을 찍었다는 것이다.
유부녀에게 스폰서 제안을 받는 남자 연예인에 관한 루머도 떠돌고 있다.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가수 E군이 아주머니와 2박3일을 보내는 대가로 1억원의 스폰서료를 받았다는 것. A군이 만드는 2박3일은 주로 부유한 유부녀와 떠나는 해외여행 스케줄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A군이 이렇게 기꺼이 스케줄을 만드는 이유는 과거 소속사 대표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A군이 갚아야 할 돈의 액수는 한 번의 여행으로는 충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한다.

연예인과 재벌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실제로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80년대 유명영화배우 J양을 포함한 인기 연예인과 부유층 자녀 등 9명이 검찰에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특히 이들 여자연예인들은 마약과 함께 거액을 받고 매춘 행위까지 했다고 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또 지난 2000년에는 하룻밤의 대가로 백지수표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은 인기 에로영화 배우의 고백이 방송돼 그 진실 여부를 두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5년에는 ‘트라이 걸’ 정낙희가 10년 만에 컴백하며 “일부 정치인 재벌이 ‘명품 가방 좋은 게 있으면 저걸 써야지’하는 생각으로 중간책을 통해 연예인들의 연락처를 돌리곤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스폰서와 관련된 소문의 가장 큰 특징은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고 근거 없이 확대 재생산되곤 한다. 이 모든 일은 연예인들의 화려한 생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막연한 추측이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연예계 주변에서 뜬구름 잡는 소문이 부지기수다.
어렵게 연예인이 됐다하더라도 좋은 배역을 따내야 하고, 안 좋은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연예 관계자들의 솔직한 답변이다. 때문에 몇몇 기획사들은 스폰서를 확보하고 소속 연예인과 사업체의 안위를 책임져줄 인사들에게 소속 연예인에게 스폰서를 강요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문제는 이런 믿기 어려운 ‘연예인 스폰서’ 루머가 연예인 스폰서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이들의 입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스폰서 관계자들은 자신의 노출을 절대적으로 꺼린다. 수면 위 등장은 곧바로 매장을 의미한다고 몸을 극도로 사린다.
연예인 스폰서 일을 한다는 한 관계자는 “스폰서를 가장한 섹스 커넥션이 적지 않다”며 “스폰서를 둔 연예인들을 물어보는 것보다 스폰서 없는 연예인들을 찾는 게 더 빠르고 간단하다”고 전했다.

아이비 “만나만 주면 3억 주겠다 제안 받았다” 밝혀 파장
청순 A양, 6개월 8억 ‘스폰서 샀다’… “겉보기와 다르네”

이 관계자는 최근 신인 여자 연예인을 한 재력가와 연결시켜주고 10%의 수수료를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적으로 규모가 작은 소속사가 소속 연예인을 설득한 뒤 ‘스폰’을 해줄 물주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당사자가 오케이 하지 않는 이상 절대 먼저 나서지 않는 게 이곳의 불문율이라고 한다. 이에 인기 연예인을 꿈꾸는 당사자는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스폰서를 받은 비용의 절반은 소속사 운영비, 곧 신인의 홍보비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중소 규모의 한 연예기획사 K 실장은 “이 바닥(연예계)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면서도 “솔직히 괜찮은 여자 연예인들을 데리고 있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입에 담기 어려운 제안들이 적지 않게 들어온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중은 연예인 스폰서와 관련해 소설 같다고 치부하면서도 ‘소문 아닌 진실’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과거 소문의 이해 당사자나 주변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루머가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안타깝게도 왕왕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는 연예인을 하려는 이들의 공급은 과다한데 수요는 한정되어 있다 보니 스타 욕망의 심리구조를 역이용한 저질스런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연예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문제는 좀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음이다.
실제 일부 여자 연예인들은 이런 식의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고해성사한 바 있어 간과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스폰서가 되려는 이들은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연예인에게 미끼를 던진다고 한다. 물론 든든한 후원자임을 자임하고 탄탄대로의 화려한 앞길까지 보장한다.
그러나 말이 좋아 후원자이지 결국 몸을 바치라는 것과 같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이구동성. 연예인 스폰서 관련 일반 시민들은 진위여부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부적절한 소문에 대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뻔하다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

오랫동안 연예가에 종사한 일부 관계자들은 남들이 뭐라고 하던 간에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스폰서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무던히 강조, 연예계의 어두운 단면을 엿보게 한다.
한 관계자는 “일단 뜨는 게 중요하다. 뜨면 모든 게 따라온다. 솔직히 이 바닥이 원래 그렇기 때문에 알아도 모른 척하니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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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