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소값?’ 삼겹살 값 변천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4.29 11:26:24
  • 호수 1216호
  • 댓글 0개

이러다가 한우보다 비싸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삼겹살에 소주한잔이라는 말은 옛말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대륙을 휩쓸며 전 세계가 비상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돼지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며 외식업계가 양돈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삼겹살의 역사와 가격 변동에 대해 알아봤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감염 시 100% 폐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중국은 올해 안으로 전체 돼지 사육두수의 3분의 1이 달하는 1억3000만 마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살처분에 의한 공급 부족으로 중국의 돈육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국내 삼겹살 외식 가격도 벌써 요동칠 움직임이 보인다.

해외로 수출
지금은 수입

삼겹살은 해방 전까지 세겹살이라고 불렸다. 삼겹살의 사전적 의미는 ‘돼지의 갈비와 붙어있는 살로 비계와 살이 세 겹으로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기’다. 일제강점기였던 1931년, 방신영 이화여대 교수가 쓴 <조선요리제법>이란 책에 처음으로 세겹살이란 말이 등장한다. 이 고기는 돼지의 뱃바지, 즉 배에 있는 고기로 돼지고기 중 가장 맛있는 고기라고 표기됐다.

1934년 <동아일보>에도 세겹살이란 말이 나온다. 일제강점기까지 '뱃바지 고기', 혹은 '삼층저육' 등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해방 이후인 1956년 이후에야 삼겹살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삼겹살로 바뀐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개성 상인들에 의해 삼겹살로 변했다는 설이다. 이 설에 따르면 조선서 키우던 돼지는 육질이 질겼다. 개성 사람들이 이 돼지를 두고 개성 명물인 인삼을 곁들어 먹였다고 해서 삼겹살이라 불렀다고 한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돼지고기를 일본으로 수출했다. 당시 돼지 부산물과 기름이 많아 인기가 없던 삼겹살은 서민들에게 저렴하게 유통됐다. 1970년대 무렵 강원도 태백과 영월 광부들은 작업장서 먼지를 많이 흡입해 매달 고기 교환권을 받았는데, 가장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삼겹살 부위를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서울을 중심으로 냉동삼겹살 구이식당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이 식당들은 저렴한 삼겹살을 소주 안주로 판매했다.

시초는 세겹살…주로 서민들 즐겨
유통비 증가로 2011년부터 급상승

삼겹살은 1980년대 이후 일본 수출이 뜸해지지만 돼지고기 가공 공장이 늘어나고 프로판 가스 불판 도구가 생기면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호일로 싼 불판위에 얇게 썰어낸 삼겹실이 인기가 높았다. 대패삼겹살은 1990년대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초기의 대패삼겹살의 원형은 지금처럼 돌돌 말려서 나오는 방식이 아닌 한 입 크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삼겹살 외식 문화가 대중화 된 이유에는 한국 경제 성장과 더불어 양돈 산업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제주산 오겹살이 서울에 등장했다. 제주 사람들은 뼈를 제외한 돼지의 모든 부위를 먹는 문화가 있었다. 기존 삼겹살은 비계를 제거했지만, 제주산 돼지는 비계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오겹살로 재탄생한 것이다.

1997년 IMF 위환위기에도 삼겹살 가격은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했지만 삼겹살이 국민외식으로 자리 잡고 있던 중 2000년 3월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때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되면서 축산농가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2003년 말 광우병 파동과 조류인플루엔자로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 삼겹살 전문점이 호황을 누렸는데 당시 와인삼겹살이 유행을 일으켰다. 이후 삼겹살을 숙성하는 재료에 따라 허브, 녹차, 매실 등 다양한 삼겹살 전문점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물가감시센터)는 삼겹살(200g 기준) 외식 물가가 2008년 9940원, 2009년 1만867원, 2010년 1만1345원, 2011년 1만3138원, 2012년 1만3637원이라고 발표했다.

2008년 9940원, 2009년 1만867원, 2010년 1만1345원, 2011년 1만3138원, 2012년 1만3637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삼겹살 가격이 1만원대를 돌파했으며 2012년까지 약 5000원이 인상됐다.

삼겹살 가격은 유통 접점마다 관계하는 주체가 많고 영세해 유통비용(직접비, 간접비, 유통이익)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이익율은 2009년 11.7%, 2010년 10%, 2011년 8.9%, 2012년 16.5%로 조사됐으며 2011년 유통이익이 줄어든 것은 구제역 발생으로 도축두수가 감소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2012년 유통이익은 16.5%로 삼겹살의 현지가격은 충분히 하락 정상화됐다. 반면 소매 가격의 인하는 유통이익의 일부로 잠식된 것으로 보여진다.

소비자협의 분석결과 삼겹살(200g 기준) 외식비용이 최근 5년간 37% 가격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서울지역 개인서비스 외식가격 중 삼겹살의 외식가격이 지난 5년간 37%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5% 상승으로 삼겹살 외식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 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상승했다.

IMF 때도 안정적
09년 1만원 돌파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구제역 발생 후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큰 폭으로 인상했고, 구제역 발생 파동 후 시간이 지나 삼겹살 가격은 평년수준을 회복했으나, 외식 가격만 상승을 유지했다.

1인분(200g)을 기준으로 서울 지역 삼겹살(외식) 가격은 2010년 1만1345원이었으나 2013년 국내 한돈생산 농가들의 돈가 하락에도 불구, 고기집 식당가격은 1만3818원으로 22% 상승한 바 있다. 2013년에는 국내 한동 생산 농가들의 돈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낸 결과다.

삼겹살 가격의 두드러진 상승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이는 살처분된 가축 수가 346만마리를 돌파했던 구제역 발생 이후 형성된 고가의 삼겹살 가격이 2011년 하반기 이후에도 계속 반영됐기 때문이다.
 

2013년 물가감시센터는 삼겹살의 외식가격에 대해 인하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배 이상 상승한 부분을 지적했다.

<농수축산신문>에 따르면 김정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회계사는 “구제역 발생으로 2011년 원재료인 삼겹살 정육 가격이 인상되면서 총 원가가 인상됐고 이는 삼겹살 외식가격에 반영됐다. 그러나 구제역 이후 삼겹살 정육가격은 안정적으로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외식가격은 인하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제 진짜
특별한 날만?

최애연 전국주부교실중앙회 국장도 “삼겹살 소비자 구입가는 비싸고 농가는 적자라고 하지만 유통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유통서 가격하락 요인이 있다면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정하게 소비자 가격에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원가분석결과에 따르면 삼겹살 외식가격은 서울 37%, 전국 32% 상승해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삼겹살 외식물가(매년 2월 기준)는 2014년 1만3743원, 2015년 1만4657원, 2016년 1만4992원, 2017년 1만5168원, 2018년 1만6296원이다. 삼겹살은 1만743원서 1만6865원으로 22.7% 올랐다. 삼겹살은 2017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 중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현황 ⓒ농립축산식품부

삼겹살 자영업자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량을 대포 늘리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향후 글로벌 공급가격이 부족해지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8일 ‘최근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증가에 따른 국내영향분석’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격 약세로 인한 모돈 감축,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된다. 중국의돼지 고기 수입량은 자국 내 돼지가격 하락과 미·중 분쟁 등으로 지난해보다 감소해 올해 돼지고기 생산량이 줄어 수입량을 증가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중국 등 전 세계 ASF비상
요동치는 양돈시장
···1인분에 얼마?

이현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돼지고기 수입 증가로 국내 수입 감소폭이 확대될 예정”이라며 “총 공급량 감소로 돼지 가격은 전년보다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국내산 돼지고기 생산량은 모돈이 늘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 돼지 가격의 상승으로 돼지고기 수입량이 감소해 총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4월 이후 돼지 도매가격은 돼지고기 공급량 감소로 전년수준은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돼지고기 수입여건이 예상보다 원활하지 못한 것을 대비해 국내 돼지고기 가격 상승폭은 더욱 확대돼 소비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농가 생산성향상을 통한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 증대로 가격 급등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다면 돼지고기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므로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며 “중국 내 돼지고기 생산량 회복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중국, 미국, 유럽 돼지고기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돼지고기 삼겹살(국산냉장) 중품 100g의 25일기준 평균 소매가격은 1980원이다. 이는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 전보다 72원 상승, 1개월 전 1725원보다는 255원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퍼질 경우 2분기 평균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오른 1kg당 5200원까지 치솟을 거라고 예상한다.

수요 늘면서
가격 오름세

<이데일리>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돼지 앞다릿살은 국외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 확산함에 따라 수입산 대비 국내산 돼지고기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병에 5000원?’ 소주값 변천사

삼겹살과 함께 소주 가격도 매년 오르고 있다. 1974년 소주가의 출고가는 85원, 소비자가는 100원이었다. 출고가 기준 1980년 190.17원, 1985년 247원, 1990년 300.67원, 1995년 377.27원이었다. 소주가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적은 2000년 한국과 유럽연합 주세율 협정에 따라 소주 주세율이 35%서 72%로 인상될 때다. 2010년에는 출고가 960원, 소비자가 1080원이다.

5월부터 출고가는 1081.2원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현재 소비자가격은 1650원 수준으로 최소 100원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병당 4000~4500원으로 판매되는 식당·주점에서는 소주 가격이 5000원으로 오를 곳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소주와 맥주를 공급하는 H회사의 재무제표를 확인해보니 인건비가 올랐다”며 “매출 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을 계산해보니 2016년과 2017년 27~29%에 비해 20%가 떨어져 최저임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