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시험대 오른 조원태·박세창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16 11:10:21
  • 호수 1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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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없다’ 불안한 홀로서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으로 항공업계에 ‘3세 경영 시대’가 열리게 됐다. 한진·금호 그룹은 각각 총수 별세와 재무리스크 등의 악재로 강제적인 경영 승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승계의 핵심인 두 아들, 조원태·박세창 사장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육(한진)·해(한진해운)·공(대한항공)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의 물류기업인 한진그룹서 2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은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2002년부터다. 당시 장남인 고 조양호 회장은 항공과 육운사업을, 차남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중공업을, 삼남인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은 해운을, 사남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계열사를 각각 물려받았다. 

강제적 승계
쏠리는 관심

하지만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싸고 형제 간의 분쟁이 발생하면서 각 회사는 남과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분쟁 이후 한진가는 영욕의 세월을 겪어야 했다. 

2세 중 먼저 퇴장한 것은 2006년 별세한 삼남 고 조수호 회장이다. 경영권은 아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게로 넘어갔지만, 한진해운은 해운업계 불황의 파고를 뚫지 못하고 2017년 파산했다.

차남인 조남호 회장 역시 한진중공업의 경영권을 잃었다. 조선업 불황에 직면한 한진중공업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6784억원에 이르는 출자전환을 단행한 데다, 지난달 말 주주총회서 사내이사직의 재선임에 실패했다.


장남인 고 조양호 회장은 승계 후 20년간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잇따른 자녀들의 갑질 논란은 그의 말년을 괴롭혔다. 정치권·시민사회의 비판이 잇따르면서 지난달 27일엔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하며 경영권을 상실했다.

한진가 2세 중 유일하게 경영권을 지키고 있는 이는 막내인 조정호 회장이다.

박인천 금호그룹 회장이 창업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84년 2세 체제 출범 이후 약 25년간 ‘형제경영’의 전통을 이어왔다.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 삼남인 박삼구 전 회장까지 형제경영은 순탄하게 이어졌다.
 

▲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금호가의 2세 경영에 균열이 발생한 것은 삼남인 박삼구 전 회장이 사세확장에 나서면서부터다. 박 전 회장은 2006년엔 대우건설, 2008년엔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인수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계 7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같은 사세확장은 무리한 차입을 반대한 사남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갈등으로 비화됐다. 같은 시기 형제 간 작성됐던 공동경영합의서도 수차례 변경되며 형제경영이란 아름다운 전통도 깨졌다. 

양대 항공 재벌 3세 경영 전면
나란히 경영체제 변화 ‘급물살’

무리한 사세확장 결과,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워크아웃 상태에 빠졌다. 박 전 회장은 10년간 그룹 재건에 매달렸지만, 악화된 재무구조는 지난달 22일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회계 사태로 이어졌다. 결국 그는 지난달 28일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영욕을 겪었던 양대 항공사의 2세들이 물러나면서 세간의 관심은 3세 경영인에게 쏠리고 있다. 한진가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금호가의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다른 대기업들이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 경영 승계를 받아온 것과 달리, 이들 기업은 갑작스레 ‘3세 경영체제’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과 조 사장의 인생도 묘하게 겹친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결정된 두 사람은 그 행보가 비슷하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반 각각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 후, 20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알짜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들은 적잖은 업적을 냈고 재계의 평가도 비슷하다. 심지어 하루 차이로 퇴진한 아버지 때문에 갑작스레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하는 예상치 못한 운명까지 서로를 닮았다.

두 사람은 일찍이 후계자로 지목됐다. 박 사장은 금호가의 계열분리 과정서 조 사장은 한진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미래 항공 업계를 이끌 3세 경영인으로 낙점됐다. 단지 ‘장남’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올해 각각 입사 17년, 16년 차로 금호가와 한진가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박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거푸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서던 때를 몸소 경험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으로, 1946년 택시 회사로 시작한 이래 가장 성장했던 시기였다.

영광의 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승자의 저주’란 말이 금호 일가의 꼬리표가 될 정도로 회사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사들인 대가를 치렀다. 계속 쌓여가는 빚에 인수한 회사를 도로 내놔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고, 그룹의 양대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까지 몰아갔다.

재계 순위 7위를 찍은 지 불과 1년도 안 돼 회사는 산산조각이 났다. 박 사장은 입사 8년 만에 회사의 극단을 모두 경험했다.
 

▲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사장

지난달 말 박삼구 회장이 퇴진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이원태 부회장을 필두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운영되며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향후 외부서 전문경영인을 발탁한다는 방침이 세워졌으나 아직 후보나 시기 등에서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업계는 전문경영인보다 사실상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행보에 주목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박 사장은 사실상 지배력을 갖춘 금호고속의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인 박 전 회장의 지분을 더하면 52%에 달한다.  

두 아들에게 
남겨진 숙제

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발목을 잡는다. 올해 당장 1억7000억원의 부채를 해결하고 나면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1조원가량의 빚을 갚아야 한다. 현재 파악되는 부채 규모만 6조원에 이른다. 돈이 될 만한 자산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리조트와 에어부산은 물론이고 박 사장이 이끌고 있는 아시아나IDT까지 매물로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룹의 중추인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사실상 해체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부채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박 사장의 향후 경영 행보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룹을 이끌기에는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한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기획관리총괄 부사장 및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진 못했다. 아직 경영 수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 사장은 1975년 7월16일 서울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서 MBA 과정을 마쳤다. 2003년 한 살 아래인 김현정씨와 결혼해 아들 둘을 두고 있다.

김씨는 박세창의 중학교 동창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가계의 혼맥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만큼 김씨와의 결혼이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입학 뒤 6년여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전략경영담당 이사, 전략관리부문 상무, 금호타이어 전무를 거쳤다. 이사가 된 지 6년 만에 금호타이어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을 맡아 서재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과 투톱체제를 구축했다. 아울러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 자리도 맡았다. 
 

▲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사장

2017년 4월 숭의초등학교서 벌어진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박 사장의 둘째 아들이 지목돼 논란이 일었다. 숭의초등학교 수련회서 동급생 4명이 1명을 집단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박 사장의 둘째 아들이 폭행에 가담했고 학교 측의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받았다는 의혹이 나온 것.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2017년 8월 조사를 통해 박 사장의 아들이 폭력사건에 가담했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둘째 아들을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만 피해 학생에게 ‘서면사과’를 하도록 했다.

박 사장은 2015년 4월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주주협의회가 ‘사전협의’라는 절차상 문제를 제기해 3일 만에 사임했다. 당시 언론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오너 3세의 경영참여 과정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보도했다. 박 사장은 2015년 6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서 당시에 대해 “단순 실수였다”며 “현재 회사는 죽느냐 사느냐의 순간으로 경영권 승계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나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외형확장에 힘쓰던 한진그룹이 2000년대에 들어서며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둠으로써 사세확장에 따른 리스크는 크게 경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진해운의 파산은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있다. 

동갑내기 3세
비슷한 운명

한진해운은 세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유일의 선사였다.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운임료가 호황기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해운업의 불황이 시작됐고, 용선료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진해운은 10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은 지난 2017년 창립 40년 만에 간판을 내렸고 수송보국을 이루겠다던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꿈도 꺾였다.

조 사장이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 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였다.

한진그룹은 장남인 조 사장의 경영 승계가 유력시된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한 조 사장은 2017년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뒤 조 전 회장과 함께 회사 경영을 이끌어왔다. 조 사장은 현재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유일한 오너가 일원이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갑질’ 이슈로 경영서 손을 뗐다.

당장 오는 6월 서울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75회 연차 총회’에 부친을 대신해 의장직을 수행하는 ‘데뷔전’도 앞두고 있다. IATA가 ‘항공 업계의 국제연합(UN)’으로 불리는 만큼 이 총회서 ‘조원태 체제’가 공식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상속과 이에 따른 천문학적인 세금도 납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95%다. 이 중 별세한 조 회장의 지분 17.84%와 한진그룹 9개 계열사의 지분 가치는 약 3728억원으로 추정된다. 비상장 주식과 부동산 등을 감안하면 상속세만 2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상속세 신고는 사망 이후 6개월 안에 국세청에 해야 하며, 규모가 클 경우 5년 동안 나눠낼 수 있다.

대한, 지분과 상속세 주주들 견제
아시아나, 경험 더 쌓아야 하는데…

재 2대 주주(13.47%)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는 한진칼 주식을 13.47%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함께 향후 추가 지분 획득을 선언한 가운데 오너 일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진가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의 방법을 통해 상속세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 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조 사장은 1976년 1월25일 서울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마리안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인 김미연씨와의 사이에 3남을 두고 있다.

한진정보통신에 입사한 뒤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입사 10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승진했다. 한진그룹의 IT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의 대표로 선임되면서 경영책임을 맡기 시작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의 대표를 겸직했다. 대한항공서도 핵심분야인 경영기획, 화물영업, 여객사업을 맡아왔다.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 사장은 개인적인 일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2000년 6월 차선을 위반하려다 이를 적발하고 단속하려던 교통경찰을 치고 100여m 정도 달아나다가 뒤쫓아온 시민들에 의해 붙잡혀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당시 이 사건이 “과실로 인한 상해가 아니다”라며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공무집행 방해 혐의만 적용했다.

2005년 3월22일 조 사장은 자신의 현대 그랜저 XG 승용차를 몰고 연세대학교 정문 앞을 지나던 중 태모씨가 운전하던 현대 스타렉스 차량 앞으로 끼어들었다. 놀란 태씨는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같이 타고 있던 태씨의 어머니도 크게 놀랐다. 태씨는 조 사장의 그랜저 차량을 따라가며 멈추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조 사장은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가다가 200m 정도 떨어진 이화여대 후문 앞에서 차량 정체 때문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태씨는 조 사장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요구했으나 조 사장은 차 안에서 욕설을 하며 버텼다. 태씨의 112신고로 20여분 뒤 경찰이 도착하자 조 사장은 그제서야 차에서 내렸다. 

사건·사고
구설에 올라

이때 손주를 안은 채 차에서 내린 태씨의 어머니(77세)가 조 사장에게 다가가 “무슨 운전을 그렇게 하느냐”며 나무라자, 조 사장은 태씨 어머니의 가슴을 두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태씨의 어머니는 아이를 안은 채 도로 한가운데로 넘어졌고, 이를 본 태씨가 격분해 조 사장을 밀치는 등 몸싸움을 벌이다가 같이 경찰서로 연행됐다. 땅바닥에 뒷머리를 강하게 부딪친 태씨의 어머니는 인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조 사장은 2012년 인하대 운영과 관련해 시위를 벌이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폭언을 한 일로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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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