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서린사옥, 공유 오피스 탈바꿈 1차 공개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각 부서별로 나뉜 사무공간, 매일 보는 얼굴들, 항상 변함없는 풍경은 전형적인 대기업 사무실의 모습이다. 이제 이런 모습은 아련한 추억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의 본사가 위치한 SK서린사옥(이하 ‘서린사옥’)이 공유 오피스 형태의 새로운 모습을 공개했다. 공유 오피스란 기존 ‘팀(Unit)-실-본부’ 단위 별 지정좌석제가 아닌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일하는 방식의 사무실 형태로, 소통과 협업을 늘려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자리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고 공동업무 공간 및 휴식 공간 등을 조성해 임직원의 소통 기회를 늘리고 날마다 다른 회사, 다른 조직의 임직원을 만나 다른 시각을 나누는 콘셉트다.

SK는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기 위해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와 임직원들과의 시너지를 이뤄 창의성을 높이고자 공유 오피스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SK 본사인 서린사옥은 지난해 9월부터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1차 공사가 마무리 된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소속 임직원들은 서린사옥 14~19층서 소속 회사·조직간 구분 없이 자율적으로 자리를 선택하여 근무를 시작했다.

서린사옥의 공유 오피스는 크게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인 Working Zone(워킹존)과 임직원들의 복지·건강관리를 위한 공용 공간인 Public Zone(퍼블릭존)으로 구성돼있다. 워킹존은 개별 근무공간인 포커스존과 전체 입주사의 공유, 협업 공간인 라운지로 구분된다.


포커스존은 주로 모니터가 설치된 책상과 회의실로 구성돼있는데, 각 자리는 모니터의 개수에 따라 싱글 모니터, 듀얼 모니터 등으로 구분돼 업무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또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모션 데스크와 외부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칸막이 공간 등이 설치돼있어 서서 일하는 임직원과 업무에 몰입하고 싶은 임직원 등의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곳곳에 위치한 폰룸에서는 통화와 간단한 미팅을 할 수 있다.

라운지는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오픈형으로 꾸며졌다. 라운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책상과 의자, 쇼파 등이 있어, 자유롭게 업무와 미팅을 할 수 있다. 또 임직원들이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도록 씨리얼과 토스트기, 커피머신, 우유 등의 음료가 배치됐다. 라운지서 스탠딩 미팅을 하는 임직원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워킹존 내에는 서로 다른 사업부지만,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임직원끼리 같은 구역서 근무하도록 배치된 Function Zone(펑션존)도 있다. 감사, 법무 등 정보교류 및 네트워킹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며 보안 유지의 필요성이 큰 부서는 펑션존 내에서 공유 좌석제를 운영하고 있다.

회의실, 프로젝트룸, 출장자실로 구성된 별도 층은 SK이노베이션 외 서린사옥에 입주한 타 관계사들과 함께 사용한다.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임원들은 고정된 집무실에서 근무한다.

단, 임원의 집무실을 기존대비 1/3규모로 축소·통일화하여 일하는 방식의 혁신의 일환인 임원의 직급체계 변화에 부응하고 공간 운영의 유연성을 높였다. 임원의 집무실은 기존에 회사별, 유관 부서별로 모여 있던 것과 달리 불규칙하게 집무실을 배정했으며, 이 역시 일정 기간마다 변경할 것을 검토 중에 있다.


서린사옥 입주사의 조직, 회사간 교류와 소통, 협업의 효율을 높이고 임직원들의 복지와 건강관리를 위한 공용 공간인 Public Zone(퍼블릭존)은 각 층마다 다른 테마를 갖고 운영된다.

퍼블릭존은 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개 예정이며, 1차 완공 시점인 현재는 22층이 운영 중이다.

Thinking & Healing이라는 테마의 20층은 개방형 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라운지와 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Fun&Joy라는 테마의 21층과 연결된 사색의 계단(Thinking Stair)은 두 개층을 연결한 거대한 계단식 구조물로,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다.

21층에서는 VR 등 최신 미디어 경험이 가능한 미디어룸을 비롯해 카페, 다이닝룸, 파티룸, 숲 컨셉의 포레스트 룸이 있다. Active&Healthy 주제의 22층에는 대형 피트니스 센터가 있으며, 아침/점심/저녁마다 전문 GX와 심기신수련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임직원들의 건강을 챙길 예정이다.

35층은 교류 및 강연 공간으로 마련하고, 서울 북악산의 전경이 잘 보이는 옥상인 36층에는 정원을 마련해 임직원들이 자연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고정된 자리가 없다면 매일 자리는 어떻게 정할까’ ‘거래처 등에서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는 어떻게 받아야 할까’ 등 공유 오피스를 생각하면 자주 하는 질문에 SK이노베이션은 “슬림&스마트”로 답한다.

좌석 및 회의실 예약은 사내 어플인 On Space로 진행한다. 출근 30분 전부터 좌석 예약이 가능하며, 임직원은 필요에 따라 라운지, 싱글/듀얼 모니터 등의 자리를 선택한다. 예약 후 출근하면, 예약한 좌석에 전자 명패가 나타난다. 전화도 사내 어플을 이용한다. Office Phone이란 이름의 어플을 사용해 본인의 휴대폰으로 사내 전화의 착발신을 이용한다.

어플을 통한 통화는 사내 인터넷망을 통해 운영돼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각자의 짐은 배정된 락커에 매일 보관해 사용한다. 매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던 각종 개인용품에 대해선 과감하게 “짐을 간소화하는 것이 공유 오피스의 핵심”이라고 SK이노베이션은 말한다. 매일 새로운 환경서 근무함으로써 창의성을 고취할 수 있게 한 공유 오피스의 취지에 맞춰 음료가 담긴 텀블러나 필기구 등 최소한의 물품만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고정 좌석제화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틀 이상 같은 좌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서린사옥의 공유 오피스는 친환경을 지향하는 에코 오피스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의 대내외 환경 캠페인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운동인 아그위그(I green We green)를 전격 도입, 사무실 곳곳에 공용 머그컵과 식기 세척기를 비치했다. 종이를 아끼는 Paperless 운동도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유 오피스는 인프라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출력물을 이용하기보다는 메일 커뮤니케이션과 대면 보고와 팀룸 뷰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서면 커뮤니케이션 필요한 경우 태블릿을 장기 대여해주기도 한다. 회의실에는 전자 칠판을 도입했다.


공유 오피스가 도입된 지 불과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임직원들은 빠르게 적응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서린사옥의 공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에 SK종합화학과 SK루브리컨츠는 서린사옥 맞은편의 그랑서울 건물서 이 같은 공유오피스를 먼저 시행하며 구성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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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