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베이스볼> ‘아마야구 서포터’ 임용수 아나운서

  • 홍현선 기자 ihu2000@naver.com
  • 등록 2019.04.01 10:19:11
  • 호수 1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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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왔다, 야구 현장으로!

[JSA뉴스] 홍현선 기자 = 임용수 아나운서가 프로야구 중계 현장으로 돌아왔다. SPOTV는 지난 1월 말 임 아나운서를 2019 KBO리그 중계 캐스터로 섭외했고, 이로써 프로야구팬들은 올 시즌 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TV를 통해 다시 접할 수 있게 됐다.
 

임용수 아나운서는 1997년 한국스포츠TV에 공채 2기로 입사했다. 그 후 한국스포츠가 SBS스포츠로 명칭이 바뀐 다음에도 SBS스포츠서 계속 근무했다. 2005년에 SBS스포츠를 퇴사한 후 현재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다.

임 아나운서는 2005년 대한야구협회 주최로 열린 최우수고교야구대회 전 경기를 중계한 기록을 갖고 있다. 당시 SBS스포츠에서는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으로 동대문야구장서 벌어진 최우수고교야구대회 전 경기를 중계(일부 경기는 녹화방송)한 적이 있는데 임 아나운서가 그 현장에 있었다.

기자가 임 아나운서를 처음 만난 것도 그 무렵. 당시 임 아나운서는 아마야구의 열악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기자에게 앞으로는 내가 아마야구의 홍보대사라는 마음으로 중계를 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임 아나운서는 그 후 XTM, 스카이스포츠 등을 통해 계속 방송 현장서 일해왔고, 최근에는 야구 종목만을 중계하는 전문 캐스터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임 아나운서가 소속된 스카이스포츠가 프로야구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중계권 문제로 마이크 잡지 못해
대신 IB 스포츠 고교야구 중계 …2년 만에 복귀


그러나 야구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다. 비록 KBO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의 중계석에는 앉을 수 없었지만, 계속 TV중계나 경기장을 찾아서 프로야구 경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종종 IB스포츠를 통해 고교야구 경기를 목동야구장서 중계하기도 했고,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때는 아프리카TV를 통해 팬들에게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년 만에 프로야구 현장에 복귀하면서 인터뷰에 응한 임 아나운서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지난 시즌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올 시즌 KBO리그 중계를 위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는 임 아나운서를 만나 그동안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에 목동야구장에서 뵙고 오랜만이네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 1월 말에 SPOTV 방송사와 KBO리그 중계 계약을 맺었습니다. 요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있는데, 시범경기부터 보면서 올 시즌 중계를 위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야구를 처음 접하신 것은 언제인가요?

초등학교 다닐 때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야구장(구 서울운동장)에 고교야구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제가 강남중학교 출신인데, 학교에 야구부가 있어서 재학 중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응원을 간 기억도 있고요. 1982년에 프로야구가 생기면서 TV중계를 보기도 했고 가끔씩 경기장을 찾기도 했습니다.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잠시 다른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1997년 한국스포츠TV에 입사하면서 스포츠아나운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명재 아나운서, 김성주 아나운서가 저랑 동기죠. 어려서부터 방송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결국 이뤄졌네요.

-야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야구는 우선 혼자서 할 수 없는 단체종목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투수나 타자가 아무리 잘해도 다른 선수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기기 어렵습니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하죠. 회사에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마케팅을 잘 못하거나 마케팅을 잘해도 물건이 좋지 않으면 팔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협조가 중요하죠. 야구 경기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담겨 있는데, 그런 점에서 매력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방송 준비는 어떻게 하시나요? 자기 계발은 어떻게 하시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우선 시즌 중에는 중계가 끝난 후 다른 경기결과도 챙겨봅니다. 야구는 매일 경기를 하니까 자료를 매일매일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저는 손으로 직접 정리를 합니다. 국내 경기뿐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경기들도 관심을 갖고 보죠.
 

또 중계를 잘하기 위해서는 야구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세상 돌아가는 다양한 소식들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뉴스 프로그램도 항상 관심을 갖고 챙겨보고 있습니다. 중계가 있는 날에는 오후 23시경 구장에 도착해서 방송 준비를 하고, 중계가 끝나면 다른 경기들도 찾아보고, 다음 날 오전에는 또 자료 정리하고 그렇게 야구와 씨름하다 보면 하루가 가더군요.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중계는 무엇인가요?

다른 캐스터들의 중계방송도 많이 봅니다. 요즘 중계방송을 보면 너무 디지털화된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기록은 참고자료일 뿐 야구는 의외성이 많은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이 너무 전문적일 필요는 없고 때로는 아날로그 같은 중계도 필요합니다. 세미나 같은 방식보다는 토크쇼 같은 중계가 좋지 않을까요?

-특별히 기억나는 중계방송이 있으신가요?

2003년 이승엽 선수가 아시아신기록인 56호 홈런을 터뜨렸을 때와 2010년 이대호 선수가 9경기 연속 홈런 세계신기록을 세웠을 때 그 경기를 제가 현장서 중계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경기를 중계했지만 특히 두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방송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꼈던 것은 언제인가요?

야구장서 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때입니다. SNS에서 방송 잘 봤다는 반응을 해주실 때도 감사하고요. 요즘은 야구장 아닌 곳에서도 알아보고 먼저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올해는 시즌 오픈 전에 야구장이 아닌 곳에서 팬들과 오프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계를 하시며 힘든 점이 있다면요?

요즘 팬들은 대부분 야구 박사들이시죠. 예전보다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져서 방송을 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지만 좋은 자극제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한국 야구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1982년 프로야구가 창설된 후 이 시점서 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야구계의 상황을 보면 야구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과 공유가 부족합니다. 당장 오늘이나 일주일이 아닌 먼 미래를 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KBO를 중심으로 야구인들이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봤으면 합니다. 정확한 목표와 방향이 설정되어야 야구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선 당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KBO리그에서는 우선 타고투저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합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고요, 경기시간도 단축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2018년 기준으로 메이저리그에는 3할 타자가 18(30)이었고 일본은 20(12)이었는데 한국은 34(10)이나 되었습니다. 그만큼 타고투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죠.


-롤모델은 어떤 분인가요?

이장우 아나운서를 꼽고 싶습니다. 예전 KBS에서 방송을 하실 때는 TV를 통해 중계를 접했고 제가 한국스포츠TV에 입사한 후에는 같은 방송국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이장우 아나운서와는 요즘도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중계 캐스터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경기 중계는 캐스터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계방송을 할 때 해설하시는 분과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합니다. 그래야 해설자의 말하는 습성이라든지 많은 정보들을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캐스터와 해설자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타방송사의 중계방송도 많이 보고 있고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의 중계방송도 보면서 참고하고 있습니다. 캐스터는 타순이라든지 자막 등을 포함한 경기 상황을 빠짐없이 전달해줘야 하고 경기 외적으로도 적절한 비유를 섞어서 멘트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라디오중계를 경험한 아나운서들이 많이 계셨죠. 저도 원음방송서 라디오 중계를 잠시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라디오는 TV와는 달리 화면 없이 중계를 해야 하니까 캐스터의 표현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취미는 무엇인가요?

평소에 많이 걷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종로나 청계천변을 걷기도 하고 또 근처 서점에 가서 책을 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 덕분입니다”
‘아마야구 홍보대사’ 마음으로 중계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어떤 아나운서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는지요?

솔직히 지난해 중계를 못하게 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중계할 수 있게 된 지금 상황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려고 합니다. 여건이 된다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야구중계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제가 2005년에 SBS스포츠서 퇴사하고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회사에서는 제게 방송보다는 조직 관리를 원했는데, 저는 중계현장에 좀 더 많이 그리고 오래 있고 싶었습니다.

또 그동안 제가 아마야구에는 좀 소홀했던 것 같은데 지난해 IB스포츠서 고교야구 경기를 가끔씩 중계하면서 또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포스트시즌 아프리카TV 중계도 마찬가지이고요. 팬들께는 임용수 아나운서를 생각했을 때 재미있고 향기 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드리고 싶습니다. 향기와 냄새는 느낌부터 다르잖아요.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요?

중계방송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이 중요합니다. 제가 보기에 지식이 뛰어난 후배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지식과 지혜는 엄연히 다르죠. 지식을 기본으로 지혜를 갖춘 아나운서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지혜라는 것은 결코 저절로 생기지 않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장 무서운 것이 잊혀지는 것이겠죠. 제가 잊히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야구 중계 현장에 다시 설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인사할 때 안녕하세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하죠. 세상살이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안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다시 한 번 팬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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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