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은 물론 유딩도 하는’ 유튜브 시대의 이면

돈 되니까 너도나도 MC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다. 개인방송 통로로 유튜브가 각광받고 있다. 일반인부터 연예인, 운동선수, 프로게이머, 초등학생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튜브로 뛰어든다. 이미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유튜브 문화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 띠에 유튜브

유튜브 전성시대다. 지난해 6월 기준 유튜브 국내 이용자 수는 2302만명에 달한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10억명에 이른다. 모든 연령대서 유튜브를 시청한다. 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개인방송에 도전한다. 비슷한 포맷의 방송이 넘쳐나니 경쟁이 치열하다. 반려동물 채널은 단연 인기다. 요리나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 채널은 스테디셀러다.

없는 게 없다

#1. 평소 언어에 관심이 많던 A씨는 스페인어를 배울 방법을 고심 중이었다. 직장 때문에 학원에 다니기는 어렵고 학습지는 지루할 것 같았다. A씨가 선택한 방법은 유튜브. 유튜브에 스페인어로 검색하자 기초부터 문법, 회화, 발음 등 무수한 동영상이 쏟아졌다. A씨는 출·퇴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유튜브로 공부한다.

#2. B씨의 취미는 피아노다. 유명 가요를 연주하곤 한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실력도 수준급이다. 한 친구가 피아노 치는 그의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B씨는 이후 일주일에 12곡씩 연주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구독자 수가 늘었고 좋아요나 댓글도 많아졌다.

일단 시청자 눈에 들었다 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와 비례해 구독자 수와 좋아요, 댓글이 늘어난다. 그렇게 끌어모은 관심은 곧 돈으로 환산된다. 많은 구독자 수를 가진 인기 유튜버들은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린다. 부업으로 유튜브 방송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높은 수입에 유튜브를 본업으로 삼기도 한다.


개그우먼 강유미는 지난 20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유튜브 수입에 대해 밝혔다. 강유미는 자신의 관심사를 위주로 콘텐츠를 만들어 방송하는 강유미 yumi kang좋아서 하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20일 기준 구독자 수는 53만여명에 달한다. 그녀는 개그우먼보다 유튜버로 더 알려져 있다”며 실제 개그우먼 때보다 수입이 짭짤하다고 말했다. 그는 “월세로 살다가 전세로 옮긴 정도라고도 부연했다.

억대 고소득 유튜버 많아
초등학생 희망 직업 5위

유튜버의 수익창출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첫 손에 꼽히는 것은 광고다. 구독자나 시청자가 동영상 재생 전 또는 재생 중에 광고를 시청하면 유튜버가 돈을 받는 구조다. 유튜버가 자신의 영상에 광고를 붙이겠다는 조항을 선택하고 구독자 수나 총 시청시간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광고가 삽입되는 시스템이다. 이때 발생한 수익을 유튜버와 유튜브가 나눈다.

인기 유튜버의 1년 수입이 수억원대에 달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게임방송 진행자로 유명한 대도서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연봉이 17억원 정도 된다한 달에 6800만원의 콘텐츠 수익을, 조회수 2237만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도서관이 운영 중인 대도서관TV’20일 기준 구독자 수는 191만여명, 누적 조회수는 11억뷰를 상회한다.

대도서관 말고도 수억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유튜버들이 많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구독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국내 유튜브 채널은 2015367, 2016674, 20171275개 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도, 유튜브를 통해 방송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 뜻이다.
 

▲ 대도서관 유튜브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유튜브에 접근할 수 있다. 높은 접근성은 유튜브 이용자의 범위를 한없이 넓혔다. 초등학생은 물론 더 어린 연령대의 아이들도 유튜브를 손쉽게 접한다.

이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도 개인방송의 진행자로 나서기도 한다. 심지어는 갓난아기나 미취학아동이 개인방송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서 진행한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대신 유튜버가 처음으로 진입한 것이다. 조사는 지난해 67월 전국 1200개 초중고 학생 27265, 학부모 17821, 교원 28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에서 유튜버는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에 올랐다.

실제 유튜브에서는 어린 연령대의 진행자인 키즈 유튜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먹방 등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난다. 이들 채널은 많은 관심을 받지만 그 반작용 또한 상당하다. 접근성이 높다 보니 악플러의 공격에 무차별적으로 당할 수 있다. 또 일부 누리꾼의 신고 공격에 영상이 삭제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더 자극적·더 선정적으로
접근성 높아 악플에 상처

지난해 11바다포도 먹어보기라는 영상을 올리면서 유튜브를 시작한 2009년생 유튜버 띠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띠예가 올리는 영상은 먹방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 쾌락반응)이 대부분이다. ASMR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말한다.

머랭쿠키 먹어보기, 동치미 무 먹어보기, 떡국 먹어보기, 토스트 먹어보기 등 길어야 5분 남짓한 영상의 조회수는 200만뷰를 웃돈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구독자 수는 83만명(20일 기준)까지 늘었다. 그런데 그 사이 일부 영상이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일각에선 무차별적인 신고 공격으로 인한 삭제라는 말이 나왔다.

당시 띠예의 부모는 채널 커뮤니티에 삭제된 동영상에 대해 항소하면 영상이 복구된다고 해서 해봤지만 커뮤니티 위반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다수의 신고가 받아들여졌고 그 신고의 내용이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에 부합됐다고 유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삭제됐던 영상은 복구됐다.
 

▲ 강유미 유튜브

영상에 달린 악플로 인해 진행자가 방송 도중 엉엉 우는 일도 일어났다. 최근 구독자 수가 5만명이 넘는 한 중학생 유튜버가 제 욕을 하는 건 상관 없는데 부모님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해명 방송을 올렸다. 먹방을 하는 이 유튜버의 방송에는 성인도 견디기 힘든 악플이 달렸다. 또 유튜버의 부모님을 욕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이 유튜버는 해명 영상서 저 때문에 저희 어머니가 욕을 먹고 있는데 모두 다 내 잘못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구독자 수와 좋아요를 늘리기 위한 일부 키즈 유튜버들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때 유튜브에는 엄마 몰카라는 영상이 유행을 탔다. 가족의 신체 일부나 옷 갈아입는 모습 등을 촬영해 올린 영상이다. 구독자와 좋아요 수에 따라 더 수위 높은 영상을 올릴 수도 있다고 예고하는 유튜버가 나오기도 했다.

교육 필요해

최근에는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밝힌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막대 사탕으로 담배를 피우는 척 흉내를 내다가 길 가던 행인이 나무라자 초등학생이 담배 피우면 안 되는 법 있어요?”라며 되레 대드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었다. 자극적인 내용을 꾸며내 사실인 양 방송을 통해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부모와 학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타인에 대한 인격권 침해는 물론 자신을 방어하는 부분까지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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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