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갤러리도스 기획공모전 ‘시선의 자취’

7명의 작가가 본 세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도스가 2019년을 맞아 7명의 작가들과 함께 릴레이 전시를 준비했다. 7명의 작가들은 시선의 자취를 주제로 12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순차적으로 개인전을 소개한다. 장예지, 신채희, 박지현, 윤지현, 최희은, 강민지, 이초희의 작품을 만나보자.
 

▲ 바람이 부는 곳. 159.5x91, 화선지에 먹, 2014

갤러리도스는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의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공모전은 매번 새로운 주제로 진행된다. 작가들은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참신하게 풀어내는 자리에 선다. 이번 상반기 주제는 시선의 자취다.

상반기 공모전

첫 번째(128) 주자는 장예지 작가다. 홍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회화과에 재학 중이다. 조각보를 모아 꿰매고 엮는 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그는 조각보는 쓰다 남은 천을 활용한 것으로, 실로 연결해 하나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라며 “(조각보는) 당장에 쓰이진 않아도 그때그때 만들어 보관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쓰일 수 있는 유용한 재화는 아니지만 손수 꿰매고 엮어가는 일은 품과 노력이 많이 든다”며 그것이 내가 작업을 수행하는 기조와 그 맥을 이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장 작가는 자칫하면 무의미하게 지나쳐버리는 장소나 거리 등을 붙잡고 엮어나가면서 자신이 발 디딘 장소에 대한 기록의 의지를 드러낸다. 또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지각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같은 주제로 릴레이 전시
각자 풀어내는 방식 달라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는 신채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그는 이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과정 중이다. 사람과 어떤 대상이 만나는 과정서 발생하는 불순한 감정에 대해 표현했다. 여기서 불순이란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순수의 반대를 뜻한다.

신 작가는 어떤 것을 향한 한 사람의 감정은 항상 복합적이고 양가적이라며 두 개 혹은 세 개, 그 이상의 감정을 계속해서 넘나들며 헷갈리지만 어떻게든 감정의 총량서 가장 우위를 점하는 하나의 감정을 골라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이런 미묘한 감정의 혼합 덕분에 사람과 사람 사이서 오롯한 감정의 일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 작가는 또 다른 감정에 의한 단일 감정의 오염과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에 주목한다.

세 번째(11622) 주자는 박지현 작가다.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쥬얼아트 순수미술전공 학사로 졸업했다. 박 작가에게 그림은 어려운 마음의 유일한 위로이자 표현 그리고 영원한 대변인이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지나간 감정도 되살릴 수 없다. 박 작가는 어떤 순간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듯 감정을 기록하고 표현하고 담아낸다.
 

▲ 09.MARKS_21, 53.0x45.5(cm), acrylic on canvas, 2018

그는 그리는 행위를 통해 타인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공유할 수 없는, 전달의 한계에 부딪치는 이해와 공감에 대해 토해낸다”며 그 속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나만의 비밀이 있는데, 간접적으로 그 비밀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람으로부터 채워질 수 없는 부분들 혹은 말로써 다하지 못하는 것들을 작업을 통해 채운다(그림)만은 변하지 않고 나를 알아주겠지라는 말을 되뇌며 작업과 하나가 돼간다고 덧붙였다.


중앙대서 한국화를 전공한 윤지현 작가는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전시회를 진행한다. 옅은 물감으로 겹겹 쌓아올린 레이어와 스케치 구조를 통해 사물에 대한 고찰의 흔적을 남긴다. 화면의 도상은 결국 시선을 통해 인식된 사물이다. 화면에 재배치된 도형들은 작가의 기억을 수집해놓은 하나의 거대한 기억이다.

윤 작가는 화면을 통해 드러나는 단순함은 낱말 맞추기와 같이 여러 이야기를 수반한다. 사람들이 가진 삶의 역사를 하나의 형태로 귀결 지을 수 없는 만큼, 작업을 읽는 관람객들의 속내는 복잡하고 다양하리라 생각한다결국 내 작업은 기호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기표로서의 의무만 책임진다. 수많은 기표들을 공간에 나열해놓음으로써 지나가 버린 현재, 박제된 기억들의 축적된 시공간 속에 관습적으로 남아 있는 도상의 탈피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130212)에는 최희은 작가가 나선다.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이대 대학원 서양화과에 재학 중이다. 최 작가는 시에 자극을 받으며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해 회화적 이미지로 그려낸다. 평범한 일상서 만난 한 편의 시는 최 작가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작용한다.

최 작가는 언어의 의미는 개인의 기억이나 상상이 개입될 수 있는 이미지의 작용이 있어 해석이 다양하고 감각적이라며의미가 고정돼있지 않은 시에서의 세계처럼 그림서도 온전하게 다 보여주지 않으면서 내가 마주하는 환경과 문자언어로 만들어진 세계의 어떤 모호한 경계를 결합하려 한다고 밝혔다.

시선을 잡아끄는 어떤 것
작품에 담긴 사유의 과정

강민지 작가는 여섯 번째(21319) 주자다. 서울대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조소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강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의 결합에 관심을 기울인다.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의 과도기라는 현 시대성을 작품에 반영하고자 했다.

인간의 손때가 묻은 전통매체와 뉴미디어 매체의 결합을 통해 인간성과 기계성에 대한 고찰에 천착한다. 다양한 매체의 결합을 통해 다채로운 시선의 자취를 남기려고 시도 중이다.

그는 전시의 제목을 라고 지은 것은 다의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며 한자로 시()일 수도 시()일 수도 있다. 시간과 시각을 동시에 드러낸다. 또 영어로도 see(보다)”라며 시간을 통해 경험한 것은 시각을 통해 발현되는 동시에 관점을 경험한 것은 시간을 통해 다시 시각으로 표현되는 무한 순환과정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 시선의 자취 표지

이어 내 시선의 자취는 고통스럽고 괴로우며, 슬픈 나의 경험을 나만의 고유한 관점과 시선으로 해석해 아름답고 달콤한 향기를 남긴다고 부연했다.

이초희 작가가 마지막(22026)을 장식한다. 이대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연안은 이 작가에게 어릴 적 체험이 녹아 있는 장소다. 그는 성인이 돼서도 연안을 그리워하고 그곳서의 추억을 동경했다.

이 같은 정서적 유대가 창작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연안의 풍경을 담는 작업을 통해 장소에 대한 특별한 감상을 회고하고 정서를 축적해왔다. 이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연안의 정서를 대리적으로 경험했으면 한다내가 나타내고자 했던 정서를 함께 나누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시선


갤러리도스 관계자는 우리는 일상서 무수히 많은 것들을 시각을 통해 보고 느끼지만 모든 것이 오래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중에서도 자신조차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유독 시선을 붙잡는 것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술가들은 주변에 조금 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을 지니고 작품에 임한다이처럼 작가의 해석이 덧붙여진 작품에는 대상에 시선이 머물렀던 시간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난 사유의 과정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상반기 기획공모전 시선의 자취 전시가 작가들이 가진 다양한 시선을 자유롭게 펼쳐놓음으로써 관람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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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