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세계기록 세운 파인텍 농성자들

그들은 왜 굴뚝에 올랐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얼마 전 파인텍 고공농성이 ‘세계 최장 기간’이라는 씁쓸한 기록을 남겼다. 두 노동자는 400일이 넘는 기간을 굴뚝 위에서 버텨냈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노사의 갈등은 최고조를 달렸다. 이런 상황에 이뤄진 410일 만의 노사 첫 만남은 큰 진전 없이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언제까지 굴뚝 위의 농성을 해야하는 것일까?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5일, 서울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서 세계 최장 고공농성 기록이 새롭게 쓰였다. 이날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에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75m 높이 굴뚝에 오른 지 409일째를 맞았다.

두 번째 농성
씁쓸한 기록

이들의 농성은 모회사의 공장 가동 중단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27일부터 2015년 7월8일까지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차광호 지회장에 이은 두 번째 농성이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 차 지회장은 모두 ‘한국합섬’ 출신 노동자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 높은 굴뚝서 장기 농성을 벌여야 했을까? 

노조에 따르면 장기간 노사분규를 겪던 한국합섬은 2007년 5월 파산했고 2010년 7월 새 인수자를 찾게 됐다. 스타플렉스가 한국합섬을 인수한 뒤 ‘스타케미칼’이라는 신설법인을 만들어 이듬해 공장이 재가동됐지만 스타케미칼은 2013년 1월 경영난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멈추고 말았다. 

이에 차 지회장 등 일부 노조원은 회사가 이익을 챙기고 빠지는 식으로 ‘먹튀’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때문에 차 지회장은 2014년 5월27일 새벽 공장 가동을 요구하며 스타케미칼 공장 45m 높이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굴뚝 농성이 시작된 지 408일이 흐른 2015년 7월8일 사용자 측과 노조는 고용보장,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과 관련한 합의를 이뤘고 차 지회장은 농성을 풀었다. 당시 합의서에는 회사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노조원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신설법인은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하며 단체협약은 2016년 1월 내 단체교섭을 진행해 체결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에 이들은 스타플렉스가 충남 아산에 만든 새로운 회사인 ‘파인텍’으로 복직해 2016년 1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2014년 첫 번째 고공농성…약속 흐지부지 
두 번째 고공농성 강행 “이번에는 확실히”

하지만 1월 안으로 맺기로 한 단체협약은 체결되지 않았고 노조는 같은 해 10월 파업에 들어갔으며 회사는 또 다시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에 2017년 11월12일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다시 고공농성을 결심했다. 

당시 합의 내용을 두고 노조와 회사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파인텍 노조 측은 “파인텍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책임은 명백히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게 있다”며 “김 대표는 공장을 헐값에 인수해 2년 만에 폐업하며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그에 맞선 408일의 고공농성으로 이룬 노사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맞섰다.


스타플렉스 관계자는 “한국합섬 시절 5년간 가동을 멈췄던 공장을 180억원을 들여 재가동했다”며 “초기에 30억원씩 발생하던 적자 폭을 4억원대로 줄였지만 노조가 또 파업을 벌여 영업이익이 급전직하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으로 공장 운영이 어려워져 가동을 멈춘 것이지 공장을 위장폐업했다는 노조 측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노조 측 주장과 달리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은 게 없다”며 “공장은 아직 폐업하지 않고 회사는 여전히 살아 있다. 회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종교·정치권
각계각층 관심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의 고공농성이 크리스마스에도 계속된 가운데 두 사람의 건강도 크게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청년한의사회 등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고공농성장을 방문해 두 사람의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의료진은 두 사람의 건강상태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했다.

심희준 한의사는 “위는 매우 좁다. 다리를 펴고 누울 수 있는 수준도 안 된다. 노동자들이 허리 통증, 목 통증을 호소했다. 공장이 가동되면 아침저녁으로 떨림이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굴뚝이)많이 흔들려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규진 의사는 “정말 사람이 있을 공간이 아니었다. 건강 유지란 말이 적용될 수 없는 공간서 어떻게 버텼는지 의학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며 “두 사람이 자신들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말했는데 진찰을 위해 겉옷을 올리자 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활력 징후가 모두 매우 안 좋다. 심장 소리도 불규칙하고, 혈압과 혈당도 너무 낮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료진으로서 매우 불안하다. 당장 내려와서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가 의료진으로서 위에서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오히려 여기 계신 분들한테 부탁하고 싶다. 저분들이 하루빨리 내려와서 건강을 체크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두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강력한 연대행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대단체들을 대표해 나선 송경동 시인은 “현재 시민사회, 종교계, 정치권까지 나선 상황이다. 한국사회의 참혹과 비참의 상징인 75m 굴뚝 고공농성을 해지하기 위해 마음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연내에 문제 해결하고 고공농성 풀고 저들이 내려오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송 시인은 “사람이 많지도 않고 5명이다. 충분히 고용을 보장할 공장도 있고 자본력도 충분하다.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 한 사람의 고집, 아집 때문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피눈물 흘리고 아파해야 하는 현실이 분노스럽다. 본인이 과거에 했던 (고용)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12월29일 노동인권 사수의 날-스타플렉스 희망버스’를 제안했다. 2011년 희망버스 운동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복직시켰듯, 많은 시민들의 연대가 이번에도 두 사람을 땅 위로 내려오게 할 것으로 기대했다. 


411째 첫 만남
의견 차이 극명

내년부터는 스타플렉스의 해외 거래처들에게 이들의 노동 탄압 실태를 알리는 사업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송 시인은 “시간이 얼마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간절함을 가지고 많은 사람이 참여토록 할 것”이라며 “차광호 지회장도 단식 16일 차, 시민사회 인사들의 무기한 동조단식도 8일째를 맞고 있다. 힘을 모아달라”고 시민들의 연대를 촉구했다.  

고공농성을 시작 한 지 411일째가 되는 지난 27일 드디어 노사는 교섭을 위한 첫 만남을 가졌다.

천주교·불교·개신교 3개 종단 사회노동 기구 연합인 ‘3개종교노동연대’는 411일간 노조 고공농성으로 갈등하는 파인텍 노사가 마침내 교섭에 나선 것과 관련해 “노사가 부정적 감정의 유혹을 이겨내고 상호 진지한 대화를 통해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종교노동연대는 이날 ‘파인텍 고공농성 장기화 관련 종교계 중재에 대한 입장’을 통해 “하루빨리 진솔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회사와 노동자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나가길 기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노사 간 교섭 재개는 이들 3대 종단 노동기구의 중재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노동연대는 “종교인들은 당사자 간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사 양측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마음의 불을 조금 꺼트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번에 걸쳐 대화로 설득했다”며 “구체적 해결책을 만드는 일은 노사 당사자의 의견 조율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각계각층의 관심 이어져…정치권도 들썩
교섭 성사됐지만 극명한 의견차이만 확인

종교노동연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로 구성됐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번 교섭은 서로 간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스타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중구 프란치코 교육회관서 3시간에 걸쳐 노사교섭이 진행됐다. 

노조 측에서는 2014년 408일간 굴뚝 농성을 했고 현재 무기한 단식투쟁 중인 차광호 지회장과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사 측에서는 김세권 사장과 강만표 전무 등이 자리했다. 
 

고공농성 이후 410일 만의 첫 만남이었지만 3시간의 교섭에선 큰 진전 없이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공동행동 측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공방이 있었고 입장차만 다시 확인했을 뿐”이라고 했다. 

차 지회장은 첫 교섭을 마치고 오후 1시30분경 기자들과 만나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이견이 명확해 다시 협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굴뚝 농성을 해제할 것이냐는 물음엔 “(그런 계획은) 전혀 없다. 마무리돼야 내려올 수 있다”며 “고생하는 분들이 있기에 단 한 시간이라도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구체적으로 노사가 대립하는 부분에 대해선 “노코멘트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교섭 한 번 더?
“쉽지 않을 것”

다만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다. 양측은 지난 29일 다시 만나 해법을 찾기로 했다. 협상은 2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서 진행된다.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홍기탁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은 한 매체와의 통화서 “전날 교섭이 확정됐다고 했을 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여론과 정치적 압박 등에 못 이겨서 나왔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29일에 다시 한 번 만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만큼 빠른 시일 내 해결되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