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문 지지율 반등책 관전포인트

거품 빼면 30%…이마저도 무너질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와 다른 모양새다. 취임 초기 80%를 웃돌던 지지율은 50%선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곧 국정 동력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새해를 목전에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기도 했지만 가시적이지 않다. 지지율은 50%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 역시 함께 하락했다. 정부와 여당을 둘러싼 악재는 결정적이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토론회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내려갔다. 거품 지지율을 빼면 사실상 3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창대
돌파구 어디?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있다. 5년 단임제서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기로 역대 모든 정부가 이 시기에 흔들리면서 정국 주도권을 지키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동력 상실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지율 반등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는 외교로 특히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이벤트는 지지율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북은 지난 4·27판문점회담를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간에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당시 진행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남북관계 개선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이틀 간(4월30일, 5월2일) 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5월3일 발표한 주중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8.3%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8.3%p 상승한 수치다.

지난 5월26일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5월28∼30일)를 실시해 지난 5월31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1.8%였다. 전주 대비 0.7%p 하락했다. 당시 2차 남북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 이후 비밀리에 진행, 깜짝 발표됐다. 또한 경제지표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던 때였다.

취임 초 압도적 지지율 갈수록 휘청
남북 관계 회복민심 소방수 역할

이후 6·12북미정상회담이 재개 됐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했다. 동일한 기관이 tbs 의뢰로 이틀 간(6월11∼12일) 조사해 지난 6월14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5.1%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2.8%p 상승한 수치다. 1차 북미정상회담의 기대와 성사 결과가 빚은 결과였다.

평양정상회담(9월18∼20일) 역시 지지율에 기여했다. 같은 기관이 tbs 의뢰로 조사(9월17∼19일)를 실시해 지난 9월20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9.4%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6.3%p 상승했다. 8월 1주차부터 9월 2주차까지 내리 하향세를 그리다 급반등한 것이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밀리에 진행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외하고, 남북관계의 진전과 이벤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호재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효과’를 톡톡히 봤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앞으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벤트가 예정돼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평양정상회담서 연내 서울 답방을 공식화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은 건 전무하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두고 시기와 장소 등이 여러 곳에서 점쳐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공동기자회견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방남을 내다봤다. 홍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남북 개선
효과 톡톡

그러나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은 현재 힘을 잃고 있다. 지난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올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내부서도 연내 답방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가 줄타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받았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의 방남이 결정된다면 향후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일정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동시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그간 대북 이벤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이를 놓치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반대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요인도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인사 논란과 맞닥뜨리고 있다.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코레일 오영식 전 사장이다. 

오 전 사장은 강릉선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전 사장은 지난 2월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2기 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캠프서 활동하기도 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lt;사진=한국사진공동취재단&gt;

주목되는 점은 오 전 시장의 철도 분야 경력이다. 오 전 시장은 관련 경험이 없는 정치인 출신이다. 당시 야당은 오 전 시장의 전문성 결여를 지적했다.

논란의 결정타를 날린 건 오 전 사장의 사고 이후 첫 브리핑이었다. 오 전 사장은 사고 직후인 지난 8일 탈선 원인을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상 문제’로 추정했다. 그러나 당시 기온은 선로 이상을 야기할 만큼 낮지 않았다. 또 KTX 선로는 영하 20도를 견딜 수 있는 소재로 시공된다.

탈선 사고를 비롯해 오 전 사장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철도 사고와 운행 장애가 발생했다. 오 전 사장에 대한 비판과 공분이 거세진 까닭이다.


이번 사고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소집됐다. 오 전 시장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회의 직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책임회피라는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오 전 사장을 시작으로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 논란에 불이 붙었다. 캠코더란 문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권, 운동권 인사들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두고 만들어진 신조어다.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내각 전반에 제대로 된 사람을 앉혔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연말 청와대·각료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코더 인사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은 공공기관으로 뻗쳐 나갔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정권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장을 ‘보은 인사’로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익성과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공기관에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공공기관에선 크고 작은 사고와 잡음 등이 발생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 전 사장을 비롯해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두 문 대통령과의 인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권 출신이다.

캠코더 논란
낙하산 참사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오 전 사장의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능력도 부재, 양심도 불량인 낙하산 인사의 최후”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문 대통령께 요구한다. 국가 곳곳에 산재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여당 내에서도 낙하산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12일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 낙하산 인사 지적에 대해 “정말 잘못된 낙하산이라면 현 정부라도 빨리 바로잡고, 사퇴하고, 문제를 삼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의 지속성과 인사 문제 수습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경제성과를 빼놓고는 말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서 “거시적 측면서 지표들이 견고할 수 있다”면서도 “양극화와 소상공인, 자영업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조선·자동차·철강 등 전통적인 산업이 위기를 맞은 지역은 더더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

문 대통령 스스로 최근 민생 경제 악화에 대해 진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용노동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묻기도 했다. 그간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상승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부작용이 곳곳서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두 차례 인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현장서 체감해 보니 어떤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른가”라고 물었다. 사실상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게 되면서 최저임금 결정이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서 “고용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의 평가는 아주 엄중하다”며 “정부는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행보는 내년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경제적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기존 정책에 대한 수정 가능성도 과감하게 내비쳤다. 

캠코더·낙하산 인사쇄신 여론 높아
‘문제는 경제’ 회복에 사활 걸까

김수현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구성된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홍 부총리는 지난 1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서 “임명장을 받을 때 대통령 말씀 중 하나는 경제팀이 ‘원팀’이 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는 당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홍 부총리는 비공식 협의체를 적극 활용, 소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비공식 협의체는 청와대와 정부 내각 경제 참모들이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주요 장소로 청와대 집현실이 거론됐다. ‘집현실 회의’라는 이름이 붙여진 까닭이다. 다만 장소는 집현실에 국한되지 않고 청와대 인근 식당 등 상황에 맞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강릉선 KTX 탈선 사고 현장

문 대통령에게 경제는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경제구조 개혁을 외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을 바탕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상승을 비롯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추진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했다. 문재인정부는 취업자 수 증가폭 급감에 따른 고용참사와 소득분배 악화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6∼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024명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 국민 인식 진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서 살림살이 형편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46.9%를 기록했다. 반면 ‘좋아졌다’는 19.3%를 기록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연구원은 4개월 전 1차 조사(좋아졌다 20.8%, 나빠졌다 43.7%)에 비해 간격이 더욱 벌어졌다고 해석했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선 ‘나빠질 것’이란 응답은 42.8%로 ‘좋아질 것’이란 응답 27.4%보다 높았다. 

응답자들은 가장 큰 고민거리로 생계비 부담(24.6%)을 꼽았다. 이어 일자리 불안이 21.9%, 건강 16.0%, 주택·주거불안정 15.1%, 교육·육아 11.1% 순이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팀의 최근 행보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내년도 최우선 과제는 경제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성과가 가시적일 경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반등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북정책, 인적쇄신의 결과보다 효과적인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 성과
우선 과제

경북대학교 배한동 명예교수는 “문재인정부의 지지율 상승은 경제문제와 민생회복에 달려있다”며 “우선 국민이 공감 할 수 있는 청사진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남북문제도 너무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사회기강 문제, 전문성 없는 코드인사, 안일한 청와대의 인사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정부의 지지층 이탈 방지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지지율 보니…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8.1%를 기록하며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8.1%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1.4%p 하락한 결과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강릉KTX 탈선사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투신사망, 택시기사 분신사망, 이재명 경기지사 검찰기소 등 각종 크고 작은 악재가 집중돼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민주당도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정당지지도서 37.7%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0.5%p 하락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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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