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 대법원장의 책임론과 역할론

내 식구 감쌀 수도…남 식구 들일 수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사법 농단 사태가 ‘특별재판부’ 설치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특별재판부는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90%에 달하는 법원의 기각률이 충돌하면서 제기됐다. 특별재판부 도입은 정당성 여부를 떠나 법원 스스로 자초했다는 비판과 함께했다. 이를 바라보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개혁과 사법권 독립의 기로에 서 있다.
 

홍영표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촉발된 사법 농단 사태는 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법부를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법부의 신뢰가 추락한 까닭은 법원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은 전·현직 법관들을 상대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했지만 검찰의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은 연거푸 기각됐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특별재판부 설치가 거론됐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현재 사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관련자 가운데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뿐이다. 검찰이 사법 농단 수사에 착수한 지 넉 달 만이었다. 임 전 차장은 사법 농단 사태의 ‘키맨’으로 통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임 전 차장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사법 농단 행위를 실무차원서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양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전직 행정처장들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사법부 윗선 라인의 조직적 개입 여부가 임 전 차장을 통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구속된 임 전 차장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고위층을 향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그간 법원은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된 영장에 대해 ‘줄기각’ 행태를 보였다. 일례로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압수수색 영장을 ‘주거의 평온과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기각하기도 했다.


특별재판부 설치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다만 특별재판부 설치는 입법사항이고 국회를 통과해야 특별재판부가 구성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그리고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특별재판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특별재판부 설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달 25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재판부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초유의 사법 농단 사태를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개입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사법 농단 수사 진행경과를 보면 법원이 과연 수사에 협조하고 사법 농단의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반문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여야 4당 도입 추진 ‘급물살’
개혁이냐 독립이냐 ‘딜레마’

4당 원내대표들은 “국회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헌법과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당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당에 요청한다. 이번 정기국회서 특별재판부 설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동참해주시기를 촉구한다”며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당은 특별재판부 설립은 사법권 독립을 훼손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사건을 담당할 법관 중 동 사건의 피의자 또는 피해자가 있고 사법부의 신뢰가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합리적 의심’만으로 삼권분립을 와해하고 사법부 독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한국당이 ‘사건 담당 법관 중 사건의 피의자 또는 피해자가 있다’고 밝힌 대목은 주목할만하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사법 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판사들이 사법 농단 사건을 관할할 가능성이 높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 7개 재판부 중 5개 재판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미 박 의원은 지난 8월 특별재판부 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사법 농단과 관련된 수사나 조사를 받은 판사들이 80∼130명”이라며 “사법 농단 관련 사건이 기소되면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서 담당하는데 그중 (관련자가)상당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사건을) 무작위 배당하면 관련자에게 사건이 배당된다. 예를 들어 지금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있는 형사부 중에 이런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7개 부가 있는데 그 7개 부 중 5개 부의 부장판사나 배석판사가 이 사건과 관련돼 조사를 받은 피의자거나 조사 대상자였다. 배당을 하게 되면 (확률로)7분의 5”라고 말했다.

기로에 서다
복잡한 속사정

이 같은 배경서 박 의원은 ‘법관 탄핵’까지 주장했다. 박 의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 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 6명의 탄핵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사법 농단과 관련된 재판관 다수가 사법부에 있는 상황서 사법부의 개혁이나 사법 농단 사건 심리 등 제대로 된 법원의 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역시 법관 탄핵에 동참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 소속 의원 5명 전원은 사법 농단 사태에 책임 있는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법관의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탄핵소추안 발의는 의석수 100석이 필요하므로 민주당(129석)홀로 발의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과 바미당 등은 법관 탄핵보다 특별재판부 도입을 우선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 농단 사태가 특별재판부 도입과 법관 탄핵 문제로 불거지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법원의 추락한 위신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9월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서 자성과 법원 개혁의 뜻을 피력했다. 사법 농단 사태가 불거진 시기 진행됐던 행사여서 김 대법원장의 입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부에 쌓여온 폐단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이러한 폐단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 개혁을 이루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으로서 일선 법관의 재판에는 관여할 수 없다”면서도 “현 시점서도 사법행정 영역에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협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 스스로 사법개혁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연루 의혹 판사
사법 농단 관할?


그러나 사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입장은 달랐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법 농단 수사 관련한 질의에 “원래 3~4개월 안에 수사를 마치는 게 목표였다”며 “관련 자료를 수집할 방법이 없어 수사가 지연되고 늘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문 총장은 “자료 제출이 늦어 진술에만 의존하는 수사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사법부 70주년 행사서 김 대법원장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졌느냐’는 한국당 주광덕 의원 질의에 대해선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장이 법원의 행보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적극적인 인사 조치를 주장한다.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판사들에 대해 인사 조치를 단행, 불공정한 재판 가능성을 불식시키라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장의 인사 조치에 대해 ‘코드 인사’라는 또 다른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대법원장 인사조치의 적절성 여부도 새로운 논란으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법원 내부의 갑론을박도 김 대법원장에겐 부담이다. 최근 정치권이 특별재판부 도입을 적극적으로 언급하자 법원 내부에선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특별재판부 도입으로 사법권 독립 침해가 우려되는 만큼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판사들을 대상으로 의견 청취에 나섰다. 사법 농단 사태를 비롯해 특별재판부 논의가 불거지자 법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내년 1월 법원 인사 전까지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칠 예정이다.

한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사법권 독립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특별재판부 설립에 반대했다. 안 처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법사위 국감에 출석해 “특별재판부는 전례가 없는 일이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어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론-정치권-법원 내부 목소리 제각각
사법부 스스로 자초…법관 탄핵 주장도

안 처장은 “사건 배당이야말로 재판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정인이 (재판부를)지정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현직 대법관이 사실상 특별재판부 도입에 제동을 건 것이다.

특별재판부 도입을 바라는 여론의 요구도 김 대법원장으로선 간과하기 어렵다.
 

▲ ▲김명수 대법원장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6일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사법부 불신, 공정한 재판)’이 61.9%를 기록했다. 24.6%를 기록한 ‘반대(사법부 독립성 침해, 위헌 우려)’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모름/무응답’은 13.5%였다. 모든 연령대에서도 찬성이 반대보다 높았다. 연령별로 찬성 여론이 가장 높은 곳은 30대(찬성 73.9%, 반대 21.7%)였다. 뒤이어 40대(65.9%, 23.7%), 50대(60.5%, 23.0%), 20대(56.7%, 24.7%), 60대 이상(55.4%, 28.4%) 순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7273명에게 접촉해 502명이 응답, 6.9%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 3회 콜백)을 나타냈다. 또한 무선(10%) 전화 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 전화(80%)와 유선 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말 행정안전부 국가인구통계에 따른 성, 연령, 권역별 사후 가중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정치권서도 김 대법원장을 향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서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는 합리적 기초에 기반해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면 김 대법원장부터 하루빨리 사퇴시켜라”고 수위를 높였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대법원 국감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으로부터 ‘용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여론은?
찬성>반대

한편 김 대법원장은 지난 1일 대법원서 열린 ‘법조경력 5년 이상 신임 법관 임명식’서 사법부 위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국가든 사회든 위기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데 그 원인이 있다”며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전체가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의 영향이나 내부적 간섭서 벗어나 독립해 재판하라는 헌법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관 스스로 끊임없이 경계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재판의 독립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법원의 과오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