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움직일 여야 정치거물 새해구상 <전모>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 밟아야 산다


2009년 움직일 여야 정치 거물급 인사들이 새해 구상에 들어갔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 속에서 거물급 인사들의 향후 행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기 프로젝트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각 당 대표와 당내 핵심 인사들은 과연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2009년 정치권을 움직일 거물급 인사들의 새해 구상을 조명해봤다.

 
2009년 정치권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거물급 인사들의 향후 행보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집권 2기 프로젝트 성공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 연설에서 “지금 당장의 위기도 극복해야 하지만, 위기 이후에 올 미래를 함께 대비하는 것이 올바른 국가전략이며 지금은 대안 없이 비난만 하거나 방관자로 머물 때가 아니라 적극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국회만 도와주면 경제 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회 도움 없이는 경제 살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 집권 2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2009년 정치권을 이끌 만한 정치인은 과연 누가 있을까. 가장 먼저 여당의 수장인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꼽을 수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2009년 신년사를 통해 “소의 해를 맞아 한나라당은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을 갈아매는 소)’처럼 경제 살리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박 대표는 지난해 12월 15일, “대통령의 신화적 돌파력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지금도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런 내각의 행태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고 내각이 따르는 내각이 돼야 하고 경제회복이라는 고지를 점령하는 ‘돌격 내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에 대해서는 강경모드 일색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고, 거의 다 벗어줬다. 우리에게 후퇴를 바란다면 안 만나는 게 좋다. 우리는 물러설 생각도 없고 물러설 땅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박 대표가 국정운영에 있어서만큼은 이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얘기인 동시에 영락없는 ‘MB맨’으로 급부상하겠다는 얘기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중요 직책’을 맡고 있다. 여야가 MB법안을 놓고 입법 전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전쟁이다”라고 선포할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 ‘이명박 정부’를 물심양면 도와주고 있을 정도다. 홍 원내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원내대표와 청와대가 교신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예산안과 법안 등이 야권의 반대를 무릅쓸 경우 ‘원안대로 가라’는 특명을 받고 움직일 정도다. 그만큼 홍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국회에 직접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원내대표가 법무부 장관 등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한 자리를 꿰차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새해 구상에 대한 윤곽이 구체적으로 선 듯하다. 2008년은 매우 바쁜 시기를 보냈는데 이는 MB정부의 성공을 위한 행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정 최고위원 측 한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파기와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자신의 세가 부족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MB맨으로 등극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즉 정 최고위원이 대권 플랜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MB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전히 최고위원은 설 자리가 없다. 그동안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자신의 입지부터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과 10월의 재보선에서 정 최고위원이 당의 승리를 위해 기여하고 독자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성공할 경우 2009년 기축년을 맞이하는 정 최고위원의 앞날은 ‘쾌청’ 그 자체다. 따라서 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집권 2기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정몽준계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도 MB 공신 중의 공신이다. 이 전 의원은 4월 총선에서 문국현 대표에게 패해 18대 국회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공천과정에서 친박계 인사들에게 ‘양날의 칼’을 휘두를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2009년 이 전 의원의 행보는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전 의원의 행보는 이 대통령의 의중과 같다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왕의 귀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실제 이 대통령은 ‘불도저’, 이 전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로 불린다. 이들의 추진력은 대단하다. 때문에 이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한반도 대운하 추진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의중에 숨어있는 ‘한반도 대운하 추진설’을 현실화시킬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이재오 1월 귀국설’이 나돌고 있고 새해에 복귀하는 만큼 나름의 새해 구상을 마쳤을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이상득 의원을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등 당내 분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며 “정치 일선에서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공성진 최고위원,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 등 친이재오계 인사들이 이 전 의원과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막후 사령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 전 의원의 귀국은 정치권의 핵폭탄을 싣고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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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다. 박 대표, 홍 원내대표, 이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박 전 대표의 지지 없이는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박 전 대표는 새해 정국 구상에 돌입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여야가 MB법안을 놓고 극한 대치를 보이고 있는 반면, 박 전 대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하지만 아직 이 대통령과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차기 대권 플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너무 일찍 등을 돌리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천천히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서로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간의 ‘이혼’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다만 그 시기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4월 재보궐 선거 승패에 따라 이 대통령과 서서히 등을 돌릴 것이라는 게 친박계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만큼 굳이 이 대통령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 이 전 의원의 귀국은 친박계 인사들이 친이계와 등을 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어차피 함께하지 못할 것이 분명한 만큼, 이를 명분삼아 친이-친박 갈등을 드러낸 뒤 향후 독자적인 행보를 취하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 대통령의 집권 2기 프로젝트 성공 여부를 저울질 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여야 인사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총재의 행보도 ‘큰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 총재 역시 새해 구상의 일환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 체제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권이 아닌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총재의 다른 노림수는 무엇일까. ‘이회창-박근혜 연대설’이 그것이다. 고령의 나이가 대권 행보의 최대 걸림돌이 됨에 따라 박 전 대표와의 연대를 통해 황금분할 ‘땅따먹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총재는 선거 시기에만 충청권에서 당 지지율이 15%정도로 올라가는 정당의 총재라는 점 때문에 기대하는 역할만큼의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기반도 견고하지 못했고, 이념기반도 단단하지 못했던 것. 게다가 정통보수층이 선진당과 한나라당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한몫 한다.
이에 반해 박 전 대표는 3년 후 있을 총선에서 주도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때문에 이 총재는 박 전 대표와의 연대를 통해 ‘대권 후보 박근혜, 당대표 이회창’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농후하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새해구상에 대한 윤곽이 드러난 모양새다. MB법안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파행 정국의 근본 원인이 대통령의 국회 개입이다. 대통령은 한나라당 박 대표와 홍 원내대표를 수시로 불러 지시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라도 중립적으로 의회의 품격과 권위를 지켜야 하는데 직권상정 등으로 동조하고 있다. 이런 불신이 어우러져 현 상황을 만들었다”고 여당과 청와대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른바 ‘MB악법’이라고 주장한 사항에 대해 반이명박 체제를 가동하며 연일 ‘재’를 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까닭에 정 대표가 여-야 대치 국면에서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면 그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실제 정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감은 ‘극치’에 달했다. 리더십뿐 아니라 당 정체성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내리면서 ‘퇴진론’까지 꿈틀거리고 있던 것. 정 대표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야성 회복’과 동시에 반이명박 체제를 전격적으로 가동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뉴 민주당 플랜’으로 대변되는 당 쇄신작업의 성과 여부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 개최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 대표는 새해구상의 일환으로 반이명박 체제 가동과 함께 당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처럼 2009년 정치권을 움직일 여야 정치 거물급 인사들의 새해 구상은 나름대로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이들의 ‘역할론’이 향후 이명박 정국 운영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거물급 인사들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요즘이다.


 거물급 손학규-정동영 복귀설 추적
재보궐 선거 노려? 말어?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은 여전히 ‘거물급’ 인사로 통한다. 이들의 복귀에 따라 ‘인물 부재론’에 시달리는 민주당의 묵은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이들의 복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손 전 대표는 4월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서 박진 한나라당 의원과 맞붙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 이후 그는 정치 일선에서 떠났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측근들을 서울 종로구의 한 선술집에 불러 막걸리로 서로의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좀처럼 정치권과 교류하지 않고 있다. 간혹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가을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 정도다.
정 전 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4월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대패하면서 쓰디쓴 ‘독배’를 마셔야 했다. 그 이후 유학길에 올랐다.
실제 정 전 장관은 미국 듀크대에서 유학 중이다. 측근 인사들과 전화통화를 한다는 얘기만 들릴 뿐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것을 여전히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의 복귀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재출마설’이 솔솔 나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손 전 대표는 수도권에서, 정 전 장관은 전주에서 재보선에 출마한다는 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정 전 장관보다는 손 전 대표가 ‘재보선 승리’의 과실을 더 많이 먹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 전체 의원의 과반 이상이 ‘대안야당’을 지향하고 있어 이들과 함께 신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재보선을 놓치면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도 없다. 게다가 대선 출마에도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신중론’을 내세우며 ‘관망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복귀 시나리오가 예정대로 성사된다면 민주당에서는 큰 힘을 얻을 뿐 아니라 반 이명박 체제를 가동하는데 한 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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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