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④> 새해소망 1위 ‘로또당첨꿈’ 완전해부

‘일확천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치 않는 소망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오늘도 많은 이들은 로또판매대로 달려가 번호를 찍고 있다. 불황으로 쪽박 찬 이들이 늘수록 대박을 바라는 소망은 더욱 간절해지고 있다. 이는 새해에도 변함없을 전망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9년 이루고 싶은 소원 1위로 ‘로또당첨’이 꼽혔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노력하기보다는 한방에 큰돈을 거머쥐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면 로또당첨을 위해선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실제로 로또에 당첨돼 일확천금을 얻은 이들은 전날 꿨던 꿈과 로또를 구매한 장소 등의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박을 만든 ‘대박꿈’을 분석했다.

새해가 밝아오면 누구나 올해 이루고 싶은 소원을 생각한다. 취업성공, 가족건강, 다이어트, 주식대박 등 가지각색의 소망이 있겠지만 가장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늘 자리하고 있는 소원은 원하는 모든 것을 한방에 이뤄 줄 ‘로또 1등 당첨’이다.

이는 연초마다 벌이는 설문조사 결과로도 나타난다. 올해 역시 많은 이들이 이루고 싶은 소망으로 로또당첨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포털사이트 이지데이가 네티즌 2367명을 대상으로 ‘램프의 요정 지니가 2009년에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준다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한 결과 72%인 1707명이 ‘로또 당첨’이라고 답한 것. 경제가 침체기에 빠지면서 주춤했던 로또판매율이 높아진 것도 이 같은 결과에 영향을 줬다.

길몽 꾼 다음날이면
복권 생각부터

실제 로또 당첨을 위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단순히 자신의 운에 기대고 떠오르는 숫자를 로또번호표에 기입하는 사람들부터 과학적 분석기법을 통해 당첨번호를 예측하는 사람들까지 그 비법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이 로또당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는 것은 ‘좋은 꿈’이다.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어도 간밤에 토실토실한 돼지가 등장하는 꿈을 꾸면 눈뜨기 무섭게 로또나 복권 판매대로 달려가기 바쁘다.

그러면 실제로 로또 1등에 당첨된 이들은 어떤 꿈을 꿨을까. 돼지꿈이 복권당첨 꿈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높은 길몽은 돼지꿈이 아닌 ‘조상 꿈’이다. 안 되는 건 다 조상 탓이라는 말은 로또에서만큼은 해당사항이 아니다.


실제 로또복권 1등 당첨자들의 꿈을 분석해 본 결과 24.1%가 돌아가신 부모님 등 조상과 관련된 꿈을 꾸고 난 후 행운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터넷 로또사이트 로또리치가 “로또당첨이 되었을 때 꾼 꿈은”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6%가 “돌아가신 부모님 등 조상과 관련된 꿈”을 꾸고 로또에 당첨됐다고 응답해 조상 꿈이 재물 운으로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조상 꿈을 꾸고 로또에 당첨된 사례는 숱하게 존재한다. 전남에 사는 자동차 정비사 H모씨도 조상 꿈을 꾼 후 로또복권 14회 차에 1등으로 당첨돼 93억원의 당첨금을 수령한 경우다.

평소 정비일로 늦게 귀가하던 H씨. 그러나 로또복권을 사기 하루 전날은 할아버지의 제삿날이라 여느 때와는 달리 일찍 집에 와 제사준비를 했다. 제사가 끝난 뒤 그는 자신을 따뜻하게 돌봐 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고 그날 밤 꿈에 새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할아버지가 H씨의 꿈속에 나타나 H씨의 손을 꼭 잡았다고 한다.

보통 때는 일이 힘들어 꿈을 꾸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들기 일쑤였다는 H씨에게 그날 꿈은 예사롭지 않았다고. 꿈을 꾼 다음 날, 할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H씨는 1만원어치의 로또를 구입했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추첨방송도 보지 않고 잠이 들었는데 그날 밤 꿈속에서 할아버지가 또 다시 나타나 H씨의 손을 잡아주었다고 한다.

잠에서 깬 H씨는 뭔지 모를 예감이 들어 눈을 뜨기가 무섭게 신문을 찾았고 신문 속에서 1등번호와 자신이 찍었던 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등장한 꿈을 꾸고 로또 2등에 당첨된 김모씨도 조상꿈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작은 사업을 하던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김씨는 사업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압류가 걸리고 금융거래가 정지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 커다란 보따리 두 개를 안겨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김씨는 그 다음 날 저녁 자신의 생일과 전화번호를 조합해 로또추첨 세 시간 전에 부랴부랴 복권을 구입했다. 그리고 그날 추첨방송에서 자신이 6개의 당첨번호 중 5개를 맞추고 보너스 번호까지 얻어 2등에 당첨된 것을 알게 된다.

이로써 김씨는 2억1000만원의 당첨금을 받게 됐다. 김씨는 “살아계실 때 나를 귀여워 해 주시던 할머니가 내게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며 당첨소감을 밝혔다.

조상 꿈 다음으로 많은 당첨자들이 꾼 꿈은 숫자와 관련된 꿈이다. 12.7%의 당첨자가 꿈에서 본 숫자로 당첨이 됐다고 응답했다.

한때 잘나가던 트롯가수였던 진요근 씨도 꿈에서 어머니가 가르쳐 준 번호로 한회에 2, 3, 4, 5등에 나란히 당첨된 경우다. 진씨는 190회 로또에서 14, 15, 18, 30, 31, 44번으로 2등에 당첨됐다. 총 당첨금은 5400만원가량이었다.
진씨는 로또 당첨 이틀 전, 잠을 자다 작고한 모친이 나타나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어머니는 “요근아, 이제 너의 일이 다 잘 될 거다. 좋은 일만 생길 것이니 너무 걱정말라”는 말을 남겼다.

꿈에서 본 숫자들
실제로 당첨 숫자

그리고 이튿날에도 진씨의 꿈속에서는 어머니가 나타났고 사라지는 어머니 뒤로 숫자가 지나간 것. 진씨는 기억을 되살려 꿈에서 본 번호를 로또번호표에 기입했고 이 같은 행운을 맛봤다. 진씨는 “어머니가 1등 번호를 다 알려주신 것 같은데 내가 기억을 못한 것 같다. 그러나 1위가 아니라도 지금의 이 행운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주부 김모씨도 꿈에서 본 번호를 조합해 만든 로또 60개 계좌가 모두 당첨되는 대박을 터트렸다. 김씨는 제52회 로또복권 추첨일 새벽, 옷을 곱게 차려입은 아주머니가 아이들의 나이를 알려주는 꿈을 꾼 뒤 집 근처 로또가게에 가 12만원어치의 로또 60개 계좌를 구입했다.

당시 꿈에 등장한 아주머니는 “아이가 2명 있는데 한명은 4살이고 다른 한 명은 중학생”이라고 말했고 김씨는 아이들 2명에서 2번, 4살에서 4번, 중학생의 나이인 14에서 16번 중 1, 2개 숫자, 그 날 날짜였던 29번 등의 번호를 모두 표시하고 나머지 숫자는 자동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로또추첨을 TV로 지켜보던 김씨 가족은 번호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행운의 숫자 6개가 2, 4, 15, 16, 20, 29번이었던 것.

이에 김씨는 5개 숫자를 맞힌 3등에 4개 계좌(계좌당 당첨금 388만7200원), 4개를 맞힌 4등에 40개 계좌(15만원), 3개를 맞힌 5등 16개 계좌(1만원)등 60개의 계좌가 모두 당첨되는 기적을 안았다. 김씨가 이날 수령한 당첨금은 모두 2170만8800원. 1개의 숫자만 더 맞췄더라면 인생역전도 꿈꿔볼 만했다.

돼지 등 동물이 나오는 꿈도 빼놓을 수 없는 복꿈. 로또 1등 당첨자의 11.5%가 동물과 관련된 꿈을 꾼 뒤 행운을 얻었다.

전남 광주의 김모씨도 새끼 밴 돼지꿈을 꾸고 4억2000만원의 복권에 당첨된 케이스다. 자영업을 하며 번번이 실패의 쓴잔을 맛보던 김씨는 잠시나마 어려운 현실을 잊고자 꾸준히 주택복권을 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간밤에 새끼 밴 돼지가 안방에 들어와 밥을 먹는 꿈을 꿨다. 돼지꿈은 난생 처음 꿔봤던 김씨는 눈뜨자마자 광주시 충장로의 한 복권 가판대에서 주택복권 3장을 구입했다.


당첨자 발표 일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김씨. 그리고 월요일 아침에 배달된 신문에서 그는 믿을 수 없는 행운을 목격했다. 구입한 세장의 복권이 모두 1등과 2등에 당첨된 것. 이 세장의 복권으로 4억2000만원의 당첨금을 받았다.

대통령꿈도 길몽 중 하나다. 5.1%의 당첨자가 꿈에서 전·현직 대통령을 보고 대박을 터트렸다.

경기도 안성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는 정모씨는 꿈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3억원에 당첨됐다. 평소 복권에 관심이 없었던 정씨는 남편의 권유로 주택복권 5장을 구입했다. 그런데 복권을 구입한 다음날부터 꿈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는 꿈을 계속해서 꿨고 다섯 장의 복권 중 1장이 1등에 당첨된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에 사는 고모씨도 꿈에서 노 대통령과 악수한 후 인터넷 주택복권 1등에 당첨된 케이스다. 그녀는 어느 날 붉은 카펫이 깔린 공항의 비행기에서 내리는 노 대통령과 악수하는 꿈을 꿨다. 꿈 내용을 들은 가족들은 고씨에게 복권을 사라고 권유했고 그녀는 로또사이트에 접속해 즉석복권을 구입했다.

고씨는 “깨어나서도 꿈이 생생히 기억났다. 당첨자 중 대통령 꿈을 꾼 사람이 많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어 복권을 구입하며 은근히 대박을 기대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그녀는 1등에 당첨이 됐고 1억원의 당첨금을 받게 됐다.

동물, 대통령 꿈도 행운
꿈꾼 뒤 3일 후 가장 효험


꿈을 꾼 뒤 언제 로또를 샀느냐도 당첨에 영향을 미친다. 1등 당첨자들의 31%가 꿈을 꾼 뒤 삼일 후 로또를 구입했다가 대박을 터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꿈꾼 다음날 로또를 산 사람들로 20.6%가 이에 해당한다.

한방을 위해 또는 1주일간의 활력소를 위해 고심해서 번호를 찍는 사람들. 2009년에도 간절한 소망을 담은 로또번호표는 넘쳐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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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