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전두환 '오산 땅' 수수께끼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5.22 08: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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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무성한 '전씨랜드'…벌써 1000억 뽑아먹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비자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굴까. 아마 재계 총수들일 게다. 그리고 이 사람,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비자금이란 단어를 처음 유행시킨 그는 공식적으로 땡전 한 푼 없는 무일푼 신세다. 그렇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있을까. '어디에 꼬불쳤지' 하는 국민적 의심이 최근 경기도 오산 한 야산에 꽂혔다. '전씨랜드'로 불리는 그곳에 가봤다.

최근 또 다시 '전두환 비자금'이 회자되고 있다. 전씨일가의 수상한 땅거래가 포착되면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땅이 아들 수중으로 들어간 정황이 석연치 않다. 싸도 너무 싸게 넘어갔다. 이를 두고 전씨일가의 은닉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땅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있는 임야다. 임야 정면에 2009년 완공된 오산-화성고속도로와 황구지천이 흐르고, 옆쪽엔 한신대 캠퍼스가 붙어있다. 일진전기, 중외제약, 선일레미콘 등 대형 공장들이 들어선 주변은 현재 도로 확장공사 등 개발이 한창이다.

독산성·세마대 유적지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여

이곳엔 한류타운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월 오산시와 양산동 일대에 국제아카데미와 뮤직비디오 제작 스튜디오 등 한류스타 양성소인 'SM타운'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뒤편 상황은 다르다. '독산성'과 '세마대'등의 유적건조물이 자리 잡고 있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독산성은 문화재청이 1964년 지정한 국가사적 제140호다. 백제시대에 축성돼 권율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병 수 만명의 대군을 격파한 군사적 요충지로 남한산성과 함께 한강 이남 최고의 산성으로 꼽힌다. 세마대는 권율 장군이 독산성에 물이 부족한 점을 노린 왜군을 교란하기 위해 산 정상에서 흰쌀로 말을 씻기는 모습을 연출해 적의 사기를 꺾은 곳으로 전해진다.

오산시 관계자는 "일부 성곽만 남아있는 독산성과 세마대를 2015년까지 복원하는 등 23만여 평 규모의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일대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전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생산녹지지역 등 녹지보전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보전녹지지역은 도시의 자연환경, 경관, 수림 및 녹지를 보전하기 위한 지역 ▲생산녹지지역은 주로 농업적 생산을 위해 개발을 유보할 필요가 있는 지역 ▲자연녹지지역은 녹지공간의 보전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 개발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독산성 인근이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인 탓에 개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부동산업자는 "독산성 주변은 경관·환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며 "사유지로 분류돼 매매가 가능하지만 인접한 곳에 오산에서 유일한 사적지가 있어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업자도 "건축시 제한사항이 많은 녹지지역이 주거지나 상업지로 용도가 변경될 수 있지만 그 기준은 해당 지자체마다 다르다"며 "도시계획이 잡혀도 개발이 수년간 정체돼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녹지구역이라고 해서 모두 개발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허가할 경우 용도 변경 등 제한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실제 이들 임야의 땅값은 독산성에 얼마나 붙어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바로 옆 부지의 공시지가(㎡당)는 지난해 1월 기준 1만원대에 불과하다. 20년 전인 1990년대 초반의 공시지가도 1만원 안팎이었다.

처남 이창석 소유 임야 수십만평 대부분 정리 
'진짜 주인 맞나?' 실소유주 의혹 끊이지 않아

이런 부지를 경계로 좀 떨어진 임야의 경우 10만원대를 웃돈다. 개발 가능성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게 부동산업자의 전언. 다만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적게는 2배 이상에서 많게는 수십배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산동 임야의 대지주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이순자씨 동생)씨다. 이씨는 사정당국이 항상 예의주시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여러 번 수사선상에 오른 탓이다.


2004년 검찰의 5공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이씨의 계좌에서 발견됐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십억원이 이씨에게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추징금 대납형식으로 이를 몰수했다. 앞서 2003년 추징금 미납으로 경매에 붙여진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별채를 감정가의 2배가 넘는 16억4800만원에 낙찰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카 전재용(전 전 대통령의 차남)씨와 함께 유한회사 에스더블유디씨와 음향기기업체인 삼원코리아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1984년 부친 고 이규동(2001년 사망)씨로부터 수십만평의 오산 땅을 증여받았다. 예비역 준장으로 전역한 이규동씨는 5공 당시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내며 부동산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오산 땅을 이씨가 물려받은 것이다.

이씨는 YS정부 시절 부친이 증여한 오산 임야 26만평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아 탈세 등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씨일가의 오산 땅은 5공 비리 청문회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서 일까. 양산동 주민들은 이 야산을 '전두환 땅'으로 알고 있다.

이씨 소유의 부지 인근에서 자재업을 하는 김모씨는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정확한 소유주를 모른 채 전두환 땅으로만 알고 있다"며 "주변의 땅을 가진 다른 토지주들은 유명 인사가 많은 부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박'가능성을 기대했으나 30년 넘게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처 식당 주인은 "5공 시절부터 양산동 일대가 '전두환랜드'가 되지 않겠냐는 소문이 돌았다"며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와 교도소에 있을 때만 해도 양산동 야산에 퇴임 이후 지낼 '아방궁 사저'가 들어설 것이란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 있었다"고 귀띔했다.

주민들 "예전부터
전두환 땅으로 알아"

주민들의 예상과 달리 전 전 대통령은 연희동 사저로 들어갔고 개발도 없었다. 이씨는 오산 땅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처음 매각한 것은 2002년. 양산동 산19-116, 산19-117 등 2만여 평을 아모레퍼시픽에 처분했다. 당시 태평양이 사들였다가 2006년 회사가 분할되면서 아모레퍼시픽 소유로 명의가 이전됐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씨 소유인 것을 전혀 몰랐다. 공장부지 확보 차원에서 매입을 뿐"이라고 했다. 이 부지는 공장 계획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시행사인 O사가 매입했다. O사는 이곳에 대형 건설사와 아파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 문제가 된 땅거래는 2006년 이뤄졌다. 이씨는 당시 자신 명의의 양산동 임야 29만여 평을 처분했다. 이중 절반을 건설업자 박모씨에게 500억원에 매각했다. 나머지 절반은 전재용씨에게 28억원에 팔았다. 같은 부지를 무려 472억원이나 싸게 넘긴 것이다.

더욱이 전씨는 2008년 이 땅을 시행사인 N사와 400억원에 되팔기로 하는 매매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의 연대의무자는 다름 아닌 이씨로부터 땅을 산 박씨였다. 결국 이씨는 전씨에게 '헐값'에 땅을 넘겨줬고, 이를 통해 전씨는 불과 2년 만에 투자금 15배인 370억원의 매각차익을 올린 셈이다.

전씨가 부인 박상아씨 등과 함께 경영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임대 업체인 비엘에셋 소유로 돼 있는 땅은 모두 13만여 평. 지난해 말 기준 이 땅의 장부가액은 50억원, 공시지가는 100억원에 이른다.

조카 전재용에 13만평 매각 
시가 400억짜리 28억에 넘겨 


국세청은 이 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 이씨와 전씨에게 각각 양도소득세·증여세를 부과했다. 세금 추징액만 8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자 이씨 명의의 연희동 사저 별채를 압류하기도 했다.

전씨는 아직까지 이 땅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 중이다. 매수자가 중도금을 치르지 못해 매매계약이 자동 해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씨는 32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계약금 60억원을 선수금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이 돈은 비엘에셋의 영업외 수익으로 잡혔다.

이씨 소유의 양산동 토지는 아직 남아있다. 산19-84 등 7만여 평에 달하는 땅을 자손으로 추정되는 올해 32세의 이원근씨와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이 땅은 S사에 신탁된 상태다.

외삼촌과 조카 간 수상한 거래를 두고 일각에선 전씨일가의 은닉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2일 논평에서 "시세 400억원짜리 땅을 28억원에 넘겼다는 점은 이 땅의 실제 소유주가 애초에 이창석이 아니라 전 전 대통령이었다는 의혹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며 "관련기관은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라 거래내역과 자금출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미납 추징금이 1673억원에 이른다. 그나마 532억원도 자발적 납부가 아닌 검찰이 찾아낸 감춰둔 재산이었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 한 달 뒤 무기명 채권 126장 등 188억여원을 추징했다. 이어 9월과 10월 현금과 예금 등 124억5000여만원을 강제 집행했다. 2000년 12월 1억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를 접수한데 이어 같은달 1억7000만원 상당의 유체동산을, 2004년 1월 연희동 사저 별채를 경매해 16억4000만원을 징수했다.


수상한 '헐값 매매'
국세청 수십억 과세

그해 6월엔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전씨일가의 계좌에서 발견되자 이순자씨가 '개인 돈'이라며 199억5000만원을 대납했다. 당시 차남 전씨가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2006년 6월 한 언론사의 취재로 드러난 서초동 땅을 경매에 붙여 낙찰금 1억1900여만원을 거둬들였다.

전 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납부한 돈은 2003년 10월 전 재산이라고 주장한 29만원과 2010년 10월 강연소득 300만원뿐이다. 미납금은 내년 10월 추징시한이 만료된다. 그때까지 검찰이 그의 재산을 찾아내거나 납부하면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순자씨도 "(추징금은) 낼 수 없다. 성의껏 다 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들 등 친인척 재산에 대해선 "연좌제도 아닌데 그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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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