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금고지기’ 수사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5.17 15: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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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재현?…또 덮친 검풍에 안절부절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담철곤 회장의 비리로 큰 곤욕을 치렀던 오리온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일단 수사선상에 담 회장의 최측근이 올랐다.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려 구속된 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검풍’에 휩싸인 오리온그룹. 한숨 돌리나 싶더니 또 다시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됐다.

포천 골프장 추진하면서 회삿돈 횡령 정황 포착
인허가 과정 의혹…정관계 로비 여부 수사 확대

검찰이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스포츠토토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날 오전 서울 논현동 스포츠토토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USB메모리 등을 압수했다. 이와 함께 관계사 사무실과 임원들의 자택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골프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금액이 수십억원대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회계자료 등 압수
사업비 뻥튀기 조사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2007∼2008년 골프장사업 진출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를 인수하고 포천에 골프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회사돈이 빼돌려 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골프장 땅값과 자회사 인건비, 사업비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골프장 부지매입과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관할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 의혹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비자금 조성에 오리온그룹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나아가 골프장사업 진출을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물 분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분석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수사선상에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을 올려놨다. 조 전 사장이 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조 전 사장의 자택과 사무실도 압수수색한 검찰은 지난 9일 “조 전 사장이 스포츠토토 등에서 회사 공금을 횡령한 단서를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계장부를 조작해 빼돌린 자금이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골프장사업 진출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인 지파인딩 인수를 추진한다는 명목 등으로 스포츠토토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사장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급여, 관리비, 고문·자문료 명목으로 지파인딩 자금과 부동산 매수대금,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크레스포 자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2009년 지파인딩, 크레스포로부터 차입한 수백억원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횡령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토토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위탁 사업자다. 축구·야구·농구 등 운동경기의 스코어와 승패를 예측해 베팅하면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는 복권을 발행한다.
오리온그룹은 2008년 7월 스포츠토토를 통해 부동산 개발업체인 지파인딩(전 인베이스개발)을 인수해 계열사로 추가했다. 당시 매매가는 102억6000만원이었다.

오리온그룹은 스포츠토토 지분 66.64%를 소유한 최대주주. 스포츠토토는 지파인딩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지파인딩은 골프장 운영업체인 크레스포(전 인베이스포천)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지파인딩과 크레스포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골프장을 아직 오픈하지 못해서다. 오리온그룹은 당초 증손자회사인 크레스포를 통해 경기 포천 군내읍 직두리에 27홀 규모의 골프장(150만㎡·약 45만평)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크레스포는 2007년 12월 포천시에 골프장 개발을 위한 인·허가를 신청했다.


포천시는 “급증하는 국민 여가수요와 골프수요에 대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및 소득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체육시설(골프장)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했다”며 골프장 일원을 계획 관리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도시시설을 체육시설인 골프장으로 결정하는 계획을 입안해 경기도에 결정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2010년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는 “골프장 부지에 보존산지가 많아 산림훼손 및 환경파괴 위험이 있는 등 골프장 건설목적으로 도시관리계획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계획관리지역면적이 50%가 넘지 않아 관계법령에 저촉된다”며 포천시의 도시관리계획안을 부결시켰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진통을 겪다 결국 지난해 5월 18홀(123만6376㎡·약 38만평)로 축소된 골프클럽을 조성하는 내용의 사업안이 의결되면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골프장은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주도한 인사가 바로 조 전 사장이다. 조 전 사장은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지파인딩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재 김모씨와 함께 크레스포 공동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조 전 사장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대외에 얼굴은커녕 간단한 프로필조차 공개된 적이 없다.

여러차례 진통 겪다
작년 5월 허가 받아

다만 전현직 오리온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 전 사장은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온 막후 실력자다. 그룹 내부에선 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오리온 집사’또는 ‘오리온 금고지기’로 통한다. 그를 ‘삼성 집사’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에 비교하기도 한다.

경신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0년대부터 오리온에서 근무한 조 전 사장은 그룹 몸집을 늘리는데 주도적역할을 하는 등 오리온그룹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일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구세력’이 대부분 숙청될 당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더 잘나갔다. 한때 온미디어 등 1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조 전 사장은 지난해 말까지 해외사업 등 그룹 전략부문을 진두지휘하다 현재 휴직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오리온 주식 2000여주를 장내매도 형식으로 팔아 16억원을 챙겼다.

전직 계열사 한 임원은 “조 전 사장은 그룹 전반의 자금줄을 훤히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은둔의 전문경영인’으로 불리던 조 전 사장이 유명세(?)를 탄 것은 오리온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다. 담 회장은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총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지난해 6월 구속됐다.


검찰은 “담 회장이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고가의 작품들을 자택에 설치하는가 하면 외제 고급차도 굴렸다”며 “또 회삿돈으로 집사와 가정부 등을 두는 황제생활을 누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수십억∼수백억 감쪽같이 증발
수사선상에 담철곤 측근 올라

검찰은 지난해 9월 담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고, 한달 뒤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공소 내용을 유죄로 판단해 담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담 회장에게 실형을 때리면서 “계열사를 사유물로 여기는 범행을 했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질책해 눈길을 끌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 1월 담 회장은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에 따라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조 전 사장은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로 담 회장에 앞서 구속됐다. 검찰은 조 전 사장에게 2006년 서울 청담동에 ‘청담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40억여원의 사업비를 빼돌려 서미갤러리와 그림 거래를 하는 것처럼 가장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 오리온그룹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I사의 지분을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인 해외법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20억여원을 횡령하고 30억여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았다. 조 전 사장은 담 회장을 비롯해 오리온그룹 주요 임원들이 외제 고급차량을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룹 각 계열사의 법인자금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담 회장과 함께 풀려났다.

오리온그룹은 이번 검찰의 수사 배경과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포츠토토가 알짜 계열사라 그렇다. 스포츠토토는 해마다 1200회 이상 복권을 발행해 2조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며, 순이익이 연 2000억원에 달한다.

자칫 포천 골프장 등 레저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개편 로드맵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2001년 동양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기존의 제과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외식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베니건스, 온미디어, 메가박스 등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그 신호탄이 레저업 진출이었다.

‘금고지기’ 조경민
‘검은돈’ 조성 의혹

뿐만 아니다. ‘오리온 순항’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 소비심리 위축, 업체간의 경쟁 심화, 유통업체의 대형화 추세로 인한 교섭력 저하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년대비 14% 증가한 757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에 대해 ‘장밋빛’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오리온그룹은 담 회장이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검풍’에 휩싸여 바짝 긴장한 눈치다. 한숨 돌리나 싶더니 또 다시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됐다. 만약 검찰의 수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거나 윗선으로 번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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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