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사고] 사건 X-파일

취업비관 여대생 투신자살  <이런일이>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20대 여대생이 목숨을 버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사투리 때문에 서울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김모(24·여·D대 4년)씨는 지난 16일 투신 전인 오전 5시30분경 어머니(54)에게 “밖에 나가 10분만 운동을 하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30분 뒤인 오전 6시경, 부산 동래구 모 아파트 14층 복도에서 창문을 열고 1층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취업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 최근에는 서울의 모 건설회사에 경리직으로 취직했으나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문제 등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지난 13일, 서울의 언니 집에서 한 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흉기로 손목을 그어 자해를 시도했으나 언니에게 발견돼 응급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진 바 있다. 

부유층에 수억 뜯은 ‘꽃뱀’ <스토리>
 “나 임신했어, 돈 빌려줘”

서울 강남을 무대로 활개치던 꽃뱀이 덜미를 잡혔다. 붙잡힌 꽃뱀은 윤모(29·여)씨. 윤씨의 전적은 화려했다. 고교 졸업 후 윤락가에서 접대부로 5~6년간 일했다. 꽃뱀으로 나선 것은 그 후의 일이다.
한때는 일명 ‘찡순이’로 돈을 벌기도 했다.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손님을 데려가 술을 먹으면 주점으로부터 30만~40만원 정도 리베이트를 받는 호객행위를 한 것이다. 이렇게 번 돈으로 사채를 갚았고 무직의 애인에게 고급 렌터카와 오피스텔을 빌려주기도 했다.
꽃뱀으로 나선 윤씨는 주도면밀하게 작업을 해나갔다. 서울 강남의 나이트클럽을 무대로 활동하며 남성들을 유혹해 성관계를 갖고 돈을 뜯어냈다. 밝혀진 피해자만 13명. 대기업 간부, 의사, 골프장 주인, 은행 지점장 등 대부분 부유층이 피해자다.
실제 윤씨는 지난 4월, 서울지역 은행지점장 이모(42)씨를 재물로 삼았다. 나이트클럽에서 이씨를 만난 뒤 함께 모텔로 향했다. “먼저 샤워하라”고 한 윤씨는 휴대전화 단축키 1·2번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적었다. 가족의 번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갑도 뒤졌다. 주민등록번호와 이씨의 실명도 확인한 뒤 며칠이 지나 “임신했다. 어머니도 알고 있다. 오빠는 수사관인데 일을 확대하고 싶지 않다”고 협박, 합의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뜯었다.
올 5월에는 대기업 간부 장모(45)씨가 희생양이 됐다. 서울 강남의 대형 나이트클럽에서 부킹한 윤씨와 이후 몇 차례 더 만남을 가졌고 그녀는 장씨에게 ‘강남역에서 운영하는 5억원 상당의 호프집’을 9월에 매각할 예정인데 일시적으로 운영비가 부족하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장씨는 세 차례에 걸쳐 5200만원을 빌려줬으나 이 여성의 모든 말은 거짓이었다.


동창 상대 사기결혼 후 등친 파렴치한<엿보기>
“나 서울의대생이야”

초등학교 여자 동창을 속여 ‘사기 결혼’을 하고 약 6000만원을 가로챈 30대 파렴치한이 철창으로 향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이 여러 해 동안 대학입시를 준비해온 ‘장수생(長修生)’김모(30)씨가 그 장본인.
사건은 지난 2006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당시 초등학교 동창생 모임에서 박모(여·30)씨를 만났다. 그는 박씨에게 “서울대 의예과에 다니고 있고, 외할아버지가 병원장을 지낸 의사”라고 거짓말을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석사를 받은 후 정부산하기관에 근무 중이었던 그녀는 김씨와 2007년 말부터 혼담을 주고받았다.
김씨는 같은 해 12월 박씨로부터 2000만원을 빌렸다. 집에 급한 일이 있으니 나중에 갚겠다는 명분이었다. 또 올 3월에는 신혼여행 항공료 등 결혼비용 490여 만원을 박씨가 계산했다. 물론 신혼여행과 결혼비용을 결제해주면 갚겠다는 핑계가 따랐다.
뿐만 아니다. 6월에는 박씨에게 3500만원을 뜯었다. 아버지 명의의 임야가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으니 어머니에게 이야기해서 돈을 빌려 주면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팔리는 대로 갚겠다고 명분을 세웠다.


해군 여하사 동료들 고발한 사연  
“3명으로부터 1년간 성폭행 당했다”

해군 하사 A(여)가 동료들을 고발했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게 그 이유다. 군 당국은 이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여 하사와 성폭행 혐의로 고발당한 같은 부대 B 중사와 C 원사, D 원사 등 3명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건은 A 하사가 지난 11일, 자신의 손목을 날카로운 흉기로 그으며 동료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왔다고 동료에게 폭로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해군 헌병 조사에 따르면 B 중사는 지난해 11월, 부대 회식 자리에서 A 하사를 술에 취하게 한 뒤 인근 여관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C 원사는 지난 1월, 같은 방법으로 A 하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D 원사는 지난 7월, A 하사를 성폭행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B 중사와 C 원사는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A 하사 진술과는 달리 성폭행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군 근무실태를 점검하고 여군 전문 상담관 제도를 보다 활성화해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민 등골 뺀 불법사채업자 무더기 구속  내막
연 2000% 이자에 성추행까지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던 불법사채업자들이 철퇴를 맞았다. 집중단속으로 29명이 입건되고 이중 7명은 구속 기소, 나머지 2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 중 1000%가 넘는 이자를 받은 악덕 사채업자가 있는가 하면 성추행을 일삼은 업자도 있다.
실제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부업체를 운영하던 김모(59·구속기소)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모(36·여)씨 등 40여 명에게 2억2000여만원을 빌려주고 1억4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최고 연 1000%가 넘는 고율의 이자를 적용한 것이다. 
특히 김씨는 돈을 빌려준 뒤 채권추심 과정에서 자신의 아내와 아들까지 동원했다. 아내와 아들은 “돈을 갚지 않으면 집창촌에 넘기겠다”는 등의 갖은 협박을 일삼았다. 때문에 한 여성 채무자는 자살까지 기도하기도 했다.
조모(29)씨 등 2명은 최고 연 2550%의 이자를 적용했다.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미용실 업주 윤모(36·여)씨에게 10차례에 걸쳐 2억3000여만원을 빌려주고  1억1400만원을 받은 것이다.
그러가 하면 또 다른 김모(42)씨는 지난 2006년부터 2년간 주로 영세상인과 유흥주점 종사자 등 모두 447명에게 21억1000만원을 빌려주고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챙겼다. 챙긴 이자만 25억6000여만원이 넘는다. 뿐만 아니다. 빌려준 돈의 이자를 받아내기 위해 직원을 채무자 김모(27·여)씨 집에 보내 빚 독촉을 종용했고 해당 직원은 김씨 자매를 성추행하기도 했다.


30대에 놀아난 택시기사들 <왜>
“수사관이란 말에 깜박 속았다”

수사관이나 국정원 직원 등을 사칭 택시기사 30여 명으로부터 돈을 떼먹은 30대 남자가 잡혔다. 장본인은 오모(34)씨. 오씨가 떼먹은 택시요금만 800여 만원. 또 택시기사들에게 3만∼10만원씩 돈을 빌려 가로챈 금액이 200만원, 훔친 휴대폰도 20여 개에 이르는 등 피해액이 2000여만원에 달한다.
실제 오씨는 지난 10월20일, 택시기사 박모씨(56)를 상대로 돈을 뜯었다. 충북 청주시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서 승차한 그는 택시기사에게 서울로 가자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기무사 수사관’이라고 신분을 밝히며 “서울 방배동 여자친구의 집에 짐을 내려놓은 뒤 다시 청주로 내려올 예정이다”, “카드밖에 없다. 조금 뒤 주겠다”며 돈 5만원을 빌렸다. 또 서울 서초동의 한 갈비집에 박씨와 함께 들어가 소갈비를 먹은 뒤 박씨에게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졌다. 잠깐 당신 전화를 빌려 달라”고 말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지난달 18일에는 또 다른 택시기사인 전모(56)씨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했다. ‘검찰 수사관’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후 서울에서 청주로 내려오면서 휴대전화를 교체해 주겠다는 미끼를 던진 후 전자제품 대리점에 들어가 MP3를 가지고 달아났다.

억대 공금 횡령 유흥비 탕진한 20대 경리사원
“와인이 도대체 뭐길래”

‘철없는’ 20대 경리사원이 적발됐다. 입사 1년 만에 1억원이 넘는 회사 공금을 빼돌린 혐의다. 전북 군산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컴퓨터 프로그램 업체에 경리사원으로 회사 생활을 하던 윤모(여·27)씨가 그 주인공.
윤씨는 이 회사에 지난해 7월 입사했다. 그리고 2개월 만인 9월부터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PC를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장부를 꾸민 뒤 회사 공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또 해외 출장간 직원들에게 출장비를 부풀려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 작성하는 방법도 이용했다. 이런 식으로 빼돌린 금액만 1억4000여만원.
공금에 손을 댄 동기는 단순했다. 와인 동호회 활동이 이유다. 한 달 월급 150만원으로는 한 달 회비만 100만원 이상이 드는 와인 동호회 활동을 하기 벅찼다는 것. 때문에 회사 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윤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을 ‘와인 동호회’ 회비와 펀드 투자금 등으로 유용했다.


15차례 연쇄 강도강간범 잡고 보니
가정 있는 평범한 회사원 ‘뜨악’

청주와 진천을 활보하던 20대 연쇄강간범이 붙잡혔다. 주인공은 장모(25·회사원)씨. 그는 젊은 여성들을 잇따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놀라운 것은 그가 부인과 자녀가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것.
장씨는 범행을 위해 저녁시간대 혼자 걸어가는 여성들을 노렸다. 실제 그는 지난 11월14일 오후 8시50분경, 청주시 상당구 도로가에서 버스에서 내려 귀가하던 A양(25)을 논둑으로 밀어 넘어뜨린 뒤 성폭행하고 현금 25만원을 빼앗았다.
같은 달 5일 오후 8시30분경에는 진천군내에서 귀가중인 B(30·여)씨을 뒤따라가 폭행한 뒤 성폭행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혼자 걸어가는 여성만을 골라 성폭행한 뒤 금품을 빼앗은 것만 15차례.
진천지역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씨는 퇴근 뒤 진천-청주간 도로에서 혼자 걸어가는 여성을 보면 거림낌 없이 차를 세운 뒤 뒤따라가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게다가 여성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마구 폭행한 뒤 성폭행하는 잔인함도 보였다. 하지만 범행을 저지른 뒤 태연히 낮 시간대 동료들과 어울리며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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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