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발 ‘메시지 정치’ 시작됐다

DJ 제2의 정치활동 재개 내막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이 심상치 않다. 정치 활동의 깃발을 들었기 때문이다. DJ는 최근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야3당의 통합을 제안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새로운 통합야당의 대표로 추대할 것이라는 설이 정가에 나돌고 있다. 여기에는 노무현계의 386세대, 김근태, 이종걸 등의 민주연합세력과 강기갑의 민주노동당이 합세할 것으로 예상돼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DJ가 제안한 새로운 정당의 창당이 실현될 경우 정치권은 범야권의 재편성이 되는 셈이다.
DJ는 지난날 신민+민주 야권통합으로 야권의 천하통일을 한 적이 있다. 현재 민주당은 야당으로서의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정동영, 손학규 이후 민주당의 지도자 부재라는 평가와 함께 이대로라면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호남에서마저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의 제몫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으로 있을 4월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도 까딱하면 참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 민주당의 위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과거 야당의 역사는 사실상 통합·분당·합당의 악순환을 되풀이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야권 통합이 단순한 위기의식 명분에 의한 통합에 그친다면 얼마가지 않아 다시 분열하는 사태를 빚게 된다는 것이 정가의 일치된 견해다. 여기서 DJ의 큰 정치솜씨가 어떻게 발휘될 것인 지가 문제다.

야당과의 협조 요구
‘뭉쳐야 산다’ 강조

DJ는 노벨상 수상 8주년 기념강연에서 어느 때보다 강한 목소리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에 6·15와 10·4 공동 선언과 측근 인사를 북한에 보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실현하고, 3대 국가적 위기 극복에 야당과의 협조를 요구했다.

야권 통합의 물꼬를 튼 것은 DJ의 ‘뭉쳐야 산다’는 한마디였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1월27일 방북 후 자신을 예방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회동에서 “야당이 뭉치고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민주연합’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연합’을 거론했다.


DJ는 강 대표에게 “숨을 길게 쉬어야 한다. 망원경 같이 넓고 멀리 보고 현미경처럼 깊고 좁게 봐야 한다. 뭉치고 힘을 합치면 우리 국민이 도와줄 것”이라고 통합을 권했다.

DJ는 “지금 이명박 정부가 태도(강경 기조)를 바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리 할 일을 제대로 해서 지지율이 올라가야 정부의 대북정책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반대’를 연결고리로 야당이 뭉쳐야 야당도 여당의 일방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주문이었다. 모든 민주평화-진보개혁 세력이 작은 노선의 차이와 해묵은 감정을 접어두고 민생과 민주를 위해 한데 뭉치라는 것이다.

지난 11월30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남북관계 위기 타개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결성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초당적으로 대처하기로 한 데는 DJ의 메시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대세다.

DJ는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의 위기, 경제 전반 특히 서민 경제의 위기, 남북 관계의 위기 등 3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우리 모두 큰 경각심을 가지고 이 3대 위기의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6·15, 10·4 두 개의 선언의 수용을 전제로 신뢰할 수 있는 측근을 북한에 보내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실현시켜야 한다. 남북관계가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간다면 남북 양측이 모두 파멸적인 큰 타격을 받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DJ는 이명박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이행을 놓고 북한과 갈등을 벌이면서 남북 경색국면이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해 “정권이 바뀌었어도 전 정권에서 이룩된 권리와 의무는 그대로 승계하는 것이 국제적 원칙”이라며 “이명박 정권은 당연한 의무로써 이 두 개의 선언을 공식 인정해야한다”고 말했다.


DJ는 “비록 늙고 힘없는 몸이지만 오늘의 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원하면 함께 무릎을 맞대고 남북문제를 논의할 용의도 있다”며 “6자회담과 병행해서 남북 간의 대화가 재개되고 서로 주고받는 협력이 이루어지면 한반도 전체는 물론 우리 한국에는 튼튼한 평화가 정착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안전과 경제발전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DJ는 지금의 경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경제협력 담당자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현 정권은 정부 정책의 초점을 중소기업 서민 중산층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재정이 중소서민층으로 돌아가야 하며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도 역설했다.

DJ는 1997년 IMF 경제 위기를 맞아 카드 남발 극약 처방을 했지만 나름대로 경제회복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임동원 전 통일원장관은 6.15 공동선언이후 남북관계가 안정됨에 따라 외국의 대한 투자가 이뤄져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주장했다.

DJ는 “남북은 지난 10년과 같이 대화와 협력의 관계를 하루 속히 복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DJ는 노벨평화상 수상 8주년을 기념해 김대중평화센터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공동 개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강연회’에서 “오늘의 남북관계 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 없으며 민족 화해와 평화적 통일을 위해 있는 힘을 다 바쳐 헌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위기 극복 해결책 제시
“남북관계 물꼬 터야” 강조

이어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수용을 전제로 신뢰할 수 있는 측근을 북한에 보내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이명박 정권이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선 6·15와 10·4 선언에 대한 이행을 다짐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며 “정권이 바뀌었어도 전 정권에서 이룩된 권리와 의무는 그대로 승계하는 것이 국제적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그는 “대북 정책에 성공하려면 6자회담과 병행해 남북관계가 호전되어야 한다”며 “6자회담의 지속과 오바마 정권의 등장 등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 대화로 해결하려는 조류에 적극 대응해 나가지 못하면 1994년 제네바회담 당시 겪었던 통미봉남식의 고립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DJ는 “이명박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남북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신뢰할 수 있는 측근을 북한에 보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DJ는 설에 앞서 특별강연 연사로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국 대사(현 미국 에모리대 명예총장)와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전 워싱턴 포스트 기자), 이토 나리히코(伊藤成彦) 일본 중앙대 명예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4명이 초청됐다.

레이니 전 주한 미대사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 부시 행정부가 몇 년간 추진한 것보다 더욱 급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 정권에 대해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할 것이란 게 바로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방법으로 평양 특사 파견이 한 가능성일 수 있다. 헨리 키신저, 빌 페리, 샘 넌 같은 분들이 떠오른다”고 구체적 이름을 거론했다.

그는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오바마 정부는 6자회담 체제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할 것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대북 정책을 펴는 데 있어 오바마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엇박자를 내선 절대 안 될 것이다. 나중에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쫓아가는 것보단 남북 관계의 주인인 우리가 오바마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대북관계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미국의 페리 조정관과 함께 평화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데 있어 우리가 주도했던 경험을 살려야하지 않겠느냐”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전향적인 변화가 있어야함을 강조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현재의 6자회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오버도퍼 교수는 “이곳 회의장만큼이나 큰 방에서 6명이 서로 얼굴을 보면서 회담을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것이든 합의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6자가 다 모여서 회담을 한다면 바벨탑이 무너지듯 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이 많다”고 회담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2자회담이나 3자회담을 통해 당사자가 합의를 진전시키고 이를 6자 회담이 승인하는 형식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나리히코 명예교수는 “6자 회담의 역할은 곧 끝날 것”이라며 6개국 회의 구성을 제안하면서 “6개국 회의의 의장직을 김대중 대통령이 맡도록 요청하면 어떻겠느냐”라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에서 전체 핵무기가 금지되어야 할 시점이다. 유엔 총회가 소집되어 모든 핵무기 폐지를 위한 결의안이 채택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연회에 참석한 국내외 학자와 각계인사 1000여 명은 손숙 전 환경부장관의 선창으로 ‘자유 번영 평화 통일을 위한 위대한 국민승리’ 결의문을 채택하고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어떠한 정권도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없으며, 우리 국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경제위기와 관련해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부 재정이 중소 서민층으로 돌아가게 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진정한 경제발전이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 문제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겠다고 선언해서 남북 간 대화를 복원시켜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 경제의 번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한국전쟁과 분단의 상처 속에서도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했고, IMF 외환위기를 이겨냈고, 남북화해협력 시대를 열었다”며 “위기를 이겨내고 자유와 번영,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주의 위기론 대두
6·15, 10·4 이행 선언

한편 행사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미 부시 대통령이 오랜 대북 강경정책을 바꾼 데 이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더욱 적극적인 대북외교를 다짐하고 있는 시점에서 유독 이명박 정부만이 때 지난 강경노선과 북한 무시 정책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공영의 호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의견들을 보면 DJ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역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입증하듯 DJ는 “그간 온갖 박해와 참을 수 없는 중상모략을 견디면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남북간의 화해와 민족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 일생을 바쳐왔다”면서 “이제 비록 늙고 힘없는 몸이지만 오늘의 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제 생명이 있는 한 민족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 있는 힘을 다 받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DJ의 정치 활동 재개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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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