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5월에 가볼만한 곳-하동~광양~여수

그윽한 차로 봄을 느끼고 신나는 서커스로 봄을 즐기다

하동에서 시작해 광양을 거쳐 여수에 닿는 코스는 그윽한 봄의 정취와 문학의 향기, 신나는 서커스를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국내 3대 차 재배지인 하동 악양에 자리한 매암차문화박물관은 하동의 차를 맛보고 다원의 정취를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다. 하동을 벗어나 여수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곧 광양이다. 광양시는 여수엑스포에 맞춰 대규모 서커스쇼 ‘2012 광양 월드아트서커스 페스티벌’을 선보인다. 세계 정상급의 아트서커스를 만나볼 수 있다. 1박 2일 일정의 마무리는 역시 세계인의 축제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이 아닐까.

하동과 광양을 거쳐 여수로 가는 길은 지금 봄이 절정이다. 화개골 층층비탈에 자리한 차밭에는 어린 찻잎을 따는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하고 봄빛에 춤추는 듯한 광양만 남해바다는 눈부시기만 하다. 하동에 들어서자마자 산자락에서 수십 명의 아낙들이 찻잎을 따는 풍경과 만난다. 곡우는 이미 지나 우전(雨前)은 다 땄고 지금은 세작을 만들 가늘고 고운 찻잎을 따고 있다.

하동의 차 맛보고
다원 정취 느끼고

하동은 국내 3대 야생차 재배지로 가파른 계곡 기슭 곳곳에 차밭이 만들어져 있다. 지리산 화개는 차 시배지(始培地)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삼국사기> 제10권 신라본기 흥덕왕 3년(827년)조에 보면 ‘당나라에 갔다가 귀국한 사신 김대렴이 차 종자를 가지고 왔다. 왕은 그것을 지리산에 심게 했다’고 기록돼있다. 이후 화개동은 임금님께 차를 바치는 곳, 즉 어차동천(御茶洞天)이 되었다. 쌍계사 일주문 못 미쳐 차 시배 추원비가 세워져 있다.

하동의 차를 맛보고 다원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은 악양에 자리한 매암차문화박물관이다. 5월 하동의 첫 여행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박물관은 예쁘게 꾸며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잘 정리된 차밭이 방문객을 맞는다. 봄을 머금은 차밭은 싱그러운 초록으로 빛난다.

1963년부터 조성된 차밭은 아담하면서도 소박하다. 매암차문화박물관의 차밭은 모두 2만3000여㎡(7000여 평). 1963년 고 강성호 옹이 다원을 조성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농약을 단 한 번도 뿌리지 않고, 자연순환농법으로 차나무를 가꾸고 있다는 강동오 관장의 설명이다.

차밭 한켠에는 멋스런 박물관 건물이 서 있다. 원래 1926년 일본 큐슈대학에서 연구 목적으로 조성한 수목원의 관사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차와 관련된 여러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차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매암차문화박물관은 단순히 보기만 하는 박물관이 아니다. 다양한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홍차 제다 교실, 떡차 제다 교실, 채엽 체험, 혼합차 만들기 체험, 하동 차문화 기행, 차문화 대중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차 한 잔을 마셨다면 본격적인 하동 여행에 나서보자. 5월 하동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은 악양 들판이다.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들판은 넓기도 하거니와 지리산 골짜기까지 깊숙이 뻗어있어 ‘거지가 밥동냥을 하며 다 돌려면 1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악양의 원래 이름은 악양(嶽陽). 하지만 나당연합군의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중국의 악양과 같다 해서 악양(岳陽)이라고 이름 붙었다.

대하소설 <토지> 무대
악양 고소산성서 본 섬진강

악양 들판 가까이 최참판댁이 있다. 최참판댁은 많은 이들이 원래부터 있던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은 원래 있던 집이 아니라 SBS 대하드라마 <토지>를 촬영하기 위해 만든 야외세트이다. 한옥 14동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꽤 공들여 지은 듯 유서 깊은 영남의 여느 고택 못지않게 으리으리하다. 길상이 거주하던 행랑채, 최치수가 머물던 사랑채, 별당아씨가 머물던 연못 딸린 별당 등 소설의 분위기가 잘 표현돼 있다.또 솔바람 부는 고소산성에 앉아 드넓은 악양 들판과 화개에서 하동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화개골에 자리한 차밭을 따라가다 보면 발걸음은 자연스레 쌍계사에 닿는다. 신라 성덕왕 23년(724년) 의상대사의 제자 삼법스님이 창건하였으며 고운 최치원의 친필이 새겨진 쌍계석문, 대웅전 옆에 한적하게 자리 잡은 진감선사 대공탑비(국보 제47호), 국사암 뜰의 느릅나무 등이 볼 만하다. 쌍계사는 범패(梵唄)의 발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3개월 동안 열리는 볼거리
광양 월드아트서커스 페스티벌

진감선사 혜소가 중국에서 불교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와 쌍계사 팔영루에서 범패를 만들어냈으며, 범패 명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팔영루라는 이름은 진감선사가 섬진강에서 뛰는 물고기를 보고 팔음률로 어산을 작곡했다고 하여 붙여졌다. 하동을 벗어나 여수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곧 광양. 광양에서 이순신대교를 넘으면 여수에 도착한다. 여수로 가기 전 광양에도 들러보자. 신나는 서커스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광양시는 여수엑스포에 맞춰 대규모 서커스쇼를 선보인다. 국제여객선터미널 뒤편에서 열리는 ‘2012 광양 월드아트서커스 페스티벌’이다. 5월12일부터 8월12일까지 열린다. 1615석 규모의 빅탑(Big Top·대형 천막) 2개관에 극장형 내부시설과 초대형 무대로 꾸며진다. 세계 정상급의 아트서커스단 6개 팀이 참여하는데 카르마(한국)를 비롯해 디아블로(미국), 엘리멘탈(영국), 갈툭(스페인), 아고라(슬로바키아), 서유기(중국) 등이다.


장도전수관도 찾을 만하다. 장도란 몸에 지니는 칼집이 있는 작은 칼로 조상들의 정신과 멋, 솜씨가 한꺼번에 묻어나는 아름다운 공예품이다. 전수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에 지정된 장도 명인 박용기 옹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지금은 장도 전수관 관장인 아들 종군씨가 대를 잇고 있다. 전시관을 겸한 전수관에는 박 옹의 작품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이름난 도검 80여 점이 전시돼 있으며 아트숍, 세미나실, 체험학습실 등 다양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광양에서 이순신대교를 건너면 여수다. 이순신대교는 그 자체로 볼거리다. 교량 길이 2260m, 주탑 높이 270m에 달하는 이 대교는 현수교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며, 세계에서 4번째에 해당한다. 이순신대교를 건너면 순천을 거쳐 여수에 가는 것보다 30분 가량 단축할 수 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이제 1박 2일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으로 향해보자. 세계인의 축제인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5월12일부터 8월12일까지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신항 일대에서 열린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바다를 통해 지구 생태계와 사람이 서로 어울려 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접할 수 있다. 첨단 운송 선박의 개발,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 심층수 해양자원 개발, 해양오염방제, 해양보안 및 안전시스템 등의 첨단 기술이 그것.

공간 곳곳의 볼거리도 다양하다.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형태의 스카이타워, 뉴미디어 버라이어티쇼와 100여 개 참가국가의 문화공연 무대인 빅오(The Big-O), 갯지렁이와 따개비를 닮은 바다 위의 주제관, 다도해를 상징하는 국제관 등이다. 박람회장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건축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이다.

<여행정보>
♣ 당일 코스
하동 매암차문화박물관→ 평사리 들판→ 최참판댁→ 광양 장도전수관→  2012 광양 월드아트서커스 페스티벌
 
♣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하동 매암차문화박물관→ 평사리 들판→ 최참판댁→ 고소산성→ 쌍계
·둘째 날 : 2012 광양 월드아트서커스 페스티벌→ 광양 장도전수관→ 2012여수엑스포
 
♣ 대중교통 이용
[버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례를 거쳐 하동으로 가는 버스 1일 9회 운행
-서울 센트럴에서 여수 하루 25회 운행(약 4시간10분 소요)
[기차] 서울 용산역-여수엑스포역, 주말기준 하루 84회 운행(여수엑스포 기간 특별 운행열차 포함)
[비행기] 김포-여수, 하루 8회 운행(월~토), 약 50분 소요
  
♣ 자가운전 이용
경부고속도로→ 대전→ 통영대전고속도로→ 함양→ 진주→ 하동IC
·하동에서 광양 : 하동→ 19번 국도→ 순천, 광양 방면→ 남해고속도로 옥곡IC 진입→ 남해고속도로 인동 IC-광양
 
♣ 숙박정보
·쉬어가는 누각 : 화개면 용강리
·섬진강 플로렌스 : 화개면 덕은리
·수류화개 : 화개면 탑리
·들꽃산방펜션 : 화개면 범왕리
·도시고양이생존연구소(게스트하우스) : 화개면 덕은리
·평사리문학관 전통한옥체험관 : 악양면 평사리
·청호별장농원 : 화개면 범왕리
·백운산자연휴양림 : 광양시 옥룡면
·호텔 필레모 : 광양시 광양읍 인동리
·스카이모텔 : 광양시 중동

♣ 주변 볼거리
·하동 : 화개장터, 청학동 삼성궁, 하동포구, 하동송림, 칠불사, 금오산
·광양 : 매천황현선생생가, 도선국사마을, 옥룡사지, 백운산자연휴양림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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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