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노래방 여전히 기승부리는 사연<현장르포>

아가씨 초이스 ‘내부’서 성매매는 ‘위층 가정집’서

성매매와의 전쟁이 계속될수록 노래방은 점점 더 인기를 끄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성매매 단속이 노래방에까지는 그 손길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래방은 보도방을 통해 여성을 부르는 ‘기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속의 효과도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생겨난 노래방은 아가씨만 노래방에서 고를 뿐 직접적인 성관계는 같은 건물의 위층에 있는 가정집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따라서 성매매에 대한 단속이 심화될수록 오히려 노래방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노래방은 일종의 ‘성매매 연계지’의 효과가 있어 남성들이 이곳에서 여성을 만난 뒤 밖으로 나가 모텔로 향하게 되면 단속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퇴폐 노래방의 현실을 취재했다.

성매매에 대한 단속 심화될수록 노래방은 문전성시
보도방 통해 여성 부르는 기동성 무기로 단속 회피
성매매 연계지 효과…외부서 남성 만나 모텔로 GO! GO!
‘돈도 벌고 놀 것도 노는’ 1석2조 이유로 여성 입성 러시  


아직 미혼인 직장인 H씨. 그는 몇 개월 전만 해도 정부의 성매매단속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도대체 왜 국가가 개인의 아랫도리를 관리하냐’라는 것이 그의 지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간에 성매매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늘 단속 걱정에 시달렸던 것은 사실이었다.

국가가 왜 아랫도리 관리를?
단속 무력화 방법 총동원

그러나 최근 그는 이러한 걱정을 말끔하게 털어냈다.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노래방 도우미와 2차를 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이 간단하고 쉬운 것으로 이미 대한민국 정부가 진행 중인 성매매와의 전쟁이 무력화된 것이다.
H씨는 “솔직히 노래방을 잡지 않고 성매매와의 전쟁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웃긴 짓이 아닐 수 없다. 성매매란 것이 무엇인가. 돈을 주고 여성의 성을 산다는 것 아닌가. 마음만 먹으면 노래방에서 그런 일은 수백 번이라도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물론 사람에 따라서 2차를 가지 않겠다는 경우가 있지만 도우미를 부를 때 미리 업주나 보도방에게 이야기를 하면 그것도 사전에 해결되는 문제다”라고 밝혔다.

사실 H씨의 이야기처럼 성매매는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노래방을 통해 이뤄질 수가 있다. 집창촌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는 특히 집창촌이 거의 폐쇄 지경에 이른 상태에서는 보다 변태적인 성매매가 문제시 되고 더욱이 노래방은 그중에서도 가장 선진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생겨난 가장 기상천외한 퇴폐 노래방은 이른바 ‘상가건물 노래방’이라고 하는 곳이다. 이 노래방은 일단 거의 무조건 상가 건물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가건물의 위에 있는 가정집에서 성매매를 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노래방 업주는 지하 노래방과 위층의 가정집까지 함께 임대를 해서 본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이곳을 경험해봤다는 한 남성은 “친구들과 기분 좋게 1차를 한 상태에서 길거리에서 삐기가 다가왔다. 예전에 강남의 한 지역에서 삐끼를 따라 단란주점에 갔다가 100만원이 넘는 술값을 뜯긴 적이 있어서 처음에는 삐끼의 이야기도 듣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 남자의 말이 우리는 노래방이기 때문에 술 같은 건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단속의 염려가 없는 성매매고 강남의 삐끼를 이용한 술집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귀띔했다.

그가 따라간 곳은 한 상가 건물의 지하 노래방. 삐끼의 말처럼 그는 술도 시키지 않아도 됐고 간단히 노래방 비용 1만5000원만 냈다는 것. 그 후 3~4명의 아가씨들이 방으로 입장했고 그중에는 러시아 여성도 함께 끼어 있었다고. 주인의 말이 ‘여기서 그냥 재미있게 놀든 아니면 데리고 올라가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가 찾아간 곳은 바로 위 3층에 있는 가정집이었다. 상가건물이어서 그런지 비교적 넓은 가정집이 있었으며 여성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본격적인 성매매를 했다고. 비용도 일반 성매매 비용에 비해 크게 비싼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 후 그곳의 단골 마니아가 되어 주변의 친구들을 소개시켜주었다.
그는 “처음엔 반신반의해서 갔는데 실제 가보니 이제까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업소가 있었다. 이제는 불안하게 안마니 집창촌이니 그런 곳을 갈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고 말했다.

상가건물 노래방
위층 가정집 ‘무슨일이’

이렇듯 가정집을 이용하는 것은 단속하는 데 무척이나 어려움이 따른다. 확실한 첩보가 없이는 도대체 어느 곳이 일반 가정접이고 또 어느 곳이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이지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오전 12시에 문을 닫는 노래방도 생겼다. 일반 노래방은 손님이 거의 끊기는 새벽이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지만 이곳은 오히려 새벽 4시 정도가 ‘피크 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화류계 종사자들이 이 노래방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룸살롱 여성 도우미들뿐만 아니라 웨이터, 영업상무 등 화류계에 근무하는 남성들도 이곳에 와서 도우미를 찾는다는 것. 그들은 같은 업소내의 아가씨들과는 ‘썸씽’을 만들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곳에 와서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노래방 못 잡으면
성전(性戰)의 승리도 요원

하지만 이곳이 그렇게 단순히 스트레스만 푸는 곳은  아니다. 도우미들은 즉석에서 ‘펠라치오’ 등을 해주는 등 거의 변태적인 그룹섹스를 방불케 하는 서비스들이 이어진다는 것. 특히 이곳은 화류계 종사자들이 많이 오는 만큼 서로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진상을 부린다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노래방 도우미들조차도 이곳 업소를 선호한다고.
이곳이 아침까지 한다는 소문을 듣고 최근에는 일반인들조차 ‘한번 제대로’ 놀기 위해서 이 업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마음먹고 다음날 아침에 들어갈 작정을 하고 이곳에 와서 도우미들과 쾌락과 환락의 시간을 보낸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래방 도우미들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단지 도우미들이 불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들이 바로 성병을 옮기는 ‘파이프라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룸살롱 등에서는 근무하는 여성들은 정기적으로 보건소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다. 그러나 노래방 도우미의 경우 보건소의 성병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질병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음지에서 계속해서 전염이 될 수밖에 없다.
경기 외곽지역의 한 보건소장이 에이즈 환자의 감염경로를 추적해본 결과 차라리 룸살롱이나 집창촌에서는 성병 감염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 등에서의 무분별한 만남이 성병의 주요 감염 경로였다고.

특히 일반인들조차 노래방 도우미들을 ‘전문 직업여성’이라고 보지 않는 인식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상당수가 주부나 대학을 유학한 여대생, 혹은 원래는 직장에서 일을 하다 더욱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그녀들 중에서는 아예 직업적으로 노래방 도우미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을 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위해서는 ‘2차’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룸살롱 아가씨들보다 2차를 가는 횟수 등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노래방 도우미를 하는 연령층이 점점 더 낮아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심지어 가출 여고생이나 좀 성숙한 여중생까지 이러한 노래방 도우미를 자처한다는 것.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만질 수 있고 거기다가 노래 부르고 술을 마시는 일이기 때문에 탈선 청소년들로서는 ‘돈도 벌고 놀 것도 노는’ 1석2조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노래방 단속이 더욱 어려운 것은 경찰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경찰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어 신고가 들어와야만 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성매매와의 전쟁이 성공할 가능성도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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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