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차기 치안총수’ 김기용 경찰청장 내정자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4.24 09: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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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 떨어진 ‘경찰배찌’ 건져낼 구세주 될까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김기용 경찰청 차장이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으로 물러나는 조현오 경찰청장 후임으로 내정됐다. 당초 청와대는 이강덕 서울청장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정치적 고려로 패를 접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동향 출신인데다 민간인 불법 사찰이 이뤄진 지난 2008년 청와대 공직기강팀에 근무한 이력 때문이었다. 인사청문회 때 야권의 집중포화가 불을 보듯 뻔해 정치적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로써 사실상 김 차장이 차기 ‘치안총수’에 낙점됐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무사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 풀어야 할 숙제가 겹겹이 쌓여 있어서다. 김 차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김기용 경찰청 차장이 ‘치안총수’에 내정됐다. 경기 수원에서 일어난 20대 여성 납치 살해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조현오 경찰청장을 대신해 10만 경찰의 리더로 선임된 것이다.

경찰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김 차장을 새 경찰청장으로 임명제청하는 것에 동의했다. 7인으로 구성된 경찰위원회는 경찰청장 후보자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하기 위한 회의로 내정자가 결정된 후 거치는 절차다.

경찰 내부에서
보안통으로 불려

경찰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차기 경찰청장에 김 차장을 내정했다. 인선배경에 대해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맡은 바 업무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귀감이 돼왔다”고 설명했다.

195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김 내정자는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 경찰 특채로 경찰복을 입었다. 충북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 경무국장 등을 역임한 뒤 올 초 총선에 나선 박종준 차장의 뒤를 이어 경찰청 차장에 부임했다.

김 내정자는 올해 초 치안감(경찰청 경무국장)에서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이 총선 출마로 사표를 내면서 치안정감(경찰청 차장)으로 승진했다. 불과 4개월만에 경찰청장 자리까지 오른 점을 감안하면 ‘관운’이 굉장히 좋다는 평가다.


김 내정자는 경찰 내부에서 보안통으로 불린다. 그만큼 보안업무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일선 경찰서를 두루 거치며 현장 업무에도 탁월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또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직원들과의 화합은 물론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해 조직을 잘 이끌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 안팎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조 청장이 지난 9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직후부터 경찰 내부에선 MB정부 마지막 경찰청장 자리가 이강덕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돌아가리란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을 대신해 10만 경찰의 리더로 선임
정치적 고려 때문에 이강덕 서울청장 제치고 내정돼

이 청장은 부산·인천의 지방경찰청장, 청와대 치안비서관 등 경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만큼 경찰내 신망이 두텁다. 청와대는 이 청장을 일순위로 염두에 뒀다. 게다가 경찰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나 경기경찰청장이 자리에 앉는 것이 관례였다. 따라서 경찰 안팎에서는 이 청장이 차기 경찰청장이 될 것이란 데 의심을 가지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런 이 청장의 발목을 잡은 건 2008년 3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진행된 게 드러난 시점에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을 맡았던 게 화근이었다. 후보로 확정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집중 공격이 예상됐고, 여당의 조력도 바라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이 대통령과 동향인 경북 포항 출신이란 것도 약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누리당 쪽도 이 청장의 경찰청 입성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막판까지 이 청장의 승진 카드를 놓고 고심하던 청와대도 결국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내정자는 충북 출신 첫 경찰청장이라는 게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먼저 지역 안배 면에서 모양새가 좋다. 또 각종 ‘MB코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부각됐다. 당연히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정치적으로 공격받을 요인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입지전의 주인공,
충북 출신 장점

또 김 내정자가 고졸 검정고시와 한국방송통신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찰에 입문한 입지전의 주인공이라는 점도 메리트다. 각종 정치적 논란을 피해가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들의 면면이 그리 화려하지 않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유력했던 이 청장이 정치적인 문제로 차기 청장 순위에서 멀어지자 그나마 찾을 수 있는 대안은 김 차장 뿐이었다는 게 경찰 내부의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김 차장이 내정되면서 청와대가 총선 승리를 이끌어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 복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박 위원장 쪽에서 이 청장에 대해 거부감을 청와대에 전달하면서 균형이 김 내정자 쪽으로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인사는 이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기보다 현실적 인사를 한 셈이다.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넘길 수 있고, 박 위원장의 대권 가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어찌됐든 현재로선 김 내정자의 선임이 사실상 확실한 상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산하에 31개 경찰서와 5개의 기동단, 청와대 경비를 책임지는 경비단 등을 포함해 40개 이상의 조직을 거느린 경찰청의 수장에 오르게 된 것.

경찰 추스르고 무너진 신뢰 회복해야 하는 중책 맡아
초고속 승진 두고 뒷말…조직 장악력 우려하는 목소리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김 내정자는 흐트러진 경찰 조직을 빠른 시일 내에 추슬러야 한다. 무너진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중책도 맡았다.

최근 경찰은 모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수원사건의 대응미숙과 경찰의 비위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경찰은 곤경에 빠져있다. 수원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의 무능함과 사건축소, 은폐, 거짓해명 등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룸살롱 황제’로 불린 강남 유흥업소 업주와 경찰의 유착비리가 다시 도마에 오르는 등 비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간의 시선은 김 내정자가 위기에 빠진 경찰조직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주목되고 있다.

물론 김 내정자의 의지는 강하다. 김 내정자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위원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어렵고 민감한 시기에 경찰청장에 내정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신속하게 국민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원 납치살해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의 위기상황인 만큼 떨어진 경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수뇌부 연쇄이동에
조직 흔들릴 가능성


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먼저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초고속 승진한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문제다. 게다가 초고속 승진에 따른 경찰 수뇌부의 연쇄이동이 불가피해 조직이 흔들릴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여기에 수사·형사·정보 파트 근무경험이 적고 두드러진 수사 성과도 없어 조직 장악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각 지방청장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경찰이 처한 상황을 보면 김 내정자의 어깨는 무겁다. 그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아 더욱 그렇다. 그는 과연 수원 살인사건을 계기로 나락에 떨어진 경찰조직을 추스르고 결집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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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