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경찰들도 몸 사리는 혐오의 거리 '조선족타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4.26 09: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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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킬링'으로 변질된 '코리안 드림'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지난 1일 발생한 수원 토막살인사건. 이어 5일 뒤 발생한 영등포 직업소개소 소장 살인사건. 국내 거주 조선족에 의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아고라에서는 ‘조선족 전면 추방’을 주장하는 청원이 시작됐고 조선족이 모여 사는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CCTV 증설과 순찰인력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조선족이 많은 지역에는 가지 않으려고 하며 인력시장에서도 조선족을 배척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거주 조선족 50만명 시대를 맞아 <일요시사>가 조선족이 다수 모여 사는 서울 가리봉동 연변거리와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를 찾아 거리 분위기를 느껴봤다.

기자는 먼저 가리봉동 '연변거리'를 찾았다. 과거 구로공단 자리 사이에 자리 잡은 가리봉동은 1964년 수출무역단지에 일자리를 찾아 모여 든 20대 전후 젊은이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곳이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 구로공단 내 업체들이 이전하면서 한국 근로자들이 빠져나갔고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늘어난 조선족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자리 구하지 못한
조선족 거리 헤맨다

조선족들은 이곳 가리봉동에서 값싼 쪽방에 몸을 의지하고 저마다의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1시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3번 출구로 빠져나와 10여 분쯤 걸어가니 중국어로 가득한 간판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 거리에는 조선족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소개소, 여행사, 식당과 상점 등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기자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말투는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복장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들은 무채색 작업복에 작업화를 신고 있었으며 벌써 술 몇잔 걸친 듯 불쾌한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자들은 유행에 뒤쳐진 옷차림에 무성의하게 분만 발라놓은 듯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편의점 외부에 마련된 탁자에서는 작업복 차림의 남성 3명이 막걸리 5병째를 비워내고 있었다. 직업소개소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탁자에 별다른 안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투른 한국말과 중국말을 섞어 얘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인터뷰 요청을 했다. 애초 쉽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들의 반응은 무척 거칠었다.


3명 중 리더 격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차오니마"라는 말을 하고 기자를 밀쳤다. 순간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고 기자는 급히 자리를 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남성이 한 말은 한국어로도 꽤 심한 욕이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화가 난 것일까? 하지만 인력시장은 일자리보다는 인력이 넘쳐 항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있기 마련.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한 직업소개소 문을 두드렸다.

직업소개소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기자의 궁금증을 한 마디로 풀어줬다.

"조선족을 꺼리는 업체들이 전보다 많이 늘어났어요."

국내 조선족 거주 지역 공포 분위기 확산 "밤이 무섭다" 
인터뷰 요청 기자 밀치며 "차오니아" 한국말로 "XX새끼"

수원 토막살인사건, 영등포 직업소개소 소장 살해 사건 등 조선족에 의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조선족이 일 하러 오는 것을 꺼리는 업체가 늘어났다는 것.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선족이 배척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조선족들이 거리를 헤매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미 가리봉동 근방에서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고 있는 조선족들의 사정은 어떨까? 직업소개소에서 빠져나와 중국식 냉면을 파는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는 한산했다. 조선족도 한국인도 보이지 않았다.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여성 한 명이 가게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냉면 하나를 주문하고 "요즘 장사 어때요"라고 물었다. 주방에 중국말로 냉면 주문을 전달한 그녀가 기자를 흘낏 보더니 입을 열었다.

"기자죠? 요즘 많이들 오네. 보다시피 거리가 한산해요. 가끔 와서 냉면 한 그릇 먹고 가던 한국사람들도 발길을 뚝 끊었죠. 도대체 내가 무슨 죄가 있나요? 같은 조선족이라는 것? 그 수원에서 있었다는 살인을 한국사람이 저질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여주인은 이 말을 끝으로 눈을 TV로 돌려버렸다. "어디서 왔느냐" "언제부터 여기에 살았느냐" "가족은 어디 있느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여성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냉면을 먹고 계산을 하고 돌아서는 기자 뒤로 "또 오세요"라는 나지막한 목소리만 겨우 들을 수 있었다.

거리로 나온 기자의 눈에 양 손에 봉투를 들고 급하게 걸어가는 할머니 한 분이 보였다. 붉어진 손가락과 팽팽하게 당겨진 봉투가 그 무게를 짐작케 했다. 얼른 다가가 "어디까지 가세요? 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할머니는 흠칫 놀라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기자가 "취재 나온 기자에요. 괜찮으니까 이리 주세요"라고 하자 그제서야 할머니는 봉투 하나를 기자에게 건네며 손등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짐을 받아들고 할머니와 나란히 길을 걸으며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시냐"고 물었다.

"손녀가 집에서 기다려. 얼른 가야돼. 요즘 너무 무서운 일들이 많아서 걱정이야.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정신없더라도 데리고 나올 걸…."

불법체류 조선족
전체 중 80~90%

양꼬치구이와 휴대폰매장 사이 골목으로 들어선 할머니는 골목골목을 지나 한 허름한 주택 앞에 멈춰 섰다. 들어와서 물 한 잔 먹고 가라는 할머니의 말을 정중히 사양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가리봉동 주민센터가 3월 말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조선족들은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무등록 조선족을 합한 수치로 무등록 조선족은 전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리봉동 총 주민수가 1만4343명으로 집계된 것을 반영하면 가히 가리봉동은 조선족이 대부분이라고 할 만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택시기사들도 가리봉동은 잘 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가더라도 손님을 태우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조선족 한모(48)씨가 자신을 태우지 않고 지나치려는 택시의 사이드미러를 발로 차 파손하고 항의하는 운전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몰려다니는 조선족
주민들 격양된 반응

또한 지난 2007년 4월에는 가리봉동 일대를 거점으로 조선족들을 모아 '옌벤 흑사파'를 결성한 뒤 유흥업소 주인 등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조선족 32명이 무더기로 검거된 적도 있었다.

기자가 이튿날 찾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거리'는 가리봉동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12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발표한 '등록 외국인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안산시 단원구에는 한국계 중국인, 즉 조선족이 2만1969명이 살고 있다. 단원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3만7487명의 60%에 육박하는 수치. 조선족 다음을 중국인이 뒤따르지만 집계된 인구수가 4927명인 것은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비율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원곡동은 대표적인 조선족 밀집 지역인데 원곡동은 반월공단과 인접해 출퇴근이 좋고 교통이 편리해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곡동에 정착한 조선족이 친척을 초청해 함께 생활하는 식으로 그 몸집을 불려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저녁 8시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다문화거리에 도착하니 조선족이 대부분이라는 말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다문화거리가 아닌 '조선족거리'라고 이름이 붙었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거리에는 조선족을 상대로 하는 휴대폰대리점, 식당, 노래방 등의 업체가 들어서 있었으며 간판은 한자로 가득했다. 거리에는 전철을 타고 모여든 사람들로 다소 활기를 띠었다. 따뜻해진 날씨 덕분인지 길거리에서 술판을 벌이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무리지어 낯선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의 표정에선 남의 나라에 와 있다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근방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말을 듣기위해 원곡1동 주민센터 인근으로 향했다. 기자가 만난 원곡동 주민들 중 상당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 특히 조선족들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주민 이모(46·여)씨는 원래도 무서웠던 동네가 공포분위기로 넘쳐난다고 말했다.

"밤길 다니기가 겁나요. 외국인, 특히 조선족들이 떼로 몰려 다녀 공포감을 주니 괜히 해코지 당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애들한테도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고 있어요."

이씨와 얘기를 나누는데 다가온 한모(55)씨는 울분을 토했다. 외국인들을 모두 몰아내야 한다는 것.

'방검조끼' 구입한 경찰, 순찰시간 늘려도 '역부족'
'조선족 전면 추방' 서명운동 '폭동' 일어날 우려

"수원에서 있었던 토막살인 때문에 조선족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을 뿐이지 여기(원곡동)에는 항상 조선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어요. 그런데도 그들에게 기회를 또 줘야할 이유가 있겠어요? 조선족들은 뭐 '다 그런 건 아니다' '색안경 끼고 보지 말아 달라'고 말하겠지만 우리 어머니, 동생, 아들, 딸들을 위해서라도 이 나라에서 쫓아버려야 해요."

이 같은 주민들의 격양된 반응은 안산 원곡동 인근에서 발생한 조선족 관련 흉악범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9월4일 새벽 1시47분 안산시 원곡동 한 편의점에 조선족 현모(30)씨가 침입해 편의점 전원스위치를 내린 뒤 아르바이트생인 김모(21·여)씨를 둔기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했다. 김씨가 저항하자 현씨는 김씨 얼굴을 둔기로 때려 쓰러뜨린 뒤 김씨의 머리채를 잡고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내려쳤다. 김씨는 왼쪽 안구 파열로 영구 실명하게 됐고, 얼굴뼈와 두개골 골절로 한쪽 얼굴이 제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치명상을 입었다.

앞선 지하철 4호선 안산역 장애인화장실에서 2007년 1월24일 발견된 여행용가방 속의 여성 토막시신도 조선족에 의한 것이었다. 범인 손모(41)씨는 피해여성인 애인 정모(33)씨의 집에 갔다가 정씨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것에 앙심을 품고 정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손씨는 정씨의 시신 일부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인근 야산에 묻고 나머지는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기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30대 조선족 여성이 괴한이 뿌린 화학물질에 의해 3도 화상을 입은 사건도 발생했으며 조선족끼리 사소한 말다툼 끝에 흉기를 휘둘러 결국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도 나타났다. 또 중국 현지에서 조직하고 안산시에 있는 조선족과 협력한 마약사건이 발생해 조선족이 검거된 사건도 있었다.

안산 단원경찰서에 접수된 외국인 범죄도 2007년 408건, 2008년 790건, 2011년 863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안산시와 경찰서는 치안강화를 위해 원곡동 일대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순찰을 강화 했고 사비를 들여 '방검조끼'까지 구입했지만 역부족이다.

하지만 조선족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비단 강력범죄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조선족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원 사건에 대한 조선족 반응'이라는 제목의 이미지 파일이 올라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사진에는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이유 없이 죽일 수도 있지만 그 용기가 나왔을 땐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 됩니다" "순간 정신 나가서 죽였겠지 뭐 ㅋㅋㅋ" "난 그 수원 살인사건에 대해 잘 몰랐고, 그리고 그 여자 몸 파는 여자라면서??? ㅋㅋㅋ 난 그냥 요즘 그 사건 때문에 난리 법석하는 자체가 싫어서 그냥 한소리 했을 뿐이지"등 수원 토막살인 가해자 오원춘을 옹호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 눈에 띄었다.

사회 안전망 마련
인식 전환 시급

이런 가운데 인터넷상에는 조선족 퇴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등장했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지난 7일부터 '조선족 전면 추방'이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며 지난 19일까지 7000여 명이 서명했다.

그러나 실제 조선족에 의한 범죄는 전체 범죄율의 0.5에 불과해 일부의 문제를 전체인 것처럼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것인 양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선족 혐오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폭동과 같은 사태로 번질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 마련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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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