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A그룹, ‘생색왕’ 불편한 꼬리표 사연

상생은 업계 꼴등, 생색은 업계 최고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굴지의 재벌 A그룹이 생색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모 지역에 기부한 00과학관 내에는 홍보장을 꾸려 티를 팍팍 냈고 상생과 관련해서는 아예 성과자료를 발간했다. 백화점 입점 상인을 위한답시고 실효성 없는 ‘재탕’ 상생안을 내놓고 생색만 낸 일도 있었다. 그야말로 생색이 하늘을 찌를 기세. 선행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A그룹의 이런 행보에 그 의미가 퇴색됐고, 이를 보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A그룹의 ‘생색내기’가 하늘을 찌를 기세다. 먼저 A그룹이 지난달 내놓은 ‘동반성장 보고서’. A그룹이 국내기업 최초로 발간했다고 밝힌 이 책에는 지난해 A그룹이 추진해온 동반성장 5대 과제와 그에 따른 각 계열사 실적까지 빠짐없이 실려 있다. 또 계열사별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이행 현황은 물론 3년 후 로드맵까지 공개했다.

상생 ‘나쁜 예’

A그룹의 선행은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A그룹의 이런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재계에서 상생의 ‘나쁜 예’로 회자돼 온 A그룹이 다른 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최초로 책까지 내가며 ‘광고’를 해대는 모습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A그룹은 그동안 상생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SSM을 무차별 확장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내 재벌들 가운데 중소업종을 가장 많이 침해한 것으로 드러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또 자사 테마파크 입주 상인들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거리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있다.

A그룹의 생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부를 하면서도 티를 잔뜩 냈다. ‘00과학관’을 기증하면서다. 00과학관은 A장학재단이 과학관을 지어 00시 교육청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건립됐다. A그룹은 오너인 B회장이 사재 240억원을 쏟아 부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오너의 선행을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건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A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3월 과학관 개관과 동시에 ‘과학체험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과학원리를 이용한 체험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A그룹의 홍보관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전언이다.


업계 최초로 상생 성과 책자 냈다 생색내다 눈총
울산교육관 지어 기부한다더니 자사 홍보장 전락

이름부터가 자사의 테마파크 캐릭터 ‘OOOO’인 이 체험관의 80% 정도는 A제과와 A음료의 제품 홍보로 이루어진다. 과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영상패널로 보여주고 충치예방 효과가 있다는 자일리톨 껌을 선전하는 식이다. 특히 이 체험관은 중학생 이하의 입장을 권장하고 있어 A제과 과자에 대한 이미지를 일찍부터 심어주려는 상업전략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A그룹이 내놓는 상생책이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A백화점이 지난해 도입한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가 문제의 제도. 이는 입점 브랜드가 매출 목표를 10% 이상 초과할 경우 백화점이 마진을 1~5% 포인트 가량 내려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백화점 입점 상인들을 위한답시고 내놓은 정책이었지만 사실상 조건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마저도 실적이 좋지 않은 소형 점포만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따라서 입정상인들 사이에선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은 ‘생색내기용’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특히 이 제도는 이미 발표한 적 있는 지원대책을 ‘재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7년 내놓은 ‘매출 연동 마진조정제’이 바로 그것. 목표 매출 초과 달성한 협력업체에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로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와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이 제도 역시 생색내기용이라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선행 의미 퇴색

결국 과도한 생색으로 A그룹의 선행은 상당부분 퇴색되고 말았다. 갈채를 받아 마땅한 일을 했지만 칭찬은커녕 눈총을 대신 받고 있다. 착한 일을 하고 입이 근질거리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도를 넘어선 안 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구절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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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